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지난 9월 29일부터 중국인 단체관광객 무비자 입국이 시행되면서 '혐중' 정서가 커지고 있는 가운데 군복 등을 단체로 입은 중국인 100여명이 최근 서울 한강공원에서 행진곡에 맞춰 군대식 행진을 하는 듯한 모습이 온라인에 올라와 논란이 되고 있다.
지난 5일 유튜브엔 '여의도 한강공원 군복 단체 행진 중국인 한국 크루즈 여행기 풀영상'이라는 제목의 영상이 올라왔다. 이 영상은 하루 전 중국판 틱톡인 더우인에 처음 올라왔고 온라인 커뮤니티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을 통해 확산됐다.
군복 입고 군가 맞춰 행진
해당 영상을 보면 100여명의 중국인은 10여명씩 같은 유니폼을 맞춰 입은 채 한강에 모여 있다. 원색의 체육복 차림은 물론 군복 무늬 복장까지 다양하다.
영상에는 행사의 일정과 장소, 행사 이름이 적힌 현수막도 등장한다. 지난달 31일 서울 여의도한강공원 물빛무대 일대에서 촬영된 것으로 보이며 행사 이름은 '한국(한강)국제걷기교류전'이다.
중국의 걷기 동호회 사람들이 한국에서 걷기 행사를 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실제 동호회 간부로 보이는 남성이 중국어로 축사하고 본격적인 행사가 시작된다. 같은 복장을 입은 무리들끼리 모여 자신이 속한 동호회 이름이 적힌 '붉은 색' 깃발을 치켜든 채 걷기 시작한다.
음악에 맞춰 오차 없이 팔과 다리를 힘차게 움직이며 걷는 모습이 '걷기' 행사보다 군대의 제식훈련으로 보일 정도다.
군복 차림, 불편해도 단속은 어려워
영상을 접한 네티즌들의 반응은 좋지 않다.
"이건 선 넘었다. 존중이란 단어가 중국에는 없나. 어떻게 남의 나라에 와서 단체로 저럴 수 있나", “중국인 동호회가 걷는 거야 문제없지만, 군복은 선을 넘었다”, "AI인 줄 알았는데, 진짜라는 게 놀랍다" 등 비판 의견이 속속 올라왔다.
다른 나라의 문화를 존중하지 않는 중국 사람들의 행동을 지적하기도 있었다.
네티즌들은 "대한민국 사람이 천안문 광장에서 한국군 군복 입고 행진해도 되나", “일본인들이 자위대 옷 입고 한강 공원에서 저랬으면 난리 났을 것” 등의 글이 보였다.
군복에 군가까지 틀면서 제식까지 하는 이들의 행동에 우려를 드러내기도 했다.
한 네티즌은 “군복 입고 군가를 틀어 제식하면서 군인 행세하는 건 너무 심각하다. 규모가 조금만 더 커지면 위협적으로 느껴질 것 같다”고 했고 또 다른 네티즌은 "이게 바로 군사적 행동이다. 침략적 행위다"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이 같은 우려에도 중국 관광객들의 군복 차림을 단속할 만한 규정은 없다.
현재 '군복 및 군용장구의 단속에 관한 법률(군복단속법)'은 군수품 유출을 방지하고 군의 품위를 유지하며 군의 임무를 효과적으로 수행하는 걸 목적으로 군복 및 군용장구의 제조·판매와 착용·사용을 규제하고 있다.
다만 군복은 '군인사법 제47조의3'의 규정에 따라 군모·제복·군화·계급장·표지장·피아식별띠 및 국방부령이 정하는 특수군복으로 정하고 있고 유사 군복 역시 군복과 형태·색상이나 구조 등이 유사해 외관상 식별이 어려운 물품으로 보고 있다.
옛날 군복이나 외국 군복에 대한 별도의 규정은 없다.
여주 축제에선 '중국 인민해방군 깃발'
앞서 경기 여주에서 열린 축제에서는 중국 제복을 입고 중국 인민해방군 깃발을 휘날리는 무대 연출이 문제가 되기도 했다.
여주시 신륵사 관광단지 일대에서 열린 ‘2025 여주오곡나루축제’에서 축제 마지막날인 지난 2일 한중 문화교류 행사에선 인민해방군을 상징하는 붉은 깃발과 중국 제복을 입은 이들이 무대 위로 줄지어 올랐다. 무대 뒤 배경 화면엔 중국군 행진 장면도 등장했다.
논란이 커지자 축제를 주관한 여주세종문화관광재단 측은 “글로벌 축제 도약을 위해 한국관광공사와 함께 진행한 한중문화교류행사의 일부 내용이 방문객 여러분께 우려와 불편을 끼쳐드렸다”며 “행사 내용의 사전 검토와 현장 점검이 충분히 이뤄지지 못했다”는 사과의 입장을 전했다.
y27k@fnnews.com 서윤경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