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사람은 안 당한다고?... "8분 만에 9700만원 송금" 사연

입력 2026.06.15 07:00수정 2026.06.15 09:02
젊은 사람은 안 당한다고?... "8분 만에 9700만원 송금" 사연
ⓒ 뉴스1 김초희 디자이너


(서울=뉴스1) 전준우 기자 = # 30대 A 씨는 최근 검사를 사칭한 인물로부터 불법 대포통장 사건에 연루됐다는 청천벽력 같은 전화를 받았다. 사기범은 "자금 추적 수사에 협조하지 않으면 피의자로 신분이 전환될 수 있다"며 압박했다. 그는 이어 "혹시 모를 실제 연루 가능성에 대비해야 한다"며 가족과 지인에 대한 미안함을 담은 반성문과 자기소개서 작성을 요구했다. 가짜 수사 상황임에도 심리적으로 완전히 위축된 A씨는 결국 스스로 통제력을 잃고, 불과 8분 만에 세 차례에 걸쳐 총 9700만 원을 사기범에게 송금했다.

금융사기의 취약계층은 고령층일 것이라는 통념과 달리, 모바일 환경에 익숙한 2030 세대를 겨냥한 '심리 지배형(가스라이팅)' 범죄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단순한 송금 유도를 넘어 피해자를 범죄 가해자로 몰아 공포와 죄책감을 극대화하는 방식으로, 학력이나 직업에 상관없이 속수무책으로 당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15일 토스뱅크에 따르면 2030세대의 금융사기 피해 비중은 2024년 54%에서 2025년 66%로 급증했다. 20대 평균 피해액은 2800만 원, 30대는 4462만 원에 달했다.

토스뱅크는 2021년부터 금융사기 피해를 입은 고객을 보호하기 위해 고의가 없는 경우 최대 5000만 원을 보상하는 '안심보상제'를 운영 중인데, 5월 말 기준 누적 9500건, 68억 원에 달하는 피해를 구제했다.

최근 금융사기 패턴에서 두드러진 특징은 피해자에게 자기 몰입을 유도하는 반성문 작성을 요구한다는 점이다. 사기범은 무고함을 입증하려면 진심을 보여야 한다며 가족과 지인에 대한 미안함을 적게 만드는데, 피해자가 가짜 수사 상황에 스스로 완전히 몰입하도록 만들어 심리적으로 완벽히 통제하기 위한 전략이다. 이 단계에 이르면 직업과 연령을 불문하고 누구든 심리적으로 통제된 상태에 놓일 수 있다.

토스뱅크 관계자는 "통상 금융사기의 피해자는 고령층이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최근 패턴을 보면 2030 젊은층을 심리적으로 완전히 통제한 뒤 덫을 놓아 송금하게 만드는 경우가 많다"며 "학력이나 직업, 연령 등에 상관없이 젊은층도 피해자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아르바이트 또는 '저금리 대출' 절차로 오인해 타인의 자금을 대신 받아주거나 전달하다 범죄에 연루되는 경우도 있다. 과거처럼 대포통장을 직접 구매하는 대신, 범죄 이력이 없는 일반인의 '깨끗한 계좌'를 포섭해 자금 세탁 통로로 활용되고 있어서다.

깨끗한 계좌는 금융권의 이상거래 탐지 시스템(FDS)에서도 정상 거래와 구별하기가 어려운데, 사기범들이 이 점을 노려 자금을 여러 개인 계좌로 나누어 옮기고, 이를 반복적으로 거치게 하며 자금 흐름을 복잡하게 만드는 등 금융사기 수법이 교묘해지고 있다.

신고가 접수된 계좌는 즉시 입출금이 중단되는 등 정상적인 금융 생활이 어려울 수 있어 주의가 요구된다. 상대 은행으로부터 지급정지에 대한 이의제기가 수용되었다는 '채권소멸절차 종료 통지서'를 받아 제출하기 전까지는 2개월간 지급정지를 겪고, 이후에는 3년간 금융회사에서 통장을 개설하지 못하는 경우가 발생할 수 있다.

금융당국에서도 금융사기 수법이 날로 진화하면서 대응 수위를 높이고 있다. 지난해 10월 은행권 정보를 바탕으로 보이스피싱 정보공유·분석 AI 플랫폼(ASAP)을 출범, 올해 4월까지 6개월간 약 32만 건의 정보를 공유하고 475억 원의 자금 편취를 사전에 차단했다.


신종피싱·대포계좌 유형까지 금융회사의 면밀한 탐지체계 구축을 위해 'FDS 공동 탐지룰'도 마련 중이다.

6~7월간 업권별 시뮬레이션 등을 통해 탐지모델의 정확성 등을 면밀히 테스트하고 세부 수정사항 등을 반영해 3분기 중 최종 공동룰을 확정한 뒤 은행권부터 순차적으로 적용해 나갈 예정이다. 업권별 공동룰은 연 2회 이상 정기적으로 업데이트해 나갈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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