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반도체 대형주가 박스권에 갇혀 정체된 사이, 코스닥 시장이 반도체 소재·부품·장비(소부장) 기업들의 폭발적인 랠리에 힘입어 석 달 만에 900선을 다시 밟았다. 인공지능(AI) 설비투자 온기가 중소형 후방 산업으로 본격 확산하면서 관련 상장지수펀드(ETF) 수익률이 급등하고 투자 수급도 몰리는 모양새다.
반도체 소부장이 이끈 코스닥 반등… 대형주와 '수익률 차별화'
6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닥 지수는 지난주(9월 28일10월 2일) 장중 903.88까지 치솟으며 지난 7월 초 이후 석 달 만에 900선을 회복했다. 지난 7월 말 630선 저점 대비 가파른 회복세를 보이며 지난 89월 두 달간 18.9% 상승, 같은 기간 코스피 수익률(3.7%)을 크게 앞질렀다.
이 같은 반등장의 일등 공신은 반도체 소부장 업종이다. 유진투자증권에 따르면 8~9월 코스닥 반도체 업종 지수는 44.5% 상승했다. 같은 기간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각각 2.3%, 3.4% 오르는 데 그친 것과 대조적이다.
소부장 종목의 강세는 관련 ETF 성과에서도 뚜렷하게 확인된다. 최근 한 달간(9월 2일~10월 2일) 국내 ETF 수익률 상위 10개 중 5개가 반도체 공정 및 소부장 상품이었다. 'SOL 반도체전공정'(28.55%)을 필두로 'HANARO 반도체핵심공정주도주'(27.78%), 'SOL AI반도체소부장'(27.35%), 'KODEX AI반도체핵심장비'(26.94%), 'SOL 반도체후공정'(25.65%) 등이 일제히 20%대 후반의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슈퍼사이클 2028년까지 지속… 장비·부품 확산 국면"
전문가들은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의 인공지능(AI) 인프라 투자와 메모리 반도체 가격 상승세가 중소형 협력사들의 실질적인 수혜로 이어지고 있다고 분석한다.
노근창 세미콘 리서치 랩 대표는 "AI 수요 확대로 촉발된 반도체 상승 사이클은 최소 2028년까지 이어질 것"이라며 "수혜 영역 역시 HBM(고대역폭메모리)과 GPU 중심에서 CPU와 기판, 핵심 장비·부품 등으로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특히 삼성전자, SK하이닉스, TSMC 등 주요 제조사들의 신규 팹 증설 및 공정 고도화가 향후 수년간 이어질 예정이어서 장비와 부품 업체의 구조적 실적 호조가 지속될 것으로 내다봤다.
증권가에서도 소부장 중심의 투자 전략이 당분간 유효할 것으로 보고 있다. 황산해 LS증권 연구원은 "대형 반도체 기업들의 설비투자(CAPEX)가 가시화하며 소부장 업종이 코스닥 랠리를 이끌고 있다"며 "코스닥 소부장은 외국인의 추세적 매도세 노출도가 낮고 구조적 수혜를 기대할 수 있어 상대적 강세가 이어질 것"이라고 짚었다.
이달 '18조 ETF 리밸런싱'과 3분기 실적이 변수
다만 단기 수급 변화는 눈여겨볼 변수로 꼽힌다. 이달 중 레버리지와 커버드콜을 포함해 약 18조 1000억 원 규모의 반도체 관련 ETF 정기 리밸런싱이 예정되어 있다. 지난달 KRX 섹터지수 정기변경 당시 삼성전자 등의 비중 조절 과정에서 주가 변동성이 확대된 바 있어, 이번에도 종목별 수급 변화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또한 오는 8일 예정된 삼성전자의 3분기 잠정실적 발표도 주요 분기점이다. 대형주의 실적 모멘텀이 회복되어 추세적 반등이 시작될 경우, 코스닥 소부장으로 쏠렸던 시장의 수급이 다시 코스피 대형주로 역류할 가능성이 열려 있다.
김종민 삼성증권 연구원은 "대형주의 추세적 돌파가 확인되기 전까지는 개별 종목 모멘텀에 기반한 초과수익(알파) 전략이 유리하다"며 "현시점에서는 대형주 비중을 점진적으로 늘려가되, 중소형주에 대해서는 적극적인 비중 확대를 병행하는 전략이 유효하다"고 조언했다.
[email protected] 문영진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