FBI는 31일(현지시간) 성명을 통해 북한 해킹 조직 '트레이더트레이터(TraderTraitor)'가 바이낸스 해킹을 주도했다고 밝혔다. 트레이더트레이터는 북한 정권의 지원을 받는 해킹 조직 라자루스 그룹의 또 다른 명칭으로 알려져 있다.
FBI는 북한 해커들이 탈취한 가상자산을 이더리움으로 전환하는 정황을 확인했다며 앞으로 추가적인 자금세탁이 이뤄질 것으로 예상했다. 가상자산 분석업체 체이널리시스도 이번 공격에서 이전에 관찰되지 않았던 새로운 자금세탁 패턴이 발견됐다고 밝혔다.
해킹 수법에 대한 조사는 진행 중이다. 바이낸스는 당초 엔지니어의 노트북이 해킹되면서 무단 인출이 발생했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그러나 이후 추가적인 침입 지점이 확인됐다고 밝혀 공격 경로가 당초 알려진 것보다 복잡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이번 사건은 지난해 2월 발생한 바이비트 해킹 사건의 피해 규모를 크게 넘어섰다. 당시 북한 해커들은 바이비트에서 15억달러 상당의 가상자산을 탈취했다. 이번 바이낸스 피해액은 이보다 4배 이상 많다.
북한의 사이버 공격은 2014년 소니픽처스 해킹 이후 금융기관과 가상자산 거래소를 겨냥한 대규모 자금 탈취로 확대돼 왔다. 2016년에는 뉴욕 연방준비은행에 예치된 방글라데시 중앙은행 계좌를 공격해 8100만달러를 빼돌렸으며, 2022년에는 블록체인 게임 액시 인피니티에서 6억2000만달러를 탈취한 것으로 미국 당국은 보고 있다.
북한이 국제사회의 강력한 제재 속에서도 사이버 공격을 핵심 외화 확보 수단으로 활용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2024년 유엔 전문가 패널은 북한이 사이버 공격을 통해 전체 외화 수입의 약 절반을 벌어들이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 자금이 북한의 군사 및 핵무기 개발 프로그램을 뒷받침하고 있다는 것이 국제사회의 우려다.
이번 FBI 발표로 북한의 가상자산 해킹은 단순한 사이버 범죄를 넘어 국제 금융시장과 안보를 위협하는 핵심 문제로 다시 부각되고 있다.
[email protected] 이병철 특파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