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삼성전자 디바이스경험(DX) 부문 직원들이 반도체(DS) 부문과의 극심한 성과급 격차에 항의하며 집단 행동에 돌입했다.
19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 DX 부문 직원들은 전날 경기 수원 본사에서 검은색 옷이나 검은 마스크를 착용하고 출근하는 '검은 옷 입기 캠페인'에 나섰다. 이 단체 행동은 DX 부문 직원이 주축이 된 삼성전자 노동조합 '동행(동행노조)'이 주도하고 있다. 일반 사무직은 검은색 계열의 옷이나 신발을 착용하고, 현장 직원들은 검은 마스크를 쓰는 방식으로 동참했다.
해당 캠페인은 전국 사업장으로 점차 확대되고 있다. 앞서 10일 강동, 16일 구미에 이어 이날 수원에서 캠페인이 진행됐으며, 오는 23일 광주, 24일 서울 우면 사업장에서도 단체 행동이 이어질 예정이다. 일부 직원들은 점심시간을 활용해 침묵시위를 벌이기도 했으며, 현장에는 직원들의 불만을 담은 포스트잇 게시판이 설치됐다.
최대 100배 벌어진 보상 규모… "같은 회사, 같은 권리" 요구
이번 단체 행동의 핵심 도화선이 된 것은 최근 삼성전자 노사가 도출한 임금교섭 잠정합의안에 담긴 성과급 지급 기준이다. 해당 합의안에는 향후 10년간 반도체(DS) 부문 사업 성과의 10.5%를 별도로 떼어내 'DS 특별경영성과급' 재원으로 활용한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이에 따른 부문별 예상 보상 규모를 산출해 보면 격차는 확연히 드러난다. 사상 최대 실적을 가정해 올해 삼성전자의 영업이익을 300조 원으로 추산할 경우, DS 부문 내 메모리사업부 직원은 자사주로 지급되는 특별경영성과급과 초과이익성과급(OPI)을 합쳐 1인당 최대 6억 원(세전 연봉 1억 원 기준)의 보상을 거머쥘 수 있다.
반면, 가전과 스마트폰 등을 담당하는 DX 부문 직원들에게 돌아가는 몫은 1인당 600만 원 상당의 자사주 지급 수준에 그칠 것으로 전망된다.
동일한 회사에 근무함에도 소속 사업부에 따라 성과급 규모가 최대 100배 가까이 벌어질 것으로 예상되자 DX 부문 직원들의 상대적 박탈감은 극에 달한 상태다.
이에 동행노조는 "같은 회사, 같은 권리"를 전면에 내세우며 조직적인 단체 행동에 나섰다. 노조는 조합원들에게 사내 메신저 프로필 닉네임을 해당 구호로 통일하도록 변경을 독려하는 한편, 올해 연봉계약서 체결을 단체로 유예하는 등 사측을 향한 전방위적인 압박 수위를 끌어올리고 있다.
동행노조 '과반' 달성 vs 초기업노조 '내홍'
성과급 논란은 삼성전자 내부의 노조 지형까지 크게 흔들고 있다.
합의를 주도했던 삼성그룹 초기업노동조합 삼성전자지부(초기업노조)를 향한 불만이 커지면서 조합원의 대거 이탈이 발생했다. 반면 반발 세력을 규합한 동행노조의 가입자 수는 18일 오후 기준 2만 6117명으로 급증했다. 이는 DX 부문 전체 임직원(5만 1717명)의 50.5%에 해당하는 수치로, 단숨에 '과반 노조' 지위를 확보하게 됐다.
거센 후폭풍에 직면한 초기업노조는 최승호 위원장에 대한 재신임 투표라는 초강수를 뒀다. 투표는 오는 24일부터 30일까지 진행되며, 최 위원장은 재신임을 받을 경우 향후 교섭에서 DS 부문을 우선하고 교섭단위 분리를 추진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moon@fnnews.com 문영진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