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한 인플루언서가 "못나도 맛있다"며 판매한 파치귤(상품성이 떨어지는 귤)이 곰팡이 등 품질 논란에 휩싸였다.
18일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 따르면 지난 17일 인플루언서 A씨를 통해 파치귤을 구매한 소비자들은 제품의 상태가 불량하다며 집단 환불을 요구했다.
앞서 A씨는 "껍질 얇고 속이 꽉 찬! 가정용 혼합과. 귤 맛있기로 유명한 효돈귤. 컨테이너로 붓지 않고 일일이 손으로 선별해서 보낸다"며 "귤 당도는 15~18브릭스(Brix)이다. 못나도 맛있다. 택배비 포함 10㎏에 3만3000원에 판매한다"고 공동구매를 진행했다.
하지만 실제 배송받은 귤의 상태는 심각했다. 구매자들이 올린 사진을 보면 대부분이 곰팡이가 피어 썩었거나 물러진 귤, 껍질이 말라비틀어진 귤, 벌레 먹은 귤 등으로 뒤섞여 있었다.
구매자 B씨는 "귤 하나 때문에 밤새 뒤척였다. A씨를 믿고 구매했는데 본인은 책임이 없다고 한다"고 불만을 제기했다. 또 다른 구매자도 "이 귤을 사랑하는 가족들에게 먹일 수는 없다. 딸 사진 올려놓으셨던데 똑같은 귤을 아이에게 주신 게 맞냐"고 꼬집었다.
일부 구매자들은 A씨가 제주 감귤 조례를 위반한 것 아니냐는 주장도 제기했다. 제주도 감귤 조례에 따르면, 감귤 출하 시 생산자 단체 및 품질 검사가 필수지만, 해당 감귤 상자에는 검사필 표시 없이 등급만 '특'으로 적혀 있었다.
논란이 커지자 A씨는 "감귤을 유통하는 업체 사장은 저와 지인 관계로, 저에게 귤을 먹어보라고 전했고 맛있게 먹은 뒤 판매 제안을 수락했다"며 "내가 현장에서 귤을 포장할 땐 파과나 너무 마른 귤은 제외했지만 그 이전이나 이후의 작업은 업체에 맡겼다. 다만 알맹이가 중요하다고 생각해 껍질 상태는 크게 고려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해당 사안에 대해 행정기관은 A씨에게 '자체 환불 조치'를 권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업체 측이 해결 의지가 없어 보여 제가 직접 환불을 처리하겠다"며 "곧 환불 접수를 위한 창구를 마련하겠다. 부족한 사람이라 죄송하다"고 사과했다.
사연을 접한 누리꾼들은 "귤이 아니라 쓰레기를 보냈다", "곰팡이 핀 귤을 돈 받고 파냐?", "공짜로 줘도 안 먹는다", "파치귤을 10kg 3만3000원에 파는 것도 너무 비싸다" 등 비판했다.
서귀포시, 비상품 감귤 판매 철퇴
한편 서귀포시는 최근 SNS에서 '못난이 귤' '가정용 감귤' 등 문구로 비상품 감귤을 혼합 판매하고 있다는 민원을 접수하고, 택배 현장을 확인해 조례 위반 사항에 대한 행정 처분을 내렸다고 18일 밝혔다.
'제주도 감귤 생산 및 유통에 관한 조례'에 따르면 감귤 크기와 당도 뿐만 아니라 부패·변질·일소·병해충·상해 등으로 상품성이 저하된 경우도 비상품으로 구분된다.
시는 올해산 노지감귤 출하가 마무리될 때까지 일반 선과장 유통 단속과 함께 직거래 농가 및 택배 집하장 위주 점검을 병행할 방침이다.
유지호 서귀포시 농수축산경제국장은 "겉모양이 조금 좋지 않은 감귤과 유통 자체가 불법인 감귤은 명확히 다르다"며 "소비자를 기만하고 제주 감귤 명성을 해치는 비양심적인 행위를 뿌리 뽑아 소비자가 믿고 먹을 수 있는 상품 감귤만을 유통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moon@fnnews.com 문영진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