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달 새 181조 사라졌다…국민연금 숫자에 개미들 긴장한 이유

입력 2026.10.08 14:10수정 2026.10.08 15:23
한 달 새 181조 사라졌다…국민연금 숫자에 개미들 긴장한 이유
코스피가 전 거래일보다 1.98% 내린 6,803.90에 장을 마친 7일 서울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에서 딜러들이 업무를 보고 있다. 뉴시스

[파이낸셜뉴스] 국민연금 기금 적립액이 한 달 만에 181조 원가량 감소하며 국내 증시의 향후 수급 향방에 비상이 걸렸다. 단순 주가 하락에 따른 평가이익 축소지만, 국내주식 보유 비중이 목표치를 크게 웃돌고 있어 향후 자산 재배분(리밸런싱) 과정에서 대규모 매도 물량이 쏟아질 수 있다는 경고가 나온다.

7일 국민연금공단 기금운용본부 공시 자료에 따르면 지난 7월 말 기준 국민연금 기금자산은 시장가 기준 1684조 1730억 원으로 집계됐다.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던 6월 말(1865조 5760억 원)보다 9.7%(약 181조 4000억 원) 줄어든 수치다.

감소분의 대부분은 국내주식 평가액 하락에서 비롯됐다. 국내주식 자산은 543조 2040억 원에서 418조 5580억 원으로 한 달 새 124조 6460억 원(22.9%)이나 증발했다. 해외주식(약 37조 원 감소)과 기타 자산(약 19조 4000억 원 감소)에 비해 압도적인 낙폭이다. 이에 따라 연초 이후 기금 수익률 역시 6월 말 27.22%에서 7월 말 14.84%로 반토막 났다. 다만 실제 손실 확정이 아닌 미실현 평가이익 감소분으로, 연초 대비로는 여전히 약 226조 원 증가한 상태다.

문제는 국민연금의 국내주식 자산 비중이 기금운용위원회의 목표 가이드라인을 여전히 크게 초과하고 있다는 점이다.

기금운용위원회는 지난 5월 국내주식 목표 비중을 종전 14.9%에서 20.8%로 상향 조정한 바 있다. 그러나 상반기 코스피 강세 속에 국민연금의 국내주식 비중은 6월 말 29.1%(장중 한때 29.4%)까지 폭등했다. 7월 급락장을 겪은 후에도 24.9%로, 여전히 목표치(20.8%) 대비 4.1%포인트 높다.

원칙상 국민연금은 자산 간 균형을 맞추기 위해 초과된 국내주식을 순매도하거나 다른 자산을 매입해야 한다. 하지만 국내 최대 기관투자자인 국민연금이 비중 축소에 나설 경우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대형주를 중심으로 시장에 막대한 매도 압력이 가해질 수밖에 없다.

박종훈 지식경제연구소 소장은 이날 유튜브 채널 '박종훈의 지식한방'을 통해 "국민연금은 증시 부양 자금이 아니라 국민 노후자금을 안정적으로 지키는 기금인 만큼, 자산 쏠림이 생기면 리밸런싱을 단행해야 한다"면서 "자사주 매입 등으로 시장에 매수 여력이 풍부했던 시기를 놓쳐 비중 조정이 늦어졌고, 향후 주가 반등 시 연기금 발 매도 폭탄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55조 원 규모 자사주 매입은 각각 97%, 83% 진행돼 사실상 마무리 단계다.

기형적인 포트폴리오 구조는 채권 및 금융시장 전반으로도 불똥이 튀고 있다. 7월 말 기준 국민연금의 국내채권 비중은 16.8%로 목표치인 23.1%에 한참 못 미친다. 금액 환산 시 약 106조 원이나 부족하다.
국내주식 편중으로 국채 매수 여력이 줄어들면서 국채 금리 상승(채권 가격 하락)을 부추기고, 이는 시중 은행의 주택담보대출 금리 인상 등 가계 부담으로 전이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시장에서는 이달 중순 SK하이닉스의 자사주 매입 완료 시점과 이달 말 공개될 국민연금의 '8월 운용 현황'을 핵심 수급 분수령으로 보고 있다. 아울러 오는 12월 예정된 기금운용위원회에서 국내주식 투자 비중을 재조정할지 여부에도 금융투자업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email protected] 문영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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