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겨울철 부산 도심을 달리며 명물로 자리 잡았던 '산타 버스'가 안전 문제를 우려한 민원으로 운영을 중단한 가운데, 누리꾼을 중심으로 해당 민원을 넣은 인물이 ‘악성 민원인’이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이에 해당 민원인으로 지목된 남성이 "부산 '산타버스' 민원은 자신이 넣은 것이 아니다"라고 부인하고 나섰다.
‘산타버스’는 부산의 한 버스 기사가 연말 따뜻한 분위기를 전달한다며 버스 내부를 크리스마스트리로 꾸민 것을 시작으로 9년간 이어져 왔다. 승객들의 호응으로 점차 노선과 참여 버스가 늘었고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화제가 되며 부산의 명물로 떠올라 타 지역까지 확산했다.
그러나 지난 13일, 부산시 버스운송사업조합 등에 따르면 산타 버스 4개 노선(187번·508번·3번·109번)과 인형 버스(41번) 시설물이 모두 철거됐다. 산타 버스 내부 장식품이 화재 위험이 높아 보인다는 민원이 제기되자 부산시가 해당 버스를 운영하는 회사에 철거하라는 취지의 공문을 보냈기 때문이다.
15일 JTBC ‘사건반장’에 따르면, 누리꾼들은 ‘산타버스’ 폐지 민원을 넣은 인물로 부산에서 3년간 8895건의 고소·민원을 제기해 지난 2020년 징역형을 선고받은 일명 ‘민원왕’ A씨를 지목했다.
이에 대해 A씨는 “내가 부산 ‘산타버스’ 철거 민원을 넣었다는 주장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며 전면 부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A씨가 부산 외 지역 ‘산타버스’에 운영 중단 민원을 넣은 것은 사실인 것으로 확인됐다.
A씨는 자신의 SNS에 “부산 ‘산타버스’ 하나만 중단하면 재미없지 싶어서 이왕 하는 김에 사상구 마을버스 6번 노선과 경기도, 충청남도 천안시 ‘산타버스’까지 공정하고 공평하게 민원을 올리는 것이 맞다”는 글을 올리고 해당 지역 ‘산타버스’ 운영 중단 민원 ‘인증샷’까지 첨부했다.
이와 관련해 누리꾼들의 질타가 이어지자 A씨는 “‘산타버스’에 목숨 건 승객들아, 안전이 가장 중요한 거 아니냐”, “운행중단 시키는 걸 갖고 벌떼같이 나에게 달려들지 마라” 등의 댓글을 단 것으로 전해졌다. 또한 자신을 민원인으로 지목한 제보자에게 법적 대응을 하겠다며 "허위 사실 적시 명예훼손으로 법적 대응 진정서를 제출했으니 추후 경찰서에서 보자" 등의 글을 남기기도 했다. 현재 논란이 된 A씨의 계정은 삭제된 상태다.
지난 9년간 산타 버스를 운영해 온 187번 버스 기사는 “원래 ‘산타버스’가 규정을 따지면 버스 안에 (장식을) 하면 안 되는 것”이라며 “시에서도 신고가 들어오면 처리를 해야 하는 입장이다. 하지만 (민원인도) 동심이 있다면 내가 조금 불편하고 보기 싫더라도 한 달만 참아주면 좋겠다는 생각”이라는 심정을 밝혔다.
또한 자신의 SNS 계정에 "(장식) 일부 철거 후 25일까지만이라도 운행할 수 있을 줄 알았는데 전부 철거하라고 한다. 아이들에게 많이 미안하다“며 ”인기가 없었을 때는 민원이 없었는데 좋아하는 이들이 많아지고 유명해지니까 그만큼 싫어하는 이들도 많아졌다.
한편 부산시 측은 ‘산타버스’를 철거하는 대신 불연성 소재 등으로 개선하는 방안 등에 대해 “화재가 아니라도 전선에 걸려 넘어질 수도 있으므로 철거를 요청했다”며 “안전이 우선이라고 판단했다. 시에서도 많은 고민을 했고 아쉬움이 많다”는 입장을 전했다.
bng@fnnews.com 김희선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