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복통과 혈변 증상을 단순 치질로 오인해 방치했다가 '48시간 내 사망할 수 있다'는 시한부 경고를 받고 응급 수술을 받은 20대 여성의 사연이 전해졌다. 이 여성은 정밀 검사 끝에 궤양성 대장염을 진단받았으며, 대장 절제술을 통해 가까스로 목숨을 건졌다.
지난 17일(현지시간) 영국 매체 '니드 투 노우'에 따르면 켄트에 거주하는 시아라 맥매니건(25)은 2021년부터 복부 팽만감과 혈변 증상을 겪었다. 당시 의료진은 이를 변비성 치질로 판단해 별다른 정밀 검사 없이 약물만 처방했다.
배변 시 피만 쏟는 날도 계속, 악화되는 증상
하지만 증세는 갈수록 악화됐다. 체중이 줄고 구토가 잦아졌으며 탈모와 피부 트러블까지 겹쳤다. 배변 시 피만 쏟는 날도 계속됐다. 2022년 초 가슴 통증으로 응급실을 찾은 시아라는 심각한 빈혈 판정을 받았고, 검사 결과 대장과 직장에 만성 염증이 발생하는 '궤양성 대장염'으로 확인됐다.
면역억제제와 생물학적 제제 등 약물 치료를 시도했으나 효과는 일시적이었다. 식사가 힘들어지고 응급실을 드나드는 일이 잦아졌다. 상태가 급격히 나빠진 시점은 2023년 5월이었다. 마지막 약물 치료마저 실패로 돌아가면서 고열과 함께 장 기능이 뚝 떨어졌다.
의료진은 대장 천공 위험을 경고하며 수술하지 않을 경우 48시간 내 사망할 수 있다고 통보했다. 결국 10시간 30분에 이르는 대수술 끝에 대장 대부분을 잘라내는 결장아전절제술이 진행됐다. 의료진은 "장 조직이 심하게 손상돼 매우 취약한 상태였다"고 설명했다.
수술 후 장루를 착용하게 된 시아라는 "이전과 달리 몸 상태가 빠르게 안정되는 것을 느꼈다"고 전했다. 이후 2024년에는 장루 영구화 수술과 직장 제거 수술을 추가로 받았다. 그는 "그 일을 겪은 뒤 삶을 대하는 태도가 완전히 달라졌다"며 "이제는 하루하루를 소중히 여기며 산다"고 덧붙였다.
젊은 층 위협하는 궤양성 대장염
시아라가 앓은 궤양성 대장염은 대장 점막에 만성 염증과 궤양이 발생하는 대표적 염증성 장질환이다. 직장에서 시작된 염증이 대장 전체로 퍼질 수 있으며 설사와 혈변, 복통 등이 반복된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환자 수는 2012년 약 1만 명에서 2022년 4만 명을 넘어서며 10년 새 4배 이상 급증했다.
정확한 발병 원인은 규명되지 않았으나 유전과 면역 이상, 장내 미생물 불균형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주된 증상은 잦은 설사와 지속적인 혈변, 점액변, 발열 등이다. 일반 장염은 길어도 2주 안에 호전되지만, 이 질환은 수주에서 수개월 이상 증상이 이어지거나 재발하는 특징이 있다.
치료는 염증 정도에 따라 단계적으로 이뤄진다. 경증은 항염증제로 조절하고 중등도 이상은 스테로이드나 면역조절제를 쓴다. 최근엔 생물학적 제제도 쓰인다. 약물에 반응하지 않거나 장 출혈, 천공 등 합병증이 생기면 대장 절제술 같은 수술이 필요할 수 있다.
hsg@fnnews.com 한승곤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