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한부 아내 위해 '킬' 당해주실 분" 남편이 올린 사연은..

입력 2026.02.27 14:27수정 2026.02.27 15:24
"시한부 아내 위해 '킬' 당해주실 분" 남편이 올린 사연은..
/사진=배틀그라운드 공식 카페

[파이낸셜뉴스] 위암 말기 판정을 받은 아내를 위해 남편이 올린 간곡한 게시글 하나가 300여명의 게이머와 게임사를 움직였다.

지난 18일 오후 11시 30분께 배틀그라운드(이하 배그) 공식 카페에는 심상치 않은 글이 게재됐다. 아내가 위암 말기 시한부 판정을 받았는데, 평소 즐겨 하던 게임에서 멋진 플레이로 추억을 남길 수 있도록 도와달라는 내용이었다.

작성자 A씨는 "두 아이의 엄마이자 사랑하는 아내가 31살 현재 위암 보르만 제4형 복막전이 상태로 위암 말기 판정을 받고 수술도 항암치료도 불가한 몸상태로 병원 입원 중에 있다"며 운을 뗐다.

이어 "저와 아내는 배틀그라운드라는 게임을 참 좋아했다. 1등을 하고 '오늘 저녁은 치킨이닭'이라는 문구를 보는 것이 삶이 행복한 이유 중 하나였다"고 말했다.

A씨는 "한 업체에서 게이밍 노트북을 지원 받아 병원에서 게임 1판을 할 수 있을 것 같다"며 "아내를 위해 '킬'을 당해달라는 말도 안되는 부탁을 드리고 싶다"고 했다.

A씨에 따르면 '봇(초보를 위한 컴퓨터 플레이어) 외엔 5명 이상의 유저를 킬해 본 적이 없는' 아내의 공격에 기꺼이 죽어줄 수 있는 유저를 모집한다는 요청이었다.

해당 게시글이 올라오자 "당장 지원하겠다", "무조건 참여하겠다"는 댓글이 빠르게 달리기 시작했다. 이후 A씨는 총 300여명의 유저가 지원을 해줬다고 밝혔다. 사연을 접한 개발사 카카오게임즈 등도 즉각 호응해 무대를 함께 꾸렸다.

"시한부 아내 위해 '킬' 당해주실 분" 남편이 올린 사연은..
아내(왼쪽)의 총에 맞아 '킬' 당하고 있는 유저들의 모습. /사진=배틀그라운드 스트리머 '주키니TV' 라이브 영상 갈무리

그렇게 지난 22일 오후 11시, '불가능을 가능하게 만든' 커스텀 매치가 열렸다. 주키니TV·박프로·도시보이 등 유명 스트리머와 공식 카페 서포터즈, 크래프톤 직원, 일반 유저들까지 총 99명이 자리를 채웠다. 오직 A씨의 아내를 위한 무대였다.

이날 매치는 아내의 압도적인 승리로 마무리됐다. 평소 5킬 이상을 달성해 본 적이 없던 아내가 이날 무려 95킬을 기록하며 1위를 차지했다. 배그 한 판 최대 인원이 100명인 점을 감안하면, 사실상 게임 내 모든 상대를 혼자 잡아낸 셈이다. 화면에는 "이겼닭! 오늘 저녁은 치킨이닭!"이라는 승리 문구가 떴다.

아내의 캐릭터를 중심으로 수십 명의 캐릭터들이 'Good Night'이라고 적힌 현수막을 들고 기념사진도 남겼다.

"시한부 아내 위해 '킬' 당해주실 분" 남편이 올린 사연은..
(왼쪽부터) A씨 아내가 게임에서 승리한 후 띄워진 화면에 A씨 부부가 삶의 행복 중 하나라고 할 정도로 좋아했다는 "이겼닭!오늘 저녁은 치킨이닭" 문구가 적혀있다. 평소 '5킬' 하던 A씨 아내는 이날 '95킬 9008딜'을 기록했다. /사진=배틀그라운드 공식 카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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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 시계방향) 병실에서 링거를 맞으며 99명의 배그 유저들과 게임을 즐기고 있는 A씨 아내의 모습. 게임이 끝난 후 단상 위에 올라가 'Good Night'이라고 적힌 현수막을 들어올리며 감사를 전하는 A씨 아내(의 게임 캐릭터). 카카오게임즈로부터 받은 선물에 둘러싸여 행복해하는 A씨 아내. /사진=배틀그라운드 공식 카페

매치를 마친 다음날 A씨는 "아내를 위한 마지막 선물을 만들어 주신 모든 분께 감사하다"며 후기를 올렸다.

A씨는 환자복 차림으로 링거를 맞으며 노트북 앞에 앉아 게임을 하는 아내의 사진과 함께 "아내가 좋아한다. 행복해 한다. 웃는다. 2025년 마지막 날 위암 말기 선고를 받은 후 볼 수 없었던 행복한 미소를 다시 볼 수 있었다. 글을 쓰는 지금도 감사함에 눈물이 흐른다"라고 전했다.

이어 그는 "생각도 못한 과분한 사랑을 받게 되어 정말 좋은 세상이고 행복한 삶이라는 걸 다시 한번 느꼈다. 여러분 모두는 저희 가족에게 있어 '영웅'"이라며 "귀한 시간을 아낌없이 주셔서 감사하다.
평생 가슴속에 간직하겠다"고 했다.

A씨는 매치를 진행한 스트리머가 건넨 "다음에도 하자"는 말을 언급하며 "다음에도 꼭 같이 게임하자"고 글을 맺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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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ms@fnnews.com 성민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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