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해리 포터와 비밀의 방>에서 해리 포터는 '슬리데린'의 성향이 있는 자신이 '그리핀도르'로 배정된 이유가 궁금합니다. 덤블도어 교장은 그 누구도 아닌 해리 포터 자신이 '선택'한 것임을 일깨워줍니다. 그러면서 우리가 진정 어떤 사람인지를 보여주는 것은 우리의 능력이 아닌 우리의 선택임을 강조합니다.
주식 투자자 자신이 진정 어떤 사람인지 보여주는 것도 결국 <능력>보다 <선택>의 문제일 것 같습니다. 투자자의 <능력>이 아무리 뛰어나도 매매라는 <선택>을 잘못하면 결국 실패한 투자자가 되기 때문일 겁니다. 지난 회까지 투자자의 주요 선택 과제 중 '매매 타이밍의 선택', '일시 투자와 분할 투자 사이의 선택'에 대해 알아봤습니다. 이번엔 최근 초보 투자자 분들의 문의가 많았던 '개별주식 투자와 ETF 투자' 사이의 선택 문제를 알아보겠습니다.(※아래는 이해를 돕기 위한 설명으로 특정 상품이 우월하다는 가이드가 아닙니다)
엔비디아를 살까? AIQ를 살까?
'AI 산업의 전망이 좋다'는 의견에 엔비디아 같은
'개별 종목' 투자를 고민하는 초보 투자자 A씨. 신중하게 고른 종목이 나의 분석과 예상만 맞는다면, 꽤나 괜찮은 수익
(초과수익)을 기대할 수 있습니다. 반면, AI 산업의 호황에도 불구하고 운 나쁘게 내가 고른 종목만 소외될 수도 있습니다. 관련 산업에 대한 긍정적인 성장 전망이 있더라도 내가 매수한 종목의 높은 수익률을 보장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입니다.
A씨는 이번엔 AI 산업 전반에 투자하는 AIQ같은 ETF도 생각해봅니다. ETF는 개별 기업에 투자하는 위험을 분산할 수 있다는 확실한 장점이 있습니다. 여러 기업을 일일이 분석하지 않아도 되고, 적은 금액으로 다양한 기업들에 투자하는 효과도 있습니다. 그렇다고 ETF 투자가 개별 종목과 비교하여 무조건 만능이라고 볼 수는 없습니다. 먼저 여러 기업에 분산 투자하는 만큼 개별 기업의 주가 급등에 따른 이점은 일부 희석될 수 있습니다. 게다가 AI 산업에 대한 부정적인 임팩트가 커지면 제아무리 ETF라 하더라도 개별 종목과 마찬가지로 위험한 상황이 됩니다.
이해를 돕기 위해 가상으로 부정적 임팩트의 예를 들어 보겠습니다. 먼저 높은 금리 기조로 AI 기업들의 조달 비용은 급증하는데 비해 매출 성장이 더딜 수 있습니다. 또한 AI 데이터센터에 필요한 전력망 구축 지체 등 인프라 공급의 물리적 한계로 AI 산업의 성장세에 정체가 올 수도 있습니다. 더불어 AI 데이터 센터 증설과 연관된 지역 전기 요금 상승, 환경 오염 증가, NIMBY(Not In My Backyard) 현상 등의 이슈로 지역사회 갈등이나 개발 지연 등의 리스크가 생길 수도 있습니다. 실제로 AI 산업 전반에 이런 부정적인 임팩트가 커지면 AI 섹터 ETF를 구성하는 기업들 다수가 부정적인 영향을 입을 수밖에 없습니다.
기업을 살까? 관련 산업을 살까? 전체 시장을 살까?
이러다 보니 '개별 종목'으로 초과수익을 저울질하던 마음에서 어느새 관련 산업 ETF나 전체 시장 ETF로 마음이 기울게 됩니다. 그렇다면 초보 투자자는 과연 어떤 선택 (투자 결정)을 해야 합리적일까요? 기업 주식을 사야 할까요? 아니면 관련 산업을 사야 할까요? 이도 저도 아니라면 아예 전체 시장을 사야 할까요? 일단 아래 표를 찬찬히 보면서
자신의 재무 상황과 목표, 위험 감수 능력, 투자 성향, 투자 기간, 분석에 할애할 시간 등을 고려해보고 어떤 투자 방식을 선택할지 참고하면 좋을 것 같습니다.
참고로 알아둘 게 있습니다. 표에서 알 수 있듯이 개별 주식에서 산업 ETF로 옮기면 기업 고유 위험을 분산할 수 있지만, 산업 전체의 위험은 남습니다. 또 관련 산업 ETF에서 시장 전체 ETF로 옮기면 산업 간 분산 효과를 기대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미국 주식시장 전체의 위험까지 사라지는 것은 아닙니다. 이처럼 분산 투자가 모든 투자 위험을 없애주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알아야 할 것 같습니다. 또 표에서 목표 수익률을 비교적 단순하게 표현했지만, 모든 경우에 그렇다는 것은 아닙니다. 실제로 특정 산업 ETF가 시장을 크게 웃돌거나 밑도는 수익률을 기록할 수 있습니다.
둘 중 하나를 고르는 이분법적 사고를 버리고, 적절한 비중을 고려하는 것이 정답에 가까움
투자 전문 커뮤니티와 투자 전문가들이 제시한 아이디어를 보면 ETF와 개별 주식 어느 한쪽만의 투자로 결론짓지 않고 일정한 비중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투자 커뮤니티와 주식 전문가가 주창하고 있는 내용을 한 번 살펴보겠습니다. 해당 조언은 투자 비중에 대한 공식적인 권고 기준이라기 보다 대중의 지혜에 가까우므로 의사결정을 위한 선택 시에 참고 부탁드립니다.
미국의 대표적인 디지털 경제·비즈니스 매체 중 하나인 비즈니스 인사이더(Business Insider)에서는 금융 전문가들의 컨센서스(Consensus)를 바탕으로 월스트리트 전문가들을 이기기 힘든 개인 투자자 특성을 고려해 개별 종목 투자는 최대 5%~10%를 넘지 않도록 제안하고 있습니다.(일부 다른 의견도 있었습니다.)
제가 알아본 바로는 공격적인 투자 성향을 가진 중급 이상 투자자의 경우 70~85%의 ETF, 15~30%의 개별 주식의 조합을 언급하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지금까지 개별 주식과 ETF의 투자 비중을 살펴봤으니, 이번엔 ETF를 선택 시 피해야 할 함정도 알아보겠습니다. 먼저 말씀드리면 ETF라는 이름이 붙어 있다고 해서 모두 분산 투자의 장점을 가진 것은 아닙니다.
ETF라고 모두 위험이 낮은 것은 아니다( 단일 종목 레버리지 ETF, 인버스 등 )
예를 들면, 모든 ETF가 위험을 줄여주는 효과가 있는 것이 아닙니다.
단일 종목 레버리지 ETF를 보면, '단일 종목'이라 앞서 언급한 통상의 ETF가 가진 분산 투자 효과가 전혀 없습니다. 즉 '여러 기업에 분산 투자하는 효과'가 있어 리스크를 낮출 수 있는 기존의 ETF와는 다른 상품인 것입니다.
그리고 '레버리지'가 붙어 있습니다. 일일 수익률의 2배나 3배의 단기 고수익을 추구하는 초고위험 파생 금융 상품입니다. 레버리지 ETF는 변동성 잠식 효과(Volatility Drag)와 일일 재조정(Daily Reset)이라는 구조적 특성으로 인해 등락이 심한 장기 횡보장 구간에서 손실을 급속하게 불릴 수 있습니다.(칼럼 11화 참고) ETF에 '인버스'라는 꼬리표가 붙어있어도 개별 종목 투자 위험과 견주어 결코 낮다고 볼 수 없을 정도로 위험 수준이 올라간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합니다.
중요한 것은 무엇을 사느냐보다 어떻게 선택하느냐
정리하면, 초보 투자자의 경우 투자 위험과 난이도가 높고 상대적으로 투자를 위한 조사와 분석 시간이 많이 드는 개별 주식 투자의 비중을 가능한 낮게 유지하는 게 좋아 보입니다. 더욱이 투자 규모가 적은 투자자일 경우 분산 투자를 통한 위험 상쇄가 가능한 ETF 비중을 상대적으로 높게 가져가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그리고 현금을 모아가면서 투자 기회를 위한 공부를 하시고 모인 현금을 바탕으로 개별 주식 투자에도 도전해보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더불어 종목 선정과 관련해서 '소비자의 눈에서 투자자의 눈'으로의 프레임 전환을 위한 관찰의 힘을 키우시기 바랍니다.(7화 참조)
다시 생각해보겠습니다. 개별 주식과 ETF 중 어느 쪽이 더 나은 투자일까요? 정답은 하나가 아닐 것 같습니다. 특정 기업의 성장 가능성에 투자할 수도 있고, 산업 전체의 성장에 기대를 걸 수도 있습니다. 시장 전체에 투자하며 장기적인 성과를 추구하는 것도 합리적인 선택입니다. 중요한 것은 자신의 투자 목적과 위험 감수 능력에 맞는 선택을 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영화 속 덤블도어는 해리 포터에게 우리의 능력이 아니라 선택이 진정한 자신을 보여준다고 말합니다. 주식시장에서도 마찬가지 아닐까요? 어떤 종목을 고를 수 있는지가 투자자의 능력이라면, 그 종목에 얼마를 투자하고 어떤 위험을 감수할 것인지는 투자자의 선택입니다. 주식시장에서 오래 살아남는 투자자는 언제나 최고의 종목을 고르는 사람이 아니라, 자신의 선택에 따르는 위험까지 감당할 줄 아는 사람일 것입니다.
투자격언으로 마무리 짓겠습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위험을 통제하는 것이다(The Most Important Thing Is … Controlling Risk)" ⎼하워드 막스
[필자소개]
인치범 전무는 금융(삼성생명), IT(안랩, 한글과컴퓨터, SK커뮤니케이션즈), 유통(삼성테스코) 등의 분야에서 30년 간 일관되게 기업 커뮤니케이션 업무(PR·IR·ESG·CSR) 책임자로 근무했다. 현재는 케이피아이투자자문에서 투자와 기업 커뮤니케이션 관련 서적을 집필하는 데 힘쓰고 있다. '주식투자성공은 무엇보다 돈을 다루는 올바른 습관을 자동화하는 과정에서 비롯된다'는 지론을 갖고 있다.
[email protected] 김성환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