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광주 도심에서 흉기 피습을 당한 여고생을 구하려다 중상을 입은 고교생 A군(17)이 사건 이후 악성 댓글에 시달리며 정신적 고통을 호소하고 있는 가운데, 지방자치단체는 A군에 대한 '의사상자' 지정을 추진하기로 했다.
11일 광주 광산구는 지난 5일 새벽 광산구 월계동 흉기 살인 사건 당시 피해 여학생을 구조하려다 크게 다친 A군에 대해 의사상자 인정 절차를 직권으로 추진 중이다.
사건은 지난 5일 오전 0시 11분께 발생했다. 귀가 중이던 여고생 B양(17)은 일면식도 없는 20대 남성 장모씨가 휘두른 흉기에 공격당했다. 당시 인근을 지나던 A군은 비명을 듣고 현장으로 달려갔고, 쓰러진 B양으로부터 "119를 불러달라"는 요청을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신고를 시도하던 순간 장씨가 다시 흉기를 들고 달려들었고 A군은 이를 막다가 손등과 목 부위를 크게 다쳤다. 그는 피를 흘리는 상황에서도 범인을 밀쳐낸 뒤 지인에게 연락해 도움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B양은 병원으로 이송됐지만 끝내 숨졌고, A군은 긴급 수술을 받은 뒤 치료를 받고 있다. 현재 낯선 사람이 다가오기만 해도 몸이 굳는 외상 후 스트레스장애(PTSD) 증세를 보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사건 직후 온라인상에서는 "남학생이 도망갔다", "혼자 살겠다고 현장을 벗어났다"는 식의 악성 댓글이 이어졌다.
뉴스1에 따르면 A군 가족은 당시 상황을 제대로 알지 못한 채 쏟아진 비난에 큰 상처를 받았다고 호소했다.
A군의 아버지는 "영웅처럼 봐달라는 것이 아니라 잘못한 행동을 한 것은 아니라는 점만 알아달라"며 "누군가를 살리기 위해 몸을 던진 아이가 위축되지 않고 살아갔으면 한다"고 말했다.
A군도 B양을 끝내 지키지 못했다는 죄책감으로 힘들어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인터뷰 중에도 "그 학생이 살았어야 했는데… 안타깝고 또 안타깝다"며 한동안 말을 잇지 못하고 침울해한 것으로 알려졌다.
광산구는 A군의 행동이 타인의 생명을 구하기 위한 구조 행위에 해당한다고 판단하고 있다. 의사상자로 인정되면 보건복지부 심사를 거쳐 치료비와 보상금, 의료급여 등을 지원받을 수 있다. 광주시교육청도 '자랑스러운 광주학생상' 수여 등을 검토하고 있다.
y27k@fnnews.com 서윤경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