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지난달 28일(현지시간) 시작된 미국과 이스라엘의 대규모 대(對)이란 군사작전에 대해 미국 내부에서 미국이 이란에 패배했다는 비관적인 진단이 나왔다.
미국 싱크탱크 경제정책연구센터 "미국 더 악화할 것"
기욤 롱 미국 싱크탱크 경제정책연구센터(CEPR) 선임 연구원은 18일(현지시간) 경제 전문지 포춘에 ‘미국은 이란을 공격해 힘을 과시하려 했지만, 이미 전쟁은 패배로 끝났다. ’장대한 분노‘(Epic Fury)는 처참한 실패작(Epic Fail)으로 보인다(The U.S. attacked Iran to show its power but the war is already lost. Epic Fury looks like an Epic Fail)’는 제목으로 기고했다.
롱 연구원은 “미국과 이스라엘이 벌이는 이란과의 전쟁은 이미 미국에게 불리하게 돌아가고 있다. 만약 이란이 군사적으로 패배한다 해도 미국의 정치적 목표는 달성될 가능성이 낮다”며 “결국 미국은 이 전쟁으로 더욱 약화할 것”이라고 봤다.
그러면서 롱 연구원은 미국 패배 원인을 분석했다.
먼저 이란의 '저항력과 회복력'이 예상보다 뛰어났다고 봤다. 실제 아야톨라 알라 하마네이 최고지도자, 알리 라리자니 최고국가안보회의 사무총 등 고위 지도부가 잇따라 제거되는 상황에도 이란의 정권은 붕괴되지 않았다.
이를 두고 롱 연구원은 “이란이 지속적인 공격 속에서도 기능을 유지할 수 있도록 광범위한 비상 계획을 철저하게 세워왔음을 보여준다”면서 “이란 지도부에 대한 공습은 효과가 없고 오히려 정부 지지층을 더 급진화시키고 사전에 설정된 전쟁 프로토콜을 발동시키는 역효과를 낳았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트럼프 대통령은 전략적 함정에 빠졌다”며 “이란 정권 교체라는 목표를 달성하지 못했을 때와 더 이상 전쟁을 하지 않겠다는 공약을 철회했을 때 감수해야 할 정치적 손실 사이에서 선택해야 한다”고 했다.
걸프국 반대에도 이스라엘 요청으로 전쟁 지적
미국이 이스라엘의 요청에 따라 이 전쟁을 시작했다는 점도 주목했다.
롱 연구원은 “이란과의 대규모 충돌이 지역 전체를 불안정하게 만들 것이라는 점을 잘 알고 있던 걸프국들은 처음부터 이 전쟁을 반대했다”며 이 같이 주장했다.
미국·이스라엘이 이란을 공습하기 하루 전 오만은 이란이 핵분열 물질을 비축하지 않기로 합의했다는 성과를 발표했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이 파기한 기존 이란 핵협정에서 이란이 합의한 내용보다 훨씬 더 나아간 양보였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이 핵합의 도중 이스라엘과 함께 이란을 공격하면서 합의는 시작하기도 전에 무산됐다.
이란의 보복 공격을 받는 걸프국은 물론 미국 트럼프 행정부의 호르무즈 해협 군함 파견 압박을 받고 있는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와 호주, 한국, 일본 등 동맹국들은 이번 전쟁으로 미국과 불편한 사이가 됐다.
롱 연구원은 “현재 상황은 이란이 오랫동안 추구해 온 전략적 목표, 즉 걸프 지역에서 미국의 안보 기반을 약화하는 결과를 낳고 있다”며 “미국과 걸프 파트너 국가 간의 신뢰는 약해지고 일부 국가가 안보 협력 수준을 낮춘다면 그것만으로도 이란에게는 ‘전략적 승리’”라고 봤다.
이번 전쟁의 가장 큰 아이러니 중 하나로 이란의 핵 프로그램을 포함한 모든 강력한 억지력이 사실상 사라졌다는 점도 꼽았다.
롱 연구원은 “이란이 이 전쟁으로 막대한 파괴에서 살아남는다면 핵 억지력에 대한 욕구는 더욱 커질 수 있다. 이 전쟁의 결과는 이란이 막겠다고 공언했던 바로 그 위협을 오히려 가속화하는 결과를 초래할 가능성이 크다”고 짚었다.
또 “‘장대한 분노’ 작전은 점점 더 처참한 실패로 기울고 있다. 미국은 자신들의 군사력이 여전히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음을 보여주려고 작전을 시작했지만, 이번 세기 가장 중대한 전략적 오판 중 하나로 꼽힌다”며 “미국의 패권이 서서히 무너져가는 결정적인 순간이 기록되고 있다”고 꼬집었다.
y27k@fnnews.com 서윤경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