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시드폴 "신보 '또 다른 곳', 지금 나에 대한 기록" ①

(서울=뉴스1) 안태현 기자 = 싱어송라이터 루시드폴(Lucid Fall)이 3년 만의 정규로 돌아와 눈부신 햇살을 향한 연대와 희망의 찬가를 전한다.

루시드폴은 7일 오후 6시 각종 음원 사이트를 통해 열한 번째 정규 '또 다른 곳'을 발매한다. '또 다른 곳'은 루시드폴이 지난 2022년 11월 발매한 정규 '목소리와 기타' 이후 약 3년 만에 선보이는 정규 음반으로, 루시드폴이 작사와 작곡은 물론, 편곡과 믹스, 그리고 바이닐 마스터링까지 직접 담당하며 앨범 전반에 정성을 더했다.

타이틀곡 '꽃이 된 사람'은 누구나 쉽게 공감하고, 가볍게 즐길 수 있는 심플한 구성의 사랑 노래다. 사랑의 본질에 대해 생각하게 하는 가사가 반복되며, 사랑에 대한 깊이 있는 고찰을 유도한다.

이 외에도 '또 다른 곳'에는 디스토피아에 가까워지고 있는 지구를 표현한 '피에타', 70년대 사이키델릭 포크 색채가 유기적인 조화를 이루는 '마음', 현실의 혼란과 불안을 상징적으로 드러내는 '늙은 올리브나무의 노래', 몽환적이면서도 빈티지한 사운드로 힘든 시기를 겪는 모두가 희망을 품고 연대하기를 소망하는 '등대지기' 등 총 9곡이 담긴다.

이처럼 3년 동안 정성스럽게 트랙을 채운 정규 11집 발매를 앞두고 이날 루시드폴은 서울 강남구 언주로에 위치한 안테나 사옥에서 취재진을 만나 신보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그가 풀어놓는 자신의 음악 세계에 대해 귀 기울여 봤다.

-3년 만의 새 정규 앨범을 낸 소감을 밝힌다면.

▶아까 (인터뷰에) 오면서 음반을 쭉 듣는데, 사실 제가 (작업을 하면서 이 곡들을) 몇백 번을 들었을 거다. 처음에 이 곡들을 썼을 때의 귀로 이 음악을 들었으면 참 좋았을 텐데, 내 귀는 이미 망쳤다고 생각이 들더라.(웃음) 오늘 아침에 샤워를 하면서는 평소보다 천천히 몸을 닦으면서 손도 수고했고, 목도 수고 많았다고 생각했다. 그 외에는 담담한 편이다. 한편으로는 이게 다른 분들에게는 어떻게 들릴까 가늠할 수 없기 때문에 되게 두렵기도 하다. 또 한편으로는 이 음악들이 어떠한 사람들에게는 잘 이어질 거라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꽃이 된 사람'을 타이틀곡으로 정하게 된 이유는 무엇인가.

▶곡을 다 만들고 나면 뮤지션들이 여러 스타일들이 있다. 어떤 분들은 '타이틀곡을 써야지'라고 작정하고 쓰는 분들도 있겠지만 저는 그러지는 못하는 편이다. 회사에다가 앨범에 담길 곡을 다 넘기면서 타이틀곡을 정해 달라고 한다. 이거는 조금이나마 객관적으로 듣는 분들이 판단해 줘야지 제가 타이틀곡을 선정하는 게 맞지는 않더라.

회사에서 타이틀곡을 정하고 나서도 한 번 더 제가 회사에서 직원들을 상대로 투표를 해보면 좋겠다고 했다. '꽃이 된 사람' 외에도 후보에 있던 다른 곡이 있는데, 제 주변에서는 이게 좀 갈리더라. 제 주변의 사람들이 연령대가 높기 때다. 근데 이 음악들이 제 연령대 분들만 들을 곡들이 아니다. 회사에서는 2, 30대 연령층이 다양해서 여쭤보니, 마흔 분 중에 32명이 '꽃이 된 사람'에 투표를 해주셨다.

-타이틀곡을 본인이 정하지 않은 이유가 무엇인가.

▶가장 많은 사람들이 들으실 곡으로 만드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 2집 '오, 사랑' 앨범을 낼 때 '보이나요'라는 곡이 타이틀곡이었다. 그때는 진심을 다해서 썼지만 노래가 손발이 오그라들더라. 그때 유희열 형이 이걸 타이틀곡으로 하면 좋겠다고 얘기하더라. 앨범이 나오고 KBS 라디오 프로그램에 프로모션을 갔다. 근데 저는 이게 라이브도 하고 해야 하는데 너무 싫더라. 매니저한테 라디오하기 직전까지 바꾸면 안되냐고 했었다. 근데 지금 생각해 보면 희열이 형 선택이 맞았다고 생각한다.(웃음) 뮤지션은 내가 돋보일 것 같은 곡들이 있다. 근데 '이번에 이런 곡도 했어요'라고 해봤자 대중들에게 아무 의미가 없다. 그냥 이건 내가 내려놔야겠다고 생각했다.

-늘 2~3년에 한 번씩 정규를 내는데 정규를 고집하는 이유가 있나.

▶요즘 싱글, 유튜브, 음원으로 음악을 듣는 시기에 왜 앨범으로 내느냐 라는 말을 많이 듣는다. 사실 제가 음악을 시작했을 때 익숙했던 게 앨범이라 그런 것일 수도 있다. 회사에서도 곡을 많이 담은 앨범을 내면 돈이 더 많이 들어간다. 하지만 뮤지션으로서 '제가 이런 곡도 해봤습니다'라고 보여드려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러니깐 앨범이라는 포맷을 버릴 수 없다. 그러다 보니 앨범 속 들어가는 음악이 다 스타일이 다르다. 또 주변에도 다들 음악을 많이 듣다 보니깐 타이틀곡에 대해서도 갈리는 거였다.

-정규 앨범이라는 게 회사 입장에서 경제적 부담이 큼에도 계속 나올 수 있는 건 무슨 이유 때문이라고 생각하나.

▶안테나의 전폭적 지지와 유희열 씨의 전폭적 믿음이 있었다. 사실 '네 곡씩 쪼개서 EP로 내면 어떨까'라고 얘기를 할 법도 하다. 경제적인 관점에서 보면 그럴 법하다. 하지만 아직 안테나는 음악을 그렇게 바라보지 않는다. 그건 당연히 중간에 (대표인) 유희열이 형이 있기 때문이다. 저뿐만 아니라 '싱글을 내겠습니다' '음반을 내겠습니다'라고 하면 아티스트를 최대한 지원해 주려고 하시는 편이더라. 저라는 사람이 계속 앨범을 내면서 음악을 했던 사람이다 보니깐 저에게는 기록이고 뮤지션으로 걸어가는 발자국 같은 거라서 앨범을 내게 되는 것 같다. 어떻게 생각하면 고리타분한데 그래도 저는 2년에서 3년에 한 번씩 정규를 내니 그 시간의 기록을 싱글이나 EP로 담기는 어렵더라. 왜냐면 보여주고 싶은 것, 들려드리고 싶은 것들도 많고, 그 사이에서 느낀 점도 많았다.

-그렇다면 이번 앨범의 트랙리스트 순서는 어떻게 구성했나.

▶'이 곡은 첫 곡을 해야 돼'는 항상 정해지더라. 많은 경우에는 가장 먼저 쓴 곡이 1번이 되는 경우가 많다. 데모 1번이 진짜 앨범에서 1번이 되는 경우가 많다. 마지막 곡도 정해지는 경우가 많다. 그 사이의 곡들 중 '피에타'는 다이내믹이 큰 곡이다. 뒤에를 툭 자르듯이 끝을 내는데, 그다음에는 어쿠스틱한 곡이 나오면 좋겠어서 '마음'을 넣었다. 그다음에는 밴드 구성의 록이 나오면 좋겠다고 해서 넣어서 구성을 하니 LP A면 25분이 찼더라. LP는 한 면에 넣을 수 있는 게 최대 25분이다. 또 시간이 짧을수록 음질이 좋아진다. 그러면서 순서가 정해졌다. 비슷한 곡들은 거리를 띄어놓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N인터뷰】 ②에 계속> ※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