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2021년 7월 서울 서초구의 한 산부인과의원. 외부 업체의 소개로 환자 한 명이 진료를 받았다. 진료비는 1000만원이었다. 이후 병원에서는 환자를 소개한 업체 계좌로 270만원을 송금했다. 환자가 낸 진료비의 27%에 해당하는 금액이었다.
겉으로는 병원 홍보를 맡기는 광고대행계약이었다. 하지만 실제로는 환자를 소개하면 진료비의 일부를 수수료로 지급하는 방식이었다. 환자가 낸 진료비가 많을수록 업체가 받는 돈도 늘어나는 구조였다.
이 같은 거래는 한 차례에 그치지 않았다. 산부인과에서는 약 1년 9개월 동안 외부 업체로부터 환자를 소개받아 진료하고 수수료를 지급했다. 그 횟수만 197차례, 업체에 건넨 돈은 3억3000만원을 넘었다.
산부인과 운영자 A씨가 환자 알선업체와의 계약은 2021년 7월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해당 업체는 다단계 방식으로 병·의원에 환자를 소개하고 수익을 얻는 영업을 하고 있었다.
A씨는 업체 운영자들과 광고대행계약을 체결하는 것처럼 꾸미고, 실제로는 소개받은 환자의 진료비 중 25~30%를 수수료로 지급하기로 약정했다. 이후 업체 영업사원들이 환자를 소개하면 진료를 진행하고, 그 대가로 수수료를 송금했다.
2021년 7월부터 2023년 3월까지 이 같은 방식으로 소개받은 환자들의 진료비 결제액은 총 12억2825만원이었다. 이 가운데 약 27%인 3억3162만7500원이 환자 알선 수수료로 지급됐다.
23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서부지법 제8형사단독(이세창 부장판사)은 지난 7월 15일 의료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A씨에게 벌금 2000만원을 선고했다.
A씨는 환자 알선 대가로 수수료를 지급하기로 약정하고, 실제 환자를 소개받아 진료한 뒤 돈을 건네는 방식으로 영리 목적의 환자 알선 행위를 사주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의료법은 영리를 목적으로 환자를 의료기관이나 의료인에게 소개·알선·유인하는 행위뿐 아니라 이를 사주하는 행위도 금지하고 있다.
수사 과정에서는 환자 알선 내역과 산부인과의 송금자료, 업체 관계자들의 휴대전화 메시지 등이 확보됐다. 의료기관별 수수료와 업체 조직 구성, 실적 등을 분석한 자료도 증거로 제출됐다.
재판부는 A씨가 상당 기간에 걸쳐 환자 알선 대가로 약 3억3000만원의 수수료를 지급한 점을 지적했다. 의료시장 질서에 대한 사회적 신뢰를 훼손한 정도와 수수료 액수, 범행 기간 및 횟수 등에 비춰 죄책이 가볍지 않다고 판단했다.
다만 A씨가 범행을 인정하고 수사에 적극 협조한 점은 유리한 사정으로 참작했다. 오래전 다른 종류의 범죄로 벌금형을 한 차례 받은 것 외에는 처벌 전력이 없고, 운영하던 병원을 폐업해 재범 우려가 높지 않은 점도 고려했다.
[email protected] 최승한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