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안태현 기자 = 지난 2014년 방송된 tvN 드라마 '미생'에는 "버틴다는 건 어떻게든 완생으로 나아간다는 거니까, 넌 잘 모르겠지만 바둑에 이런 말이 있어, 미생, 완생, 우리는 아직 다 미생이야"라는 대사가 등장했다.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 모두는 여전히 완생을 꿈꾸는 '미생'일 뿐이라는 내용의 이 대사는 당시 모든 이들의 마음을 꿈틀거리게 했다.
그리고 그 시점으로부터 11년이 지난 2025년. 안방극장에서는 또 다른 '완생'을 꿈꾸는 '미생'들의 삶이 시청자들을 만나고 있다. '미생'의 주인공이 사회초년생 계약직 장그래(임시완 분)였다면, 지금의 드라마들은 중년이 된 아저씨, 아줌마들이 꿈꾸는 '완생'의 과정을 보여주면서 시청자들의 마음을 다시 한번 꿈틀거리게 만들고 있다.
지난달 25일부터 방송 중인 JTBC 토일드라마 '서울 자가에 대기업 다니는 김부장 이야기'(이하 '김부장 이야기')는 25년 동안 대기업에서 살아남아 이제 임원 자리를 노릴 수 있겠다고 생각했던 김낙수(류승룡 분) 부장의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서울에 자가 아파트를 가지고 있고, 대기업에 다니는 남 부럽지 않은 삶. 모든 걸 이뤘다고 생각한 순간, 김낙수의 인생은 다시 요동치기 시작했다. 바로 회사의 인사조정에서 미끄럼틀을 타고 쭉 내려가 서울도 아닌 아산 공장 현장의 안전관리팀장으로 좌천된 것. '완생'으로 나아가고자 했던 김낙수는 여전히 자신이 미생임을 깨닫고 새로운 발판을 밟아 나가고 있다.
이 과정에서 '김부장 이야기'는 단순히 한 중년 가장의 위대함만 보여주지 않는다. 회사에서는 상사와 후배 눈치 보기 바쁘고, 집에서는 아들에게 존경받고 싶지만 그러지 못하는 슬픔도 함께 그린다. 마냥 '꼰대'로, 또 가부장적인 사람으로 보일 수 있지만 자신이 모든 짐을 끌어안아야 가족이 편하다는 마음과 대기업에서 살아남기 위해 고군분투했던 세월의 흔적이 그의 옷매무새를 만들어냈다.
그런 그의 삶의 궤적과 함께 다시 한번 본사로 돌아가겠다는 꿈을 꾸면서 변화하게 되는 상황을 보고 있자면, 마음속으로 계속해 응원을 전하게 된다. 꼰대 같은 행동을 할 때는 정말 꿀밤을 한 대 쥐어박고 싶지만, 그럼에도 김낙수의 삶을 응원하게 된다는 건 그 속에서 현실을 살아가는 우리의 모습을 발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 10일 방송을 시작한 TV조선(TV CHOSUN) 새 월화미니시리즈 '다음생은 없으니까' 속 조나정(김희선 분)의 삶도 그렇다.
조나정은 한때는 억대 연봉을 받으며 잘 나가던 쇼호스트였으나, 결혼과 두 아들의 육아를 위해 전업주부가 된 인물이다. 자신의 모든 꿈을 포기하고 가족을 위해 희생하던 조나정은 학창 시절 앙숙인 양미숙(한혜진 분)이 라이브 커머스로 대박이 났다는 사실을 알게 된 후, 접어두었던 홈쇼핑 쇼호스트에 다시 도전하게 되는 인물이다.
단순히 자존심의 싸움으로 덜컥 제2의 삶을 도전하게 된 조나정이었지만, 그건 삶의 의미를 찾아 나서게 된 위대한 발걸음의 시작이었다. 결국 조나정은 스위트홈쇼핑의 경단 탈출 재취업 채용에 지원했고, 남편 노원빈(윤박 분)의 "엄마가 돼서 애들 위해서 1, 2년을 못 참아?"라는 독설에도 당당히 합격의 목걸이를 목에 걸게 됐다.
'경단녀'라는 천장을 뚫고 다시 한번 인생 2막을 맞게 된 조나정의 인생 역시도 '김부장 이야기속 김낙수와 맞닿아 있다.
드라마를 보면서 김낙수와 조나정의 삶을 지켜보며 시청자들이 응원을 보내는 건 우리 역시 그들과 같은 완성되지 못한 삶을 살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김부장 이야기'와 '다음생은 없으니까'가 전해주는 중년의 '완생' 찾기란, 결국 '영포티'와 '영피프티'의 자기 위로가 아닌 남녀노소 모두에게 전하는 응원의 찬가라 할 만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