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걸그룹 아이브(IVE)의 멤버 안유진이 서울 서초구 '디에이치 방배' 아파트 청약에 당첨된 것으로 알려지면서, 현행 주택 청약 제도를 둘러싼 공정성 논란이 다시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무주택 서민의 내 집 마련을 돕겠다는 취지의 제도가 정작 수억 원의 가용 현금을 쥐고 있는 일부 고소득층과 부유층의 '로또 복권'으로 전락했다는 지적이다.
14일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안유진은 오는 9월 입주 예정인 '디에이치 방배(방배5구역 재건축)' 일반분양 추첨제 물량에 당첨된 것으로 전해졌다. 해당 단지는 투기과열지구 규정에 따라 일반분양 중 215가구가 추첨제로 공급되었으며, 이 중 한 자리를 차지한 것으로 추정된다.
지난 2024년 8월 분양 당시 이 아파트의 전용면적별 분양가는 ▲59㎡ 최고 17억 250만 원 ▲84㎡ 22억 4300만 원 ▲101㎡ 25억 원 등으로 책정되었다. 분양가 상한제가 적용돼 당시 주변 시세보다 저렴하게 공급된 결과, 현재 프리미엄은 천정부지로 치솟았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시스템에 따르면 지난 4월 전용 84㎡ 입주권이 36억 9295만 원에 거래된 데 이어 현재 시장 호가는 40억 원 안팎에 형성되어 있다. 안유진이 어떤 평형에 당첨됐는지는 정확히 확인되지 않았으나, 가장 수요가 많은 전용 84㎡ 기준일 경우 무려 18억 원 수준의 시세차익을 거두게 된다.
"현금 없는 서민은 구경만"… 기회 불균형에 무주택자 분통
이 같은 소식이 전해지자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 '블라인드' 등 온라인 공간을 중심으로 2030 세대 무주택자들의 불만이 쏟아지고 있다. 굳이 정부의 제도적 배려 없이도 자력으로 주택을 구입할 수 있는 고소득 연예인이 '로또 청약'의 혜택까지 가져가는 구조가 합리적이냐는 비판이다.
특히 가장 큰 문제로 지적되는 부분은 '가용 현금 동원력'이다. '디에이치 방배' 전용 84㎡에 당첨될 경우, 당장 계약금(분양가의 20%)으로만 최소 4억 원 이상의 현금을 즉시 동원해야 했다. 여기에 중도금 이자 후불제가 적용되지 않아, 대출을 받더라도 매달 수백만 원에 달하는 이자 비용을 감당할 수 있어야 계약을 유지할 수 있다.
한 직장인은 "일반 청년들은 추첨에 넣을 자격조차 꿈꾸지 못할 만큼의 높은 현금 장벽이 존재한다"며 "결국 돈 놓고 돈 먹기 식의 '금수저 배 불리기' 시스템으로 변질됐다"고 꼬집었다.
대출 규제 완화냐, 분상제 폐지냐… 전문가 해법 엇갈려
부동산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현행 제도의 손질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으나, 구체적인 원인 진단과 해법을 두고는 의견이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다.
우선 현행 대출 규제를 완화해야 한다는 측에서는 현행 제도가 평범한 직장인의 진입 자체를 막고 있다고 주장한다. 강남권처럼 입지가 좋고 시세 차익이 확실한 지역일수록 주택담보대출비율(LTV)과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등 규제 장벽이 높아, 실질적으로 현금 동원력이 없는 서민층에게는 기회조차 주어지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이에 따라 실수요자들을 위한 금융 지원 길을 넓혀주어야 실질적인 공정성을 확보할 수 있다는 의견이 힘을 얻고 있다.
반면 문제의 근본 원인을 대출 규제가 아닌 분양가 상한제 자체로 보는 시각도 만만치 않다. 인위적으로 분양가를 낮추는 정책이 오히려 시장 왜곡과 투기 심리를 자극하고 있다는 비판이다. 분양가를 과도하게 억제하기보다는 주변 시세 수준에 맞춰 현실화하되, 이를 통해 발생하는 개발 이익을 청년 주택 공급이나 공공재원으로 환수하는 방식이 전반적인 부동산 시장 안정과 형평성 제고에 유리하다는 분석이다.
moon@fnnews.com 문영진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