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A씨가 받은 업무는 영화와 수량 등을 배정받으면 지정해준 배급사에서 예매를 진행한 후 그 결과를 양식에 맞춰 업체 쪽에 보내면 되는 것이었다. B씨가 공유한 링크로 들어가면 영화명, 영화사, 수량, 수익률 등이 표기돼있었고 그에 따라 이른바 ‘미션’을 실시하면 됐다.
예매 표 한 장당 가격은 1만5000원이었고, 수익률은 10~15%로 형성돼있었다. 1장 예매를 마치면 1500~2250원 정도를 수익으로 취할 수 있다는 뜻이었다. 다만 본사 지원, 즉 업체로부터 받는 돈으로만 ‘미션’을 진행한다면 수익률은 5%라고 했다. A씨는 굳이 본인 돈을 투입하고 싶지 않았기 때문에 후자를 택했다.
이처럼 간단하고 수익금은 즉시 지급되며, 출금도 언제든 가능하다는 말에 A씨는 안심했다. 혹여 잘못되더라도 본인 자금이 들어간 게 아니라 손해 볼 게 없다고 생각했다.
이후 B씨는 해당 작업은 3명이 담당해야 한다며, 팀원 2명도 함께 해야 한다고 했다. 이들은 B씨가 알려준 사이트에서 본사에서 지원받은 5만원을 충전한 후 포인트로 전환했고 첫날 5~6건 정도의 미션을 완료했다. 다음 날에도 4~5건을 마쳤다.
그러자 B씨는 수고했다며 미션 등급을 VIP로 높일 수 있다고 했다. 그리고선 ‘1차 미션’이라는 창을 띄웠고 거기엔 예매 수량을 15장으로 시작해 50장, 200장, 500장, 그리고 최종적으로 900장 채워야 한다는 내용이 있었다. 이를 위해 장당 1만5000원을 책정해 총 1350만원이 필요하다고 적혀 있었다. 그래야 ‘미션 완료’가 되는 것이었다.
하지만 A씨는 이를 추진할 돈이 없었고, 충전금액이 없어 더 이상 못 하겠다고 말도 했다. 하지만 B씨는 한 명이라도 미션 완료를 못 하면 다른 팀원 2명 수익뿐 아니라 원금까지 출금할 수 없다고 했다. 그러자 팀원들도 노력 좀 해달라며, 본인들도 대출 받아서 충당하고 있다고 압박하고 나섰다.
결국 A씨는 이에 못 이겨 저축은행에서 11% 이율로 700만원가량을 대출받아 충전에 썼다. B씨는 따로 개인 메시지를 보내 “이번이 마지막 기회니 마이너스 통장을 만들든 대출을 받든 꼭 성공시켜야 한다”며 이번에 지연된 건 자신이 영화사 임원에게 말해서 해결했으니 반드시 처리해달라고 했다.
쉴 새 없는 압력이 들어오니 A씨는 이성적인 판단을 하기 힘들었다. 그 와중에도 매회 빠지겠다는 의사를 표했으나 B씨뿐 아니라 팀원들도 ‘당신 하나 때문에 전부 출금 못 하게 할 거냐’라는 등의 사실상 협박을 가했다. 결국 A씨는 800만원 정도를 입금하게 됐다.
A씨는 뒤늦긴 했지만 원금이라도 찾고 싶어 고객센터에 문의하니 예치보증금 500만원을 납부해야 절차가 진행된다는 답변만 받을 수 있었다.
금감원 관계자는 기본적으로 사비를 써야 하는 업무는 사기일 가능성이 농후하다고 설명했다. 또 업체 쪽에서 제시하는 사이트에서 작업이 이뤄져야 하고, 그곳에서만 사용할 수 있는 포인트 등이 있다면 의심해봐야 한다. 특히 A씨 사례에서처럼 단순 반복적 업무임에도 과도한 수익을 제시할 때 더욱 경계해야 한다.
금감원 관계자는 “대부분 어렵지 않은 작업이라고 소개하며 생각보다 높은 수익률을 제안한다”며 “처음엔 착수비 등을 명목으로 돈을 입금해주거나 포인트 등을 충전시켜주다 결국 납입을 요구하는 방식으로 나아가니 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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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aeil0808@fnnews.com 김태일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