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권준언 윤주영 기자 = 정부가 27일부터 다음 달 9일까지 휘발유와 경유 도매가격 상한을 올리면서 기름값 인상 우려가 커지고 있다. 유통 마진까지 더해지면 소비자 판매가격이 리터당 2000원대 초반에서 형성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정부 조치가 적용되기 전날인 26일 오후 10시쯤 서울 동작구 흑석동의 한 주유소에는 약 150m 길이의 차량 행렬이 이어졌다. 휘발유 1790원, 경유 1791원 수준의 비교적 저렴한 가격에 차량이 몰린 것이다.
소형 SUV를 몰고 온 노 모 씨(33·여)는 "피자를 포장하러 나왔다가 주유해야겠다고 생각해 줄을 섰다"며 "15분이나 기다려서 주유소에 들어가는 건 처음"이라고 말했다. 이어 "여기가 그나마 주변보다 싼 편이라 몰린 것 같다"고 했다.
50대 남성 백 모 씨는 "TV를 보고 기름값이 오른다는 걸 알고 나왔다"며 "고급유를 넣어야 해서 오늘 무조건 가득 채우려고 한다"고 말했다.
직장인 엄 모 씨(53)는 "기름값이 오르는 건 알고 나왔다"며 "차로 출퇴근해 일주일에 한 번은 주유해야 하는데 부담이 되는 건 사실"이라고 말했다. 이어 "다른 나라 일 때문에 국민들만 피해를 보는 것 같다"며 "이번 한 번으로 끝나지 않고 더 오를 것 같다"고 우려했다.
다만 정부 조치가 시행된 27일에도 서울 시내 주유소 판매가격은 아직 전날 수준에 머물렀다. 이날 오전 서울 마포구의 한 주유소의 기름값은 휘발유 1838원, 경유 1818원으로 전날과 같았다.
이는 도매가격 상한 인상이 현장 판매가격에 곧바로 반영되지 않기 때문이다. 주유소들이 기존 가격 기준으로 들여온 재고를 보유하고 있어서다. 통상 주유소는 5일에서 최대 2주 치 재고를 보유하고 있어, 재고 소진 시점에 따라 가격 반영 시기와 폭이 달라질 수 있다.
이날 오전 주유소를 찾은 시민들은 아직 가격이 본격 반영되기 전 기름을 넣으려는 모습이었다. 일부는 유가 상승이 물가 인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주유소 직원 이 모 씨(53)는 "전날 저녁에도 손님이 많이 몰려 매출이 평소보다 약 20% 정도 늘었다"고 말했다. 그는 "가격이 오르기 전에 미리 넣으려는 분들이 많아 1만 원, 2만 원씩 소액으로 주유하는 경우도 많았다"며 "요즘 소비자들이 기름값에 민감하다 보니 오르기 전에 조금이라도 넣어두려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박 모 씨(43)는 전날 뉴스를 보고 출근길에 주유소를 찾았다. 그는 "평소엔 필요한 만큼만 넣는데, 오늘은 가격이 오르기 전에 일단 미리 채워두려고 3만 원어치 넣었다"며 "본격적으로 오르기 전에 다시 와서 주유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전쟁 때문에 하도 난리라서 기름값 뉴스는 관심을 가지고 보고 있다"고 했다.
아현동에서 채소 장사를 하는 허군재 씨(55)는 이날 가락시장에서 물건을 떼 온 뒤 주유소를 찾았다. 허 씨는 "저는 가락시장만 오가는 정도라 개인적으로 부담이 크진 않다"면서도 "지방에서 물건을 싣고 올라오는 차들은 하루에도 한두 번씩 기름을 넣어야 하니, 기름값이 오르면 야챗값이나 물가에도 영향이 있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산업통상부는 27일 0시부터 다음 달 9일까지 2주간 적용할 석유 최고가격을 휘발유 1934원, 경유 1923원, 실내 등유 1530원으로 지정했다고 밝혔다. 최고가격은 정유사가 일선 주유소에 공급하는 가격의 상한치다. 이번 2차 최고가격은 1차 대비 전 유종이 210원씩 인상된 수준이다.
정부는 주유소 재고 상황에 따라 가격 반영 시점이 달라질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따라 당분간은 기존 재고 물량이 소진될 때까지 이전 가격 수준의 판매가 이어지다가, 이후 점진적으로 인상분이 반영될 가능성이 크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