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국내 반도체 투톱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유례없는 인공지능(AI) 반도체 초호황에 힘입어 올해 총 210조원에 달하는 사상 최대 규모의 주주환원 정책을 전격 가동한다. 이는 지난해 국내 상장사 전체 주주환원 규모의 약 3배에 달하는 수준이다.
다만 양사의 대규모 배당 및 자사주 소각 발표에도 불구하고, 증권가에서는 피크아웃(정점 통과) 우려와 장기 호황론이 팽팽히 맞서며 목표주가 격차가 무려 235만원까지 벌어지는 등 시각차가 뚜렷하게 갈리고 있다.
삼성·SK, 상장사 전체 환원액의 3배 집행…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 총력
29일 반도체 및 증권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올해 주주에게 환원하는 금액은 합산 190조~210조원에 달할 전망이다. 기업별로는 삼성전자가 약 90조~110조원, SK하이닉스가 약 100조원 규모다.
한국거래소 기준 지난해 국내 상장사 전체 현금배당(50조9000억원)과 자사주 소각(21조4000억원) 합산액인 72조3000억원의 2.6~2.9배에 달하는 규모다. 두 회사의 과거 수치와 비교해도 기록적이다. 삼성전자의 과거 최대 환원액인 2020년(20조3000억원)의 5배, SK하이닉스의 지난해 환원액(14조3000억원)의 7배에 달한다.
삼성전자는 이날 3분기 분기배당으로 주당 4601원(총 30조원 규모)의 현금배당안을 이사회에서 의결했다. 상반기 기집행된 4조9000억원을 합쳐 이미 35조원을 확정했으며, 남은 55조~75조원 규모의 잔여재원 환원은 내년 1월 차기 주주환원 정책과 함께 구체화할 방침이다. 잔여재원에는 상당 규모의 자기주식 매입 및 소각이 포함된다.
전날 3분기 잠정실적을 공시한 SK하이닉스는 올해 총 100조원의 환원책을 제시했다. 8월 발표한 40조원 규모의 자사주 매입 완료에 이어 3분기 주당 2만원(실적 배당 1만원+키옥시아 매각 차익 특별배당 1만원, 총 14조원)의 현금배당과 20조원 규모의 자사주 추가 매입(10조원 소각, 10조원 임직원 보상)을 결의했다. 연간 기준 현금배당 30조원 이상, 자사주 취득·소각 60조원 이상을 집행한다는 계획이다.
양사의 파격적인 주주환원은 AI 인프라 투자 확대에 따른 실적 폭증 덕분이다. 올해 양사의 합산 영업이익 전망치는 636조9000억원(삼성전자 369조6000억원, SK하이닉스 267조3000억원)에 달한다. SK하이닉스의 3분기 매출은 전년 대비 328% 급증한 105조원, 영업이익은 632% 폭증한 83조원을 기록하며 분기 최대 실적을 갈아치웠다.
SK하이닉스 목표주가 165만 vs 400만원… 235만원 간극 왜?
사상 최대 실적 경신과 전례 없는 주주환원책에도 불구하고 증권가의 평가는 크게 엇갈리고 있다. 특히 SK하이닉스를 둘러싼 목표주가는 최저 165만원에서 최고 400만원까지 무려 235만원의 괴리를 나타냈다.
SK증권과 교보증권은 400만원의 목표주가를 유지하며 강한 신뢰를 보냈다. SK증권은 "메모리 공급 부족 심화와 HBM4 본격 반영으로 4분기 영업이익 105조원 시대를 열 것"이라며 "2030년까지 메모리 수요 우위 국면이 지속되고 100조원대 주주환원 의지까지 확인된 만큼 현재 주가는 현저한 저평가"라고 평가했다.
반면 BNK투자증권은 목표주가를 기존 148만원에서 165만원으로 소폭 상향하는 데 그치며 투자의견 '보유(Hold)'를 유지했다. BNK투자증권은 "HBM 가격 상승과 단기 과매도에 따른 반등은 가능하겠으나, 메모리 수요 모멘텀은 지난 2분기를 정점으로 둔화 흐름에 접어들었다"며 "AI 기업들의 신용위험과 고금리 기조를 감안할 때 저PER(주가수익비율) 방향성이 지속될 것"이라고 신중론을 폈다.
목표주가를 하향 조정한 곳들도 나타났다. KB증권은 실적 호조를 인정하면서도 목표주가를 기존 420만원에서 350만원으로 내렸고, IBK투자증권 역시 업황 우려보다는 현재 주가와의 괴리율 조정을 이유로 400만원에서 320만원으로 눈높이를 낮췄다.
일회성 환원 넘어 '체질적 경쟁력'·'일관된 자본배분' 정착돼야
전문가들은 이번 대규모 주주환원이 단기적으로 주가의 하방 경직성을 확보하고 저평가를 해소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면서도, 구조적인 밸류업을 위해서는 두 가지 전제 조건이 필수적이라고 입을 모은다.
첫째는 고대역폭메모리(HBM)를 필두로 한 기술 경쟁력과 장기공급계약(LTA) 확대다. 중국 창신메모리테크놀로지(CXMT) 등의 거센 추격 속에서 기술 격차를 확고히 유지해야만 안정적인 잉여현금흐름(FCF)이 유지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둘째는 일회성 성격의 '서프라이즈' 환원을 넘어선 제도적 예측 가능성이다. 시장 관계자는 "미국 빅테크처럼 실적과 현금흐름에 연동해 꾸준히 자사주를 소각하고 배당을 집행하는 상시적 자본배분 원칙이 자리 잡아야 한다"며 "지배구조 개선과 예측 가능한 제도가 뒷받침될 때 비로소 외국인 장기 투자 자금이 유입되며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근본적으로 해소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제언했다.
[email protected] 문영진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