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울 때마다 입술과 목이 보랏빛으로 변하는 희귀 질환을 안고 태어나 22 차례가 넘는 수술을 견뎌낸 7세 소녀의 사연이 공개됐다.
20일 미국 매체 더 선 등 외신에 따르면 미국 유타주에 사는 킨리 글루흐(7)는 태어나자마자 울기 시작하면서 입술과 목이 보라색으로 변했다. 의료진은 곧바로 활력징후를 확인했으나 이상이 없어 정확한 원인을 찾지 못한 채 퇴원했다.
그러나 증상은 지속됐고, 결국 생후 1개월 만에 '광범위 정맥성 혈관 기형(Extensive Venous Malformations)'이라는 최종 진단을 받았다.
정맥성 혈관 기형은 혈관이 형성되는 과정에서 정맥이 정상적인 근육층 구조를 갖추지 못해 혈액이 정체되고 혈관이 비정상적으로 부풀어 오르는 선천성 희귀 질환이다. 병변 부위의 부종, 피부 변색, 통증, 출혈 등을 동반한다.
킨리의 경우 병변이 얼굴과 입술, 목은 물론 입안과 기도(숨길)까지 넓게 퍼진 심각한 상태였다.
22차례 수술·8시간의 고난도 고비 넘겨
킨리는 한 살 때 비정상 혈관에 약물을 주입해 혈관을 단단하게 만들어 줄이는 경화치료를 시작했다. 그러나 검사 결과 기형 혈관의 크기가 예상보다 훨씬 크고 경정맥(목 정맥)과 직접 연결돼 있어, 약물이 심장과 폐로 들어갈 위험이 커 치료가 중단됐다.
세 살 무렵에는 기형 혈관 내에 혈전(피떡)까지 생겨 생명이 위급해졌다. 결국 의료진은 쇄골 일부를 절제하는 8시간의 고난도 수술 끝에 목 부위의 대형 병변을 제거하는 데 성공했다.
현재 킨리는 기도에 남아있는 병변으로 인해 중증 폐쇄성 수면무호흡증을 겪고 있어 매일 밤 양압기(CPAP)를 착용하고 잠든다. 또한 남아있는 기형 혈관을 조절하기 위해 몇 달 간격으로 블레오마이신 경화치료를 이어가고 있다.
얼굴과 목에 멍이 든 것처럼 보이는 외모 때문에 또래나 주변 사람들의 시선이 쏟아지기도 하지만, 킨리는 밝고 씩씩한 태도를 잃지 않고 있다. "파란색 마커를 씹었냐"는 질문에도 웃으며 자신의 병을 친절히 설명하곤 한다.
다만, 현재 사용 중인 경화제(블레오마이신)는 누적 투여량 제한이 있는 데다, 청소년기 호르몬 변화로 혈관 기형이 다시 악화될 수 있어 장기적인 치료 대책이 필요한 상황이다.
이에 가족들은 이탈리아의 전문 클리닉에서 시행하는 '전기경화치료'에 희망을 걸고 있다. 전기경화치료는 전기 자극을 함께 활용해 약물이 비정상 혈관 세포 내로 훨씬 효과적으로 침투하도록 돕는 첨단 치료법이다.
발병 원인은? "생활 습관 영향 아닌 선천적 유전자 변이"
정맥성 혈관 기형은 임신 중 산모의 생활 습관이나 환경적 요인으로 인해 발생하는 질환이 아니다.
배아 수용체 발달 단계에서 혈관 형성 관련 유전자(대표적으로 TIE2, PIK3CA 유전자 등)의 불활성화 또는 돌연변이로 인해 선천적으로 정맥 혈관 벽의 근육층이 제대로 형성되지 않아 발생한다.
즉, 태아의 혈관이 만들어지는 과정에서 일어나는 불규칙한 세포 변이가 원인이므로 부모의 과실이나 후천적 원인과는 무관하다.
선천적인 유전자 이상으로 발생하는 질환인 만큼 확실한 예방법은 존재하지 않는다. 따라서 출생 후 이상 증상을 일찍 발견해 전문적인 진단과 치료를 받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영유아의 피부나 입술, 목 등에 원인을 알 수 없는 보랏빛 반점이나 부종이 보이고, 아이가 울 때 증상이 더 심해진다면 즉시 초음파나 MRI 검사를 통해 혈관 기형 여부를 확인해야 한다.
[email protected] 문영진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