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세만 2억' 남편 절실함 통했다…26년 만에 잡은 아내 살해범 정체

입력 2025.11.05 06:00수정 2025.11.05 08:31
'집세만 2억' 남편 절실함 통했다…26년 만에 잡은 아내 살해범 정체
1999년 자택에서 살해된 피해자가 생전에 남편, 어린 아들과 함께 찍은 가족사진. [NHK 방송 화면 캡처]

'집세만 2억' 남편 절실함 통했다…26년 만에 잡은 아내 살해범 정체
26년 전 발생한 일본 나고야시 주부 피살사건의 용의자가 체포된 뒤 피해자 남편이 지난 1일 현지 언론의 취재에 응하고 있다. [연합뉴스]

[파이낸셜뉴스] 지난 1999년 일본 나고야시에서 발생해 26년간 미제로 남았던 주부 피살 사건의 용의자가 최근 체포됐다.

용의자는 피해자 남편의 고교 동창생인 69세 여성으로, 현장에 남은 핏자국 DNA 대조로 신원이 확인됐다. 피해자의 남편은 범인 체포 시 현장 검증을 위해 26년간 사건 현장인 아파트의 임차 계약을 유지하며 약 2억 원의 집세를 납부해 온 사실이 알려졌다.

5일 마이니치신문 등 현지 매체에 따르면, 일본 경찰은 야스후쿠 구미코(69·여)를 용의자로 특정해 지난 2일 검찰에 송치했다. 평범한 주부로 생활해 온 야스후쿠는 경찰 조사에서 범행을 자백하며 "26년간 매일 불안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장기 미제사건 수사 과정에서 용의자의 DNA 감정을 시도했으나, 그는 협조를 거부하다 지난달 30일에야 검체를 제출했다. 검사 결과, 사건 현장 아파트에 남아있던 제3자의 핏자국과 야스후쿠의 DNA형이 일치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해당 사건은 1999년 남편이 외출한 낮 시간에 발생했으며, 당시 집 안에는 2살 아들이 함께 있었다.

피해자의 남편(69)은 사건 이후 아들과 인근 주택으로 이사했다. 하지만 그는 "범인이 잡히면 현장 검증을 해야 한다"며 아파트 임차 계약을 해지하지 않았고, 26년간 총 2000만 엔(약 1억 9000만 원)이 넘는 집세를 부담했다.

남편은 또 '하늘의 모임'이라는 살인사건 피해자 유족 단체에 가입해 활동했다. 이 단체의 노력 등이 결실을 맺어 일본에서는 2010년 형사소송법이 개정되면서 살인죄 공소 시효가 사실상 폐지됐다.

이런 가운데 용의자가 자백했으나 구체적인 범행 동기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용의자는 피해자와는 직접적인 인연이 없었다. 다만 피해자 남편과는 고교 시절 같은 동아리에서 활동했으며 밸런타인데이에 초콜릿을 준 적이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피해자 남편은 사건 발생 몇 개월 전 동창 모임에서 용의자를 마지막으로 봤다고 밝혔다.
그는 용의자 체포 소식에 "집 주소를 어떻게 알았는지, 범행 동기도 모르겠다"는 반응을 보였다. 또한 FNN 방송에 "대학생 시절 용의자가 캠퍼스로 찾아와 찻집에 갔지만, (그가) 울어버려 곤란했던 적이 있다"고 말했다.

현지 경찰은 용의자가 피해자 남편에게 가졌던 특정 감정이 사건의 배경이 되었을 가능성을 열어두고 범행 동기를 계속 조사할 방침이다.

hsg@fnnews.com 한승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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