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시스] 아이오아이. (사진 = 스윙엔터테인먼트 제공) 2026.05.29.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이재훈 기자 = 청춘이라는 무대는 종종 잔인한 서바이벌이다. 세상이라는 거대한 오디션 장에서 우리는 끊임없이 나를 뽑아달라며 '픽 미(Pick Me)'를 외치지만, 시대는 쉽게 응답하지 않는다. 가뜩이나 살아내기 버거운 2030 청춘들에게, 9년 만에 다시 뭉친 프로젝트 그룹 '아이오아이(I.O.I)'의 콘서트는 단순한 향수가 아니라 살아남은 자들이 서로의 안부를 묻는 거대한 연대의 장이었다.
"예스 아이 러브 잇.(Yes i love it.)" 29일 오후 서울 잠실실내체육관에서 열린 '2026 아이오아이 콘서트 투어: 루프(LOOP)'는 10년 전 엠넷 걸그룹 결성 서바이벌 '프로듀스 101'에 임하던 소녀들과 그들을 힘껏 응원했던 '국민 프로듀서(앙둥이)'들이 기어이 잘 지내고 있음을 확인하는 성장 서사의 완성이었다. 실제 예매자의 약 86%가 2030 세대(20대 60.3%·30대 25.8%)(놀(nol) 티켓 기준)였다는 사실은, 이 공연이 동시대를 관통해 온 세대의 애틋한 동창회였음을 방증한다.
2017년 그들의 마지막 콘서트 타이틀은 시간을 되돌리고 싶은 염원을 담은 '타임 슬립(Time Slip)'이었다. 그러나 9년이 흘러 이들이 쥐고 온 단어는 '루프(LOOP)', 즉 선순환(善循環)이다. 각자의 고유성을 안고 흩어져 치열하게 K-팝 혹은 K-드라마 생태계를 견뎌낸 이들은, 과거에 머무르지 않고 현재진행형의 기적을 만들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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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부처 같은 표정으로 '스톤 나영'이나 불리던 임나영은 훨씬 더 다채로운 표정과 매력의 리더가 됐다. 청하의 날렵한 몸짓, 김세정의 표현력, 정채연의 눈부신 외모, 김소혜의 위트, 유연정의 탄탄한 가창력, 최유정의 쇼 스토퍼 같은 익살, 김도연의 세련미, 전소미의 여전한 센터 같은 끼는 이들이 각자 아티스트로서 무르익었음을 증명했다. 이번 활동엔 사정으로 참여하지 못했으나 응원법에 등장한 강미나, 주결경에 대한 앙둥이들의 호명은 아이오아이가 언제나 11인을 환기시켰다.
이들이 9년 만에 발매한 앨범인 미니 3집 '아이오아이 : 루프(I.O.I : LOOP)' 타이틀곡 '갑자기'가 멜론 톱100 1위라는 성과를 거둔 것은, 이들의 재회가 멈춰진 과거의 복원이 아니라 끊임없이 앞으로 나아가는 선순환의 궤도에 올랐음을 입증한다. 오랜만에 여백이 있는 아이돌 그룹의 노래인 '갑자기' 무대에선 우렁찬 떼창이 나오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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콘서트의 서사는 '소나기'를 기점으로 짙은 감정의 소용돌이에 진입했다. 조명으로 구현된 빗줄기 아래서 전주가 흐르자, 객석 곳곳에서는 훌쩍이는 소리가 번지기 시작했고 멤버들의 눈시울도 이내 붉어졌다. "내리는 비가 / 그칠 때쯤에 / 그때 다시 만나요 / 우리 다시 웃으며 / 함께 있을게요"라는 노랫말은 단순한 가사가 아니라 9년을 관통해 지켜낸 단단한 약속이었다. 삶이라는 궂은 비를 각자의 자리에서 견뎌낸 서로를 향한 위로였다. 멤버들은 무대 위에서 "우리가 이렇게 골라보면 어때요? 오늘 각자의 원픽을"이라며 서로를 보듬었고, "연정이가 있다는 생각만으로도 올라오면서 너무 든든한 거예요"(세정)라며 긴 시간 다져진 굳건한 믿음을 내보였다. "같은 하늘 같은 시간 같은 곳에서 이젠 다른 사랑 다른 사람 만나고 있겠죠"('같은 곳에서' 중) 같은 시간 속에서도 서로의 행복을 빌다가 이렇게 만나 우정을 나누는 것이다.
'너무너무너무' 가장 미학적인 순간은 '벚꽃이 지면' 무대였다. 곡이 끝난 뒤 공중으로 나비 모형들이 춤추듯 날아올랐다. 이는 필시 호접지몽(胡蝶之夢)의 풍경이었다. 꿈속에서 나비가 된 것인지, 나비가 꿈속에서 내가 된 것인지 분간할 수 없는 물아일체(物我一體)의 경지. 나비의 자유로운 날갯짓 속에는 10년 전의 소녀들과 지금의 멤버들, 그리고 객석의 팬들이 하나로 투영돼 있었다. "벚꽃이 지면 우리 사랑은 / 여름처럼 뜨거워질 수 있나요"라는 물음은, 찰나의 봄이 지나가더라도 우리의 연대와 사랑은 더욱 뜨거워질 것이라는 또 다른 선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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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은 여전히 팍팍하고, 비는 언제든 다시 내릴 수 있다.
하지만 기꺼이 서로의 우산이 돼줬던 시간의 기억이 있다면 우리는 다시 웃으며 서 있을 수 있다. 아이오아이가 9년 만에 재입증한 것은 바로 그 흔들림 없는 선순환의 약속이다. 그 약속은 오는 31일까지 같은 장소에서 계속 맺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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