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납치됐다" 택시기사 폭행한 만취 승객, 고속도로에서..

입력 2026.07.16 13:30수정 2026.07.16 13:45
"납치됐다" 택시기사 폭행한 만취 승객, 고속도로에서..
JTBC '사건반장' 갈무리

[파이낸셜뉴스] 고속도로 터널 안을 시속 100km로 달리던 택시 안에서 만취 승객이 기사의 목을 조르고 핸들을 꺾는 등 무차별 폭행을 가해 검찰에 송치됐다. 피해 기사는 큰 사고를 막기 위해 끝까지 핸들을 놓지 않았으나, 사건 이후 심각한 공포증에 시달리며 생업을 중단한 상태다.

택시기사 '백초크'한 만취 손님... 톨게이트에서 "납치됐다" 뛰쳐나가


16일 JTBC '사건반장'에 따르면 경기 지역에서 20년간 무사고로 일해온 50대 택시기사 A씨는 지난달 10일 자정 무렵 서울 강남역에서 용인으로 향하는 50대 남성 승객 B씨를 태웠다가 악몽 같은 일을 겪었다.

사건은 고속도로 진입 직후 시작됐다. B씨는 갑자기 "왜 길을 돌아가느냐"며 시비를 걸었고, A씨가 하차를 권유하자 "술에 취해 그랬다"며 사과한 뒤 다시 탑승했다.

하지만 이내 차 안에서 담배를 피우려다 제지를 당하자 또다시 난동을 부리기 시작했다. A씨가 진정하라며 건넨 비타민 음료를 마시고 잠드는 듯했던 B씨는 1분 만에 깨어나 "나를 어디로 납치하느냐"며 횡설수설했다.

급기야 시속 100km로 터널 안을 주행하던 순간, B씨는 뒷좌석에서 몸을 일으켜 A씨의 목을 팔로 강하게 감아 조르는 '백초크'를 시도했다. 이어 한 손으로 운전대를 강제로 꺾으며 "차를 세우라"고 위협했다.

A씨가 112에 신고하려 하자 휴대전화를 빼앗기 위해 얼굴을 가격했고, 안경이 벗겨진 A씨는 터널 옹벽을 들이받기 직전 간신히 차량을 멈춰 세웠다.

겨우 목숨을 건진 A씨가 경찰에 신고하자 B씨의 황당한 행태는 톨게이트 인근에서 계속됐다. 요금도 내지 않고 내린 B씨는 달리는 차들이 가득한 하이패스 차로로 뛰어들어 지나가는 차량 10여 대를 가로막았다. 그러고는 운전자들에게 "택시기사가 나를 약 먹이고 납치하려 한다. 서울로 태워달라"며 소리를 지르고 도주를 시도했다.

경찰이 출동하기 직전에는 피해 기사 A씨에게 다가가 "블랙박스 영상을 50만 원에 넘기라"며 증거인멸을 시도하는 대담함까지 보였다. 이후 고속도로 안전순찰대와 경찰이 도착하자 B씨는 끝까지 "기사가 비타민을 먹여 납치하려 했다"고 주장했으나, 경찰이 "허위 사실을 주장하면 무고죄로 처벌받을 수 있다"고 강력히 경고하자 그제야 범행을 자백했다.

"150만 원에 합의해달라"...피해 기사 "처벌 피해 가려는 꼼수, 엄벌 원해"


이 사고로 A씨는 경추 염좌와 목 타박상 등으로 병원 치료를 받고 있다. 육체적 상처보다 더 큰 문제는 정신적 트라우마였다. 20년간 무사고 베테랑이었던 A씨는 사건 이후 극심한 불안 증세와 터널 공포증이 생겨 한 달 넘게 운전대를 잡지 못해 생계에 직격탄을 맞았다.

술이 깬 가해자 B씨는 뒤늦게 사과 메시지를 보내며 합의를 시도했다. B씨는 "과음으로 이성이 마비됐다. 뼈저리게 후회한다"면서도 "모자란 금액밖에 없다. 150만 원 정도에 합의해달라"고 요구했다.

그러나 A씨는 이를 단호히 거절했다.
A씨는 "현장에서 도주하려 하고 블랙박스 거래까지 시도해 놓고, 이제 와서 처벌만 피해 가려고 얄팍한 꼼수를 쓰는 것 같아 진정성이 전혀 느껴지지 않는다"라며 "여기서 합의해 주면 제2, 제3의 피해자가 무조건 또 나올 것이다. 강력한 처벌만을 원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경찰은 B씨를 운행 중인 운전자를 폭행해 대형 사고 위험을 초래한 혐의(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운전자 폭행 등)로 입건해 조사했으며, 현재 사건은 검찰로 송치된 상태다.

moon@fnnews.com 문영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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