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햇빛 노출 단 30초 만에 '3도 화상'…이 병 감염 후 더 악화됐다"

입력 2025.11.04 05:40수정 2025.11.04 08:14
"햇빛 노출 단 30초 만에 '3도 화상'…이 병 감염 후 더 악화됐다"
에밀리 리처드슨(36). 사진=고펀드미

[파이낸셜뉴스] 미국 테네시주에 거주하는 한 여성이 햇빛에 단 30초만 노출돼도 피부가 타들어 가는 심각한 화상을 입는 희귀 질환을 앓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16년 전 가벼운 증상으로 시작됐으나, 2021년 코로나19 감염 이후 증상이 급격히 악화된 사례다.

영국 매체 더선에 따르면, 머프리즈버러에 사는 에밀리 리처드슨(36)은 약 16년 전 얼굴이 붓고 가려운 증상을 처음 겪었다. 당시에는 하루 종일 외출할 경우 저녁쯤 얼굴과 귀가 붉어지는 정도였으나, 2021년 코로나19에 감염된 뒤 상태가 심각해졌다.

2023년, 그는 부비동염 치료를 위해 항생제(아목시실린)를 복용하던 중 햇빛에 노출된 후 심각한 알레르기 반응으로 일주일간 입원했다. 이후 30초 정도의 짧은 햇빛 노출만으로 세 차례나 더 병원 치료를 받았다.

"얼굴 전체에 물집 생겨" 커튼 닫힌 집 안에서 보내

리처드슨은 "피부가 속에서부터 타들어가는 느낌"이라며 "피부가 부풀어 오르다 체액이 스며 나오며 얼굴 전체에 물집이 생긴다"고 설명했다. 증상이 악화되자 부동산중개인 일을 그만두고, 현재는 대부분의 시간을 커튼이 닫힌 집 안에서 보낸다.

그는 "장갑, 마스크, 모자를 모두 착용하고 자외선 차단이 되는 옷을 입지 않으면 단 1분도 밖에 있을 수 없다"고 말했다. 이 질환으로 인해 눈물샘이 손상돼 눈물을 흘릴 수 없고 온몸에 화상 흉터가 남았다.

피부와 점막에 염증 수포 생기며 장기까지 손상도 우려

2024년 8월, 리처드슨은 미국 국립보건원(NIH)이 지원하는 미진단 질환 네트워크(UDN)에서 '스티븐스-존슨 증후군(SJS)' 진단을 받았다. 이는 주로 특정 약물에 대한 반응으로 발생하는 희귀 피부 질환으로, 피부와 점막에 염증과 수포가 생기며 심하면 장기까지 손상될 수 있다.

의료진은 리처드슨이 선천적인 자가염증성 질환을 가진 상태에서, 코로나19 감염이 면역체계를 붕괴시켜 염증 반응이 폭주한 것으로 분석했다. 손상된 면역 체계가 자외선을 비롯한 미세한 환경 자극에도 과민하게 반응한다는 설명이다.

리처드슨은 오랫동안 의료진으로부터 "햇빛에 알레르기가 있을 수 없다"는 말을 들어야 했다.
그는 "이 질환은 연구가 부족하고 진단도 쉽지 않다"고 지적했다. 현재 병원 자선단체의 지원금에 의존해 생활하는 그는, 자신과 같은 환자들을 위한 인식 개선 활동에 나서고 있다. 그는 "의사의 진단이 틀렸다고 느껴지면 다른 의사를 찾으라"며 "자신의 몸을 가장 잘 아는 것은 결국 자신"이라고 강조했다.

hsg@fnnews.com 한승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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