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피노 아빠들, '얼굴 공개' 시작되자 7년 만에 연락하더니…

입력 2025.11.03 13:41수정 2025.11.03 14:22
필리핀 여성과 아이 낳은 뒤 연락두절한 남성들.. SNS에 얼굴 공개
코피노 아빠들, '얼굴 공개' 시작되자 7년 만에 연락하더니…
/사진=구본창 양해들 대표 SNS 갈무리

[파이낸셜뉴스] 필리핀 현지 여성 사이에서 자녀를 낳고 한국으로 돌아간 뒤 연락이 두절됐던 ‘코피노(Kopino) 아빠’들 중 일부가 연락을 취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시민단체 ‘양육비를 해결하는 사람들(양해들·구 배드파더스)’을 운영하는 구본창 대표가 자신의 개인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얼굴을 공개하기 시작하면서다.

"갑자기 연락"... 신상 공개 두려운 남성들이 움직였다

구 대표는 지난달 22일부터 자신의 SNS에 코피노 아이들과 한국인 아버지의 얼굴·사진을 연달아 공개하고 있다. “수년간 연락마저 차단한 아빠를 찾으려면 아빠의 여권번호 혹은 한국 핸드폰 번호가 있어야 하는데, 동거 시 의도적으로 그것들을 감춘 아빠들이 많기에 SNS에 사진을 올려 찾는 것이 최후의 방법”이라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그리고 구 대표가 ‘절박한 최후의 방법’이라 말했던 얼굴 공개는 코피노 아빠들에게 효과가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구 대표는 3일 본지와 통화에서 “얼굴 공개 후 SNS 조회수가 많고, 언론으로도 보도가 되면서 코피노맘들에게 ‘갑자기 연락이 왔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고 설명했다.

구 대표는 얼굴 공개를 시작한 지 얼마 지나지 않은 지난달 27일에도 SNS에 “오늘부터 필리핀의 ‘코피노맘’들에게서 연락이 오기 시작했다”며 “7년 전 도망간 아이 아빠가 갑자기 연락을 해왔다는데 언론을 통해 ‘아빠 찾기’ 기사들이 나가자 얼굴 공개가 두려운 코피노 아빠들이 반응하기 시작한 듯하다”고 적은 바 있다.

그는 “보통 코피노 아빠가 (한국으로) 가고 나면 평생 연락을 하지 않는다. 그런데 갑자기 연락이 오니 코피노맘들이 왜 연락이 왔는지 궁금해하더라”면서도 “언론에 보도되고 자신의 사진이 공개될까봐 일시적으로 연락하는 것일 가능성이 있다. 잠깐 연락하고 양육비 부치다가 끊어버릴 수 있다”고 우려했다. 코피노 아빠들의 신상 공개를 중단해도 이들이 과연 연락을 하고, 양육비를 보내겠냐는 것이다.

구본창 대표, '배드파더스' 운영 당시 '사실적시 명예훼손'으로 기소

구 대표는 2018년부터 양육비를 지급하지 않는 부모의 신상을 공개하는 ‘배드파더스’를 운영해왔다. 그러나 ‘배드파더스’ 사이트에 양육비 미지급자들의 신상을 공개해 정보통신망법상 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됐고, 지난해 1월 벌금 100만원의 선고유예 판결을 받았다. 판결 이후 사이트는 폐쇄됐다.

코피노 아빠들, '얼굴 공개' 시작되자 7년 만에 연락하더니…
코피노 아빠 찾기와 관련해 구본창 양해들 대표가 SNS에 남긴 글(왼쪽)과 코피노맘과 나눈 대화) /사진=구본창 양해들 대표 SNS 갈무리

그가 ‘양해들’ 공식 SNS가 아닌 자신의 개인 SNS로 코피노 아빠들의 신상을 공개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코피노 아빠들의 신상 정보를 인터넷에 공개하는 행위가 사실적시 명예훼손죄 또는 정보통신망법 위반 명예훼손죄에 해당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구 대표는 “진퇴양난이라 고민했으나 명예훼손이 되더라도 물러나지 않겠다”며 자신의 SNS에 신상을 공개 중이다.

이 때문에 구 대표는 ‘양해들’ 활동을 하며 지난해 2월 헌법재판소에 사실적시 명예훼손과 관련한 소원 청구를 한 상태다. 국민청원으로 진행된 ‘사실적시 명예훼손죄 폐지 요청에 관한 청원’ 역시 약 5만여명의 동의를 얻어 지난 3월 법제사법위원회에 회부됐다. 그러나 해당 청원 심사는 내년 5월로 연장된 상태다.


구 대표는 “사실적시 명예훼손을 폐지하자는 주장과 관련해 찬반양론이 있다. 나는 폐지를 주장하지만, 유지돼야 한다는 쪽의 의견도 일리가 있다”면서도 “이런 문제는 개정안을 통해 해결할 수 있다. 사실적시 명예훼손에 대한 개정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bng@fnnews.com 김희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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