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인된 딸에게 동거 계약서 들이 민 부모 "월세 29만원 안 내면..."

입력 2026.05.11 14:07수정 2026.05.11 15:08
성인된 딸에게 동거 계약서 들이 민 부모 "월세 29만원 안 내면..."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게티이미지뱅크

[파이낸셜뉴스] 성인이 된 자녀가 부모에게 경제적으로 의존하며 함께 사는 '캥거루족'이 전 세계적인 현상으로 자리 잡은 가운데, 미국의 한 부모가 자녀에게 제시한 엄격한 '동거 계약서'를 두고 온라인상에서 뜨거운 설전이 벌어지고 있다.

미국 부모의 '가혹한 조치' 글에, 누리꾼 대부분이 "20세면 성인"


지난달 말, 미국 온라인 커뮤니티 레딧에는 20세 조카가 부모로부터 받은 계약서 내용을 폭로하는 글이 올라와 화제가 됐다. 해당 계약서 서두에는 "이 집에 사는 것은 권리가 아니라 특권"이라는 문구가 명시됐다.

주요 내용은 구체적이다. 자녀는 매달 월세 200달러(약 29만 원)와 휴대전화 요금 100달러(약 14만 원)를 부모에게 지불해야 한다. 또한 아르바이트에 안주하지 않고 정규직 일자리를 구하기 위해 노력해야 하며, 식기세척기 정리·반려견 배변 처리·욕실 청소 등 집안일을 의무적으로 분담해야 한다는 조건이 붙었다. 만약 가사 의무를 어길 경우 하루 5달러(약 7300원)의 청소비를 별도로 내야 한다는 '벌금 조항'까지 포함됐다.

작성자 A씨는 "조카가 ADHD와 우울증을 앓고 있어 정서적으로 미성숙한 상태인데, 이런 압박은 오히려 조카를 무기력하게 만들 것"이라고 우려했다.

하지만 부모 측은 "딸이 저축은 하지 않고 배달 음식에만 돈을 쓰고 있다"며 "최소한의 책임감을 가르치기 위한 훈육의 일환"이라고 반박했다.

사연을 접한 대다수 누리꾼들은 "20세 성인에게 월 200달러로 숙식을 제공하는 것은 가혹한 것이 아니라 엄청난 혜택을 주는 것"이라며 부모의 조치를 지지했다. 특히 "작성자가 조카가 안쓰럽다면 아무 조건 없이 직접 데려다 키우면 된다"는 냉소적인 반응도 잇따랐다.

한국도 '캥거루족' 화두... 30대도 부모님과 동거 늘어


이 같은 '성인 자녀 독립' 문제는 국내에서도 심각한 사회적 화두다. 한국고용정보원이 발표한 '2030 캥거루족의 현황 및 특징' 보고서에 따르면, 2020년 기준 25~34세 청년 중 부모와 동거하거나 경제적으로 독립하지 못한 비율은 66.0%에 달했다. 2012년(62.8%)과 비교해 꾸준히 상승하는 추세다.


특히 최근에는 20대 후반보다 30대 초반(30~34세) 연령대에서 캥거루족 증가세가 더욱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다. 고졸 이하 학력, 수도권 거주자, 미취업자 그룹에서 캥거루족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았다.

전문가들은 "청년들의 독립 지연은 양질의 일자리 부족과 주거비 상승 등 구조적 문제와 맞물려 있다"며 "단순히 개인의 의지 문제로 치부하기보다는, 청년들이 스스로 소득을 관리하며 자립할 수 있는 사회적 환경 마련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moon@fnnews.com 문영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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