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 빠지고 밤에 식은땀이…" '쥬라기 공원' 샘 닐, 알고 보니

입력 2026.07.14 07:19수정 2026.07.14 08:32
"살 빠지고 밤에 식은땀이…" '쥬라기 공원' 샘 닐, 알고 보니
'쥬라기 공원' 그랜트 박사 샘 닐 별세. 뉴시스

[파이낸셜뉴스] 영화 '쥬라기 공원' 시리즈의 고생물학자 앨런 그랜트 박사 역으로 친숙한 뉴질랜드 출신의 명배우 샘 닐(향년 78세) 경의 타계 소식이 전해진 가운데, 그가 생전에 투병했던 희귀 혈액암과 암세포를 지웠던 첨단 치료법에 대한 대중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14일 호주 데일리텔레그래프·영국 가디언 등 외신에 따르면 유족 측은 성명을 통해 그의 죽음이 갑작스러운 일이었으나 투병해 왔던 암이 재발하지 않은 상태에서 품위 있게 눈을 감았다고 밝혔다. 앞서 샘 닐은 완전 관해(몸에서 암세포가 발견되지 않는 상태)를 진단받았다고 공표한 바 있다.

대학에서 법학을 전공하던 그는 연극 무대에 매료되면서 전공을 바꾸고 본격적인 연기자의 길을 걸었다. 1977년 뉴질랜드 영화 최초로 미국에서 개봉한 '슬리핑 독스'로 주목받기 시작했으며, 1979년 호주 영화 '나의 화려한 인생'을 통해 국제적인 인지도를 얻었다.

이후 '오멘 3: 최후의 심판', '붉은 10월', 칸 영화제 황금종려상 수상작인 '피아노', SF 호러의 걸작 '이벤트 호라이즌' 등 장르를 넘나드는 명연기를 펼치며 50여 년의 배우 생활 동안 150편이 넘는 작품에 발자취를 남겼다.

그에게 세계적인 명성을 안겨준 가장 대표적인 배역은 단연 1993년 작 '쥬라기 공원'의 고생물학자 앨런 그랜트 박사다. 당초 해리슨 포드에게 먼저 제안되었던 이 역할을 완벽하게 소화해 낸 그는, 이후 '쥬라기 공원 3'(2001)와 30년 만의 피날레를 장식한 '쥬라기 월드: 도미니언'(2022)에 이르기까지 오랜 세월 시리즈의 든든한 버팀목 역할을 했다.

영화계와 문화예술 발전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받아 그는 1991년 대영제국 훈장(CBE)을 받았으며, 2022년에는 뉴질랜드 공로훈장 기사동반자 작위를 받아 '경(Sir)'의 칭호를 얻었다. 유족으로는 4명의 자녀와 8명의 손주가 있다.

초기 증상은 '림프절 부종'...감기 오인하기 쉬운 희귀 혈액암


샘 닐은 지난 2022년 영화 '쥬라기 월드: 도미니언' 홍보 활동 도중 목 주변의 림프절이 붓는 증상을 느껴 병원을 찾았다가 희귀 혈액암의 일종인 3기 '혈관면역모세포성 T세포 림프종(AITL)' 진단을 받았다.

이 암은 우리 몸의 면역 체계를 담당하는 림프구 중 T세포가 변이를 일으켜 과다 증식하는 악성 종양이다. 전체 림프종 중에서도 발병 비율이 매우 낮은 희귀암에 속하며, 진행 속도가 빠르고 공격적인 성향을 띠는 것이 특징이다.

전문의들에 따르면 이 질환은 초기 증상이 뚜렷하지 않아 조기 발견이 매우 어렵다. 가장 대표적인 전조증상은 목이나 겨드랑이, 사타구니 등의 림프절이 통증 없이 서서히 부어오르는 현상이다. 보통 염증으로 인해 림프절이 부으면 통증을 동반하지만, 악성 림프종의 경우 통증이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어서 방치하기 쉽다.

여기에 특별한 이유 없이 체중이 급격하게 감소하거나 원인을 알 수 없는 발열이 지속된다면 질환을 의심해 보아야 한다. 특히 자는 동안 옷이 흠뻑 젖을 정도로 식은땀을 흘리는 '야간 발한'이나 전신 가려움증, 원인 모를 피부 발진 등도 혈관면역모세포성 T세포 림프종의 주요 의심 증상으로 꼽힌다.

혈액학 전문가들은 "이러한 증상들은 단순 피로 누적이나 감기몸살로 오인하기 쉽다"며 "통증이 없더라도 몸에 멍울이 만져지거나 원인 불명의 열과 식은땀이 수주 이상 지속된다면 반드시 병원을 찾아 정확한 혈액 검사와 조직 검사를 받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암세포 지운 치료제 'CAR-T(카티)' 세포치료란?


샘 닐은 일반적인 항암 화학요법이 효과를 보이지 않자, 호주에서 임상시험을 통해 신의료기술인 'CAR-T(키메라 항원 수용체 T세포)' 치료를 받았다. 이후 그는 회고록과 인터뷰를 통해 몸에서 암세포가 완전히 사라졌다는 기적 같은 소식을 전해 전 세계 환우들에게 희망을 안겼다.

CAR-T 치료는 환자의 혈액에서 면역세포인 T세포를 추출한 뒤, 암세포를 유도탄처럼 정확하게 찾아내 공격하도록 유전자를 조작하여 다시 환자의 몸에 주입하는 '환자 맞춤형 살아있는 항암제'다.

기존 항암제가 암세포와 정상 세포를 모두 공격해 심각한 부작용을 낳았던 것과 달리, CAR-T 세포는 암세포의 특정 단백질(항원)만을 표적해 파괴하므로 난치성·재발성 혈액암 환자에게서 높은 완치율을 보이고 있다.


다만, 샘 닐은 암 완치(완전 관해)를 알린 지 얼마 지나지 않아 갑작스럽게 별세했다. 암세포가 발견되지 않는 상태라 하더라도, 고령의 나이에 장기간 이어진 고강도 항암 치료와 CAR-T 치료를 거치면서 면역 기능과 전신 기능이 크게 떨어졌을 수 있다. 이 경우 패혈증과 같은 급성 감염증이나 심혈관계 질환 등 예측하기 힘든 합병증이 발생할 위험이 정상인보다 현저히 높아진다.

moon@fnnews.com 문영진 기자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