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책임은 내게" 주머니 손 넣고 퇴장한 홍명보…"이게 책임이야?"

입력 2026.06.29 09:09수정 2026.06.29 09:58
"모든 책임은 내게" 주머니 손 넣고 퇴장한 홍명보…"이게 책임이야?"
사진=KBS 뉴스 캡처

[파이낸셜뉴스] 홍명보 감독이 대표팀 감독직에서 물러나겠다는 뜻을 밝힌 뒤, 질의응답 없이 짧은 입장문만 읽고 회견장을 떠난 방식을 두고 비판이 나왔다. 바지 주머니에 손을 넣은 채 퇴장한 장면까지 공개되면서 사퇴 발표 태도가 도마에 올랐다.

대표팀을 이끌었던 홍명보 감독은 28일(현지시간) 멕시코 과달라하라 인근 사포판의 치바스 바예 베르데 훈련장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준비한 입장문을 읽고 사의를 표했다.

홍 감독은 대표팀 감독직을 다시 맡기로 한 결정이 쉽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그는 "저는 오늘 대표팀 감독직에서 물러난다. 대표팀 감독직을 다시 맡는다는 건 내게 결코 쉬운 결정이 아니었다"며 "다른 생각은 하지 않았고, 주어진 책임을 끝까지 다하는 게 내 일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선수 선발과 훈련 준비 과정에서 스스로 던졌던 질문도 언급했다. 홍 감독은 "'나의 선택이 대한민국을 위한 선택인가, 한국 대표팀을 위한 선택인가' 선수를 선발할 때도 훈련을 준비할 때도 내내 이런 질문을 내게 던졌다"며 "내가 내린 판단이 모두 옳았다고 말할 수 없지만, 모든 판단의 기준은 한국 축구였다"고 했다.

대회 성적에 대한 책임은 자신에게 있다고도 했다. 그는 "이번 대회 성적은 기대에 미치지 못했고 모든 책임은 내게 있다"며 "대표팀 감독직을 내려놓지만 한국 축구를 위한 마음은 내려놓지 않을 것이고, 한국 축구가 다시 응원받을 수 있도록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덧붙였다.

입장문 낭독은 길지 않았다. 홍 감독은 취재진의 질문을 받지 않고 회견장을 빠져나갔고, 이때 바지 주머니에 손을 넣은 모습이 카메라에 잡혔다.

영상 공개 뒤 온라인 커뮤니티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는 성적 부진으로 물러나는 감독이 보일 태도로 적절하냐는 비판이 이어졌다. 1분 30초 남짓한 입장문만 읽은 뒤 질문을 받지 않고 퇴장한 점도 지적됐다.

스포츠 캐스터 박종윤은 이날 유튜브 채널 '이스타 TV'에서 사퇴 발표 형식을 문제 삼았다. 그는 "이건 기자회견이 아니라 입장문 발표"라며 "기자회견을 하겠다고 한 건데 라이브도 아니고 질문도 받지 않았다"며 당혹감을 나타냈다. 이어 "그래도 2년간 대한민국 축구 대표팀 감독이지 않았나. 워딩과 표정, 전달 형태가 너무 충격적이다"라고 말했다.

축구 해설위원 이주헌도 사퇴 발표 방식에 실망감을 나타냈다. 그는 "써온 입장문을 그냥 쭉 읽는데 아무렇지 않게 '사임합니다'라고 말하는 걸 보고 무시당하는 느낌을 받았다"고 말했다.

박종윤은 홍 감독이 사퇴 발표 순간을 모욕적으로 받아들였을 수 있다고 봤다. 그는 "홍명보 감독 입장에서는 대한민국 축구를 위해 대표팀을 다시 맡았는데 성적이 나빠 비난이 쏟아지니 지금 이 순간이 상당히 모욕적일 것"이라고 말했다.

박종윤은 사퇴 발표 당시 감정이 책임 인정과는 달라 보였다고도 비판했다. 그는 "대한민국 대표팀을 잘 책임지지 못해서 미안하다는 사람의 감정이 아니라 내가 모욕적이라 이 자리를 박차고 나가지 않으면 참을 수 없다는 감정이라면 입장문, 말하는 뉘앙스, 전달하는 형태가 다 이해 간다"고 말했다.

입장문에 반복된 표현을 두고도 박종윤은 "입장문 속에 '대한민국 축구'가 많이 등장하는데, '나의 축구' '홍명보의 축구 인생'이라고 하면 다 맞지 않냐"고 꼬집었다.

온라인 커뮤니티와 SNS에는 "끝까지 화나게 하네" "이게 책임이야? 이게 책임지는 거냐고" "전형적인 나르시시스트의 화법과 태도다. 반성하는 사람이라면 저런 태도와 말투가 안 나온다. 잘못에 대한 성찰이나 반성은 안 하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 등의 댓글이 올라왔다.

대표팀 성적도 비판의 배경이 됐다. 홍 감독이 이끈 한국은 조별리그 1차전에서 체코에 2-1 역전승을 거뒀다.
그러나 멕시코와의 2차전, 남아프리카공화국과의 최종전에서 각각 0-1로 패하며 1승 2패(승점 3, 골 득실 -1), 조 3위에 머물렀다.

자력으로 32강에 오르지 못한 한국은 사흘 동안 다른 조 경기 결과를 기다렸다. 그러나 32강 진출 조건이 충족되지 않으면서 조 3위 팀 중 10위, 최종 34위로 대회를 마쳤다.

hsg@fnnews.com 한승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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