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세포와 싸운 결과라고? 흰머리 '재평가' 시급한 이유

입력 2025.10.28 10:36수정 2025.10.28 16:24
암세포와 싸운 결과라고? 흰머리 '재평가' 시급한 이유
/사진=게티이미지뱅크

[파이낸셜뉴스] 노화의 대표적인 상징으로 여겨지는 흰머리가 암세포를 방어한 흔적일 수도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와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일본 도쿄대 의학연구소 에미 니시무라 교수 연구진이 이달 국제학술지 '네이처 셀 바이올로지(Nature Cell Biology)'에 게재한 논문에 따르면, 흰머리 발생 과정은 피부암(흑색종)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연구진은 생쥐 실험을 통해 DNA 손상 스트레스가 모낭 내 ‘멜라닌세포 줄기세포(McSC)’의 운명을 결정짓는다는 점을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McSC는 머리카락의 색을 결정하는 핵심 세포로, 머리카락이 자라는 주기에 맞춰 스스로를 복제함과 동시에 색소를 만드는 '멜라닌 세포'를 생성해 모발에 공급하는 역할을 한다.

그러나 노화, 스트레스, 유전적 요인 등으로 인해 McSC가 고갈되거나 기능 이상을 일으킬 경우, 멜라닌 세포가 더 이상 만들어지지 않아 색소 없이 자라난 머리카락, 즉 '흰머리'가 발생한다.

연구진에 따르면 DNA 손상이 발생할 경우, 일부 줄기세포는 스스로 위험 세포로 인식한 뒤 정상적인 재생 기능을 멈추고 소멸해 머리카락이 하얗게 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또 다른 줄기세포는 손상된 상태로 살아남아 암세포처럼 비정상적으로 분열·이동하는 특성을 보였다. 특히 자외선B(UVB) 등 발암 물질에 노출된 경우에는 머리카락이 하얗게 새는 대신 세포가 암세포로 변하는 사례가 더 많았다.

연구팀은 이를 일종의 보호 메커니즘으로 해석하고, 생쥐 모델에 색소세포의 정지 경로를 인위적으로 억제한 뒤 변화를 살폈다. 그 결과 실제로 모낭 종양 발생률이 증가했으며 반대로 정지 경로가 정상 작동할 때는 흰머리가 생기더라도 종양 발병 위험은 감소했다고 한다.


이에 대해 연구팀은 "흰머리가 암을 직접적으로 예방한다는 의미는 아니다"라면서도 "자연적인 보호 기전으로, 색소 생산 기능을 잃는 매커니즘이 작동하지 않으면 암 발병 위험이 커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니시무라 교수는 "흰머리와 피부암 중 하나인 흑색종은 서로 무관하지 않고, 줄기세포의 스트레스 반응에 따라 서로 다른 결과가 나타난 것"이라며 "세포가 올바르게 노화하고 제거되는 것이 중요하다. 안전성이나 과학적 근거가 확립되지 않은 시술이나 외용제는 위험할 수 있으므로 주의하라"고 당부했다.


bng@fnnews.com 김희선 기자
bng@fnnews.com 김희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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