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을 넘어 영원으로" 듀스 28년만 신곡과 AI로 부활한 김성재

입력 2025.11.28 06:12수정 2025.11.28 06:12
27일 신곡 '라이즈' 청음회 현장 내년 상반기 4집 발매 예정…"AI로 활동하는 듀스" "기술은 듀스가 과거에 멈추지 않고 살아 움직이는 방식"
"시간을 넘어 영원으로" 듀스 28년만 신곡과 AI로 부활한 김성재
[서울=뉴시스] 듀스 '라이즈' 뮤직비디오 속 김성재. (사진 = KT지니뮤직 제공) 2025.11.28.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이재훈 기자 = "시간을 넘어 영원으로 / 나의 꿈을 지켜낼 거야 / 그 어떤 무엇도 / 저 알 수 없는 내일까지도 / 다 두렵지 않아"

얼굴을 가리고 있던 가면이 깨지고 고(故) 가수 김성재의 전성기 시절 얼굴이 드러나자 힙합 듀오 '듀스(DEUX)'의 팬덤 '듀시스트'들 사이에서 환호성이 터졌다.

27일 오후 서울 광화문 세종문화회관 뜨락. 10도 이하의 쌀쌀한 날씨에도 듀스의 상징색 붉은 옷을 입은 듀시스트 200명은 추워하기는커녕 눈시울이 계속 뜨거워져 열기를 주체할 수 없는 모습이었다.

듀스가 28년 만인 이날 신곡 '라이즈(Rise)' 음원을 발매하고 김성재와 그의 영원한 음악적 파트너 이현도의 젊은 시절을 인공지능(AI)으로 재현한 뮤직비디오를 선보인 것에 대해 벅차 올랐기 때문이다.

KT스퀘어에 달린 두 개의 초대형 전광판에 김성재와 이현도의 얼굴이 나올 때마다, 이날 광화문 광장에서만큼은 추위가 멀찌감치 달아났다.

이날 자리는 이현도가 가요 기획사 와이드컴퍼니와 KT·KT지니뮤직이 공동 주최한 청음회 현장. 이르면 내년 상반기 중 발매되는 듀스의 정규 4집 프로젝트를 알리는 신호탄이었다.

"시간을 넘어 영원으로" 듀스 28년만 신곡과 AI로 부활한 김성재
[서울=뉴시스] 김혜진 기자 = 27일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듀스 신곡 공개 기념 특별 청음 행사 더 사운드 스테이지 위드 KT'(THE SOUND STAGE with KT)를 찾은 관객들이 신곡을 감상하고 있다.듀스가 신곡을 발매하는 것은 28년만이며 이번 신곡에서 김성재의 목소리를 인공지능(AI) 기술로 복원해 되살렸다. 2025.11.27. jini@newsis.com
이현도·김성재가 결성한 듀스는 한국 힙합의 첫 장면 중 하나로 통한다. 올해가 데뷔 32주년이다. 흑인 음악을 국내에 소개하며 짧은 활동 기간에 굵직한 획을 그었다. "음악은 물론이고 춤, 패션, 태도에서 그들은 메이저이자 언더그라운드였고 힙스터이자 젊은 마스터"(임희윤 음악평론가)였다.

1993년 4월 1집 '듀스(Deux)'로 데뷔 이후 3집까지 내고 2년 만인 1995년 7월 해체됐다. 하지만 '나를 돌아봐' '굴레를 벗어나' '우리는' '여름 안에서' 등의 히트곡을 내며 그룹 '서태지와 아이들'과 어깨를 나란히 했다. 두 사람의 목소리가 함께 담긴 마지막 음반은 1997년 나온 베스트 앨범 '듀스 포에버'다. 이 음반의 타이틀곡 '사랑, 두려움'은 당시 신곡이었다. 정규 4집은 무려 31년 만에 나오는 정규인 셈이다.

그런데 이번 4집 콘셉트엔 듀스가 활동을 중단하지 않고 연이어 앨범을 냈으면 어땠을까라는 상상을 담고 있다. '라이즈' 뮤직비디오에서 젊은 시절을 강조하는 이유다. 어느덧 쉰 살이 넘은 이현도가 이날 자리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은 까닭이기도 하다. 영원히 젊음을 사는 김성재와 보폭을 맞추기 위해서다. 듀스는 이렇게 생과 죽음의 경계를 넘나들며 언제나 단짝이다. 듀스는 프랑스어로 둘이라는 뜻을 갖고 있다.

'라이즈'는 1990년대 듀스를 상징하는 '뉴잭스윙(New Jack Swing)' 사운드가 기반이다. 이현도 표 감각적인 리듬은 여전했고, AI 기술로 김성재의 목소리 등을 추출해 되살아난 그의 목소리는 향수를 자극했다. 듀스의 유산과도 가은 예전 감성과 최신 기술의 만남은 '다시 일어선다'는 제목처럼, 시간을 초월한 부활을 상징했다.

'라이즈' 뮤직비디오에도 역시 듀스 정신을 담았다. 미래를 배경으로 한 작품 속에서 힙합 문화 중 상징인 '그래피티'를 하는 두 멤버의 모습은 감탄했다. 그들이 그리는 듀스의 상징 그림인 붉은 동심원은 듀스의 정신과 듀시스트의 마음을 안테나처럼 멀리 멀리 퍼트렸다. 듀스의 음악을 구하기 위한 저항군 같이 등장하는 듀스와 듀시스트는 '문화 게릴라'였던 이들을 표현하는 더할 나위 없는 메타포였다.

"시간을 넘어 영원으로" 듀스 28년만 신곡과 AI로 부활한 김성재
[서울=뉴시스] 김혜진 기자 = 27일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듀스 신곡 공개 기념 특별 청음 행사 더 사운드 스테이지 위드 KT'(THE SOUND STAGE with KT)를 찾은 관객들이 무대를 기다리고 있다.듀스가 신곡을 발매하는 것은 28년만이며 이번 신곡에서 김성재의 목소리를 인공지능(AI) 기술로 복원해 되살렸다. 2025.11.27. jini@newsis.com
데이비드 최 와이드 컴퍼니 공동 대표는 "듀스의 싱글 '라이즈'는 단순한 컴백곡이 아니다. 한 시대의 사운드를 만들었던 두 아티스트의 유산을 지금의 기술과 창작 방식으로 다시 이어가는 새로운 출발점"이라고 특기했다.

이번 프로젝트는 김성재의 목소리를 당시의 감정과 즐거움을 그대로 전달할 수 있도록 보강하면서 시작됐다. 이 과정을 통해 이현도와 와이드 컴퍼니는 자연스럽게 하나의 결론에 도달했다.

데이비드 최 대표는 "앞으로의 듀스는 지금 모습이 사람이 아니라 두 멤버 모두 AI라는 동일한 형태로 무대에 서는 것이 맞다는 것이다. 이현도 프로듀서가 이 자리에 직접 서지 않은 이유도 여기 있다"고 설명했다. "오늘의 듀스는 현재의 누군가가 아니라 두 멤버가 같은 시간 같은 형식, 같은 화면 안에 서는 방식으로 다시 여러분 앞에 돌아오고자 한다"는 것이다.

듀스의 정체성과 철학은 언제나 실험 정신과 도전이었다. 30년 전 당시 한국 문화에서는 생소했던 뉴잭스윙이라는 장르에 과감히 도전했고, 그 혁신이 오늘날 K-팝의 부흥의 한 축이 됐음은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데이비드 최 대표는 "30년이 지난 이 순간 듀스는 그 정신을 이어 또 한 번 새로운 도전을 한다. 바로 AI로서 활동하는 듀스다. 죽음이라는 한계를 넘지 못해 30년 가까이 멈춰 있어야 했던 시간을 이제 시대의 흐름과 기술로 극복하고, 과거의 굴레를 벗어나 새로운 모습으로 여러분과 다시 소통하고자 한다. 이것은 기술로 사람을 대처한다는 의미가 아니다. 오히려 기술을 통해 듀스가 과거에 멈추지 않고 앞으로도 계속 살아 움직일 수 있는 새로운 활동 방식을 선택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시간을 넘어 영원으로" 듀스 28년만 신곡과 AI로 부활한 김성재
[서울=뉴시스] 서울 광화문 KT스퀘어에서 공개한 듀스 신곡 '라이즈' 뮤직비디오. (사진 = KT지니뮤직 제공) 2025.11.28.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40대 중반의 듀시스트인 김지연 씨는 "듀스 신곡 발매 소식에 먼저 흥분했다. 다만 AI로 김성재 씨를 부활시킨다는 것에 대해선 크게 기대를 하지 않았다. 그런데 오늘 김성재 씨의 목소리가 담긴 신곡과 재현한 그의 얼굴이 담긴 뮤직비디오를 보니 듀스 4집에 대한 기대가 더 커졌다"고 벅차했다.

글로벌 라이프스타일 댄스 기업 원밀리언(1MILLION)은 이날 듀스의 '나를 돌아봐' '굴레를 벗어나' '사랑, 두려움' 등에 맞춰 듀스의 춤을 재해석한 안무로 축하 공연을 펼쳤다. 특히 현재 디렉터의 자리에 있어 무대에는 거의 오르지 않는 원밀리언의 안무가 최영준·백구영도 직접 춤을 춰 주목 받았다. 현진영과 와와에서 와와로 활약하며 댄스 신에도 분명한 유산을 남긴 듀스 두 멤버에 대한 존경심을 담은 의미였다. '라이즈' 안무도 만든 최영준 안무가는 "저희가 듀스 춤을 이번에 재구성하면서, '듀스의 좋은 춤과 노래는 잘 이어져 내려왔구나'를 다시 느꼈다. 많은 배움이 있었다"고 말했다.


이날 현장엔 1세대 K-팝 아이돌 그룹 'H.O.T.' 멤버 강타, 래퍼 딥플로우·팔로알토, 재일교포 3세인 일본 비주얼 록 가수 미야비 등이 함께 하며 듀스의 유산을 축복했다. 김성재의 어머니인 육미승 여사도 함께 했다. 또한 김성재에 대한 미안함, 고마움 등 다양한 감정을 담아 이현도가 담담하게 부른 듀스의 미공개곡(제목 미정)도 처음으로 베일을 벗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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