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환한 미소로 아버지 손을 잡고 버진로드를 걸은 신부는 뒤늦게 본 아버지의 사진에 눈물을 흘렸다고 고백했다. 사진 속 아버지는 딸의 부케를 직접 만들어 주기 위해 결혼식이 열리는 식장 지하주차장 바닥에 앉아 꽃을 만지고 있었다.
혹여나 꽃이 시들까 걱정이 돼 내린 결정이었다.
지난 12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스레드에는 A씨가 자신의 결혼식 날 있었던 뒷 이야기를 사진과 함께 올렸다.
A씨의 아버지는 30년 전 꽃집을 운영한 기억을 떠올려 딸의 결혼식 부케를 만들어 주고 싶었다. 문제는 충북 제천에서 결혼식이 열리는 경기도 성남까지의 거리였다. 식장까지 오는 사이 꽃이 시들 수 있다는 게 마음에 걸렸다.
A씨는 "부케 물 작업도 성에 안 찼던 아빠는 싱싱한 꽃과 손질 도구를 바리바리 싸 들고 더러워져도 되는 옷을 입은 채 웨딩홀에 오셨다고 한다"면서 "식장 지하주차장 구석 바닥에 앉아 늦을까봐 노심초사하는 마음으로 이렇게 부케를 만드셨다고 하신다"고 전했다.
이어 "언니와 형부, 조카 그리고 동생의 남자친구까지 아빠를 둘러싸고 함께 철퍼덕 앉아 곁을 지키는 모습은 결혼식 때 눈물 한 방울 안흘린 저를 뒤늦게 눈물짓게 했다"고 덧붙였다.
결혼식 영상 속 A씨는 한 쪽 손으로 아버지의 손을 잡고 다른 손으로는 아버지가 만든 부케를 든 채 환하게 미소 지으며 신부 입장을 했다. 신랑의 양복 깃에 꽂힌 작은 꽃 장식(부토니에) 사진도 클로즈업해 올렸다.
A씨는 "냉정하게 이렇게 감각있는 부토니에 보신 적 있나요"라고 물은 뒤 "부케도 예뻤지만, 신랑의 부토니에와 혼주 가슴꽃이 너무너무 예쁘고 아빠의 마음이 보여서 제 마음이 조금 더 아팠다"고 했다.
그러면서 해시태그로 '일흔여섯감성', '자랑', '아빠가만들어준부케'와 '꽃집딸래미'를 달았다.
76세 아버지의 감성에 네티즌들도 뜨겁게 반응했다.
"아빠의 사랑이 느껴지는 이야기", "이렇게 예쁜 부케도 처음이지만, 이렇게 정성들인 하나뿐인 부케도 처음", "지나가던 예비신부 폭풍 오열 중"이라는 댓글을 올렸다.
한 네티즌은 사진 속 부케에 사용한 초록색 잎을 '스마일락스'라고 알린 뒤 "예쁜데 잘 시들어서 망설이게 되는 잎인데 꼭 넣고 싶어서 가져오셨나 보다"며 "아빠 사랑이 정말 가득하다"고 했다.
또 다른 네티즌은 "부토니에가 신부를 향한 사랑을 의미해서 신랑의 심장 쪽에 꽂는다고 한다"며 "그 의미를 알고 사진을 보니 더 감동"이라고 적었다.
A씨는 네티즌들의 훈훈한 반응에 “아버지는 제가 어릴 때인 30년 전 꽃집을 운영하셨다"면서 "진심 어린 댓글을 보여드리겠다. 부모님의 소소한 일상에 큰 활력을 주셔서 감사하다”는 마음을 댓글로 전했다.
y27k@fnnews.com 서윤경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