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경상도의 한 태권도장 관장이 초등학생을 상대로 성범죄를 저지르고 그 장면을 촬영한 혐의로 구속됐다.
지난 23일 JTBC '사건반장'에 따르면 초등학교 2학년 딸을 둔 학부모 A씨는 지난 20일 태권도장 측으로부터 "관장 부재중으로 다른 지점에서 운동할 수 있다"는 안내 문자를 받았다.
얼마 뒤 A씨는 지인과의 통화로 딸이 다니던 태권도장 관장이 아이들을 상대로 성범죄를 저질러 경찰에 체포됐다는 사실을 알게됐다.
A씨는 딸에게 자초지종을 물은 끝에 피해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 딸의 말에 의하면 태권도장에서 수업 시간 중 안대로 눈을 가리는 '흑백 놀이'가 종종 진행됐고, 관장은 아이들의 눈을 가린 뒤 여학생 한두 명씩을 사무실로 불러 음란 행위를 했다는 것이다.
A씨의 딸도 자주 불려 갔으나, 아직 어려서 자신이 어떤 일을 당했는지 정확히 인지하지 못한 채 단순히 놀이로 생각하고 있다고 한다.
A씨는 "딸이 태권도장에서 열린 1박 2일 캠프를 몇 차례 다녀온 뒤 '태권도장에 가기 싫다'고 말했는데, 그 말을 들어주지 못하고 학교는 빠져도 태권도장은 늘 보냈던 게 너무 미안하고 후회스럽다"고 토로했다.
피해 아동이 한두 명 아냐..중·고등학생도 피해
문제는 피해 아동이 한두 명이 아니라는 점이다. 초등학교 5학년 딸을 둔 학부모 B씨 역시 이번 사건이 알려지면서 뒤늦게 자녀의 피해 사실을 알게 됐다.
B씨의 딸은 초등학교 3학년 때부터 관장이 다리 찢기를 시킨 뒤 신체를 만졌고, 차 안에서는 안대를 씌운 채 더 심각한 수준의 성범죄를 저질렀다고 털어놨다. 관장은 1박 2일 캠프에서는 자신의 초등학생·유치원생 자녀들도 함께 있는 상황에서 B씨 딸의 몸을 만지는 등 범행을 저질렀다.
B씨는 "딸에게 왜 지금까지 말하지 않았냐고 묻자, 딸은 '무서워서 말할 수 없었다'면서 최근까지 이런 피해를 당해왔다고 하더라"라고 밝혔다.
심지어 해당 태권도장에는 중·고등학생들도 다녔는데, 이들 중에서도 피해를 당한 학생들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 학생들은 관장의 범행 장면을 직접 목격하기도 했다.
한 중·고등부 학부모에 따르면, 관장은 일부 학생들에게 "쓰러지면 기억을 잃는 유전병이 있어서 범행을 기억하지 못한다. 자수하겠다"고 말했다. 이에 학생들은 관장의 말을 믿고 부모나 경찰에 알리지 못한 채 지금까지 아무에게도 털어놓지 못하고 고통을 겪어온 것으로 전해졌다.
관장의 범행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관장은 아이들에게 안대를 씌운 채 음란 행위를 하면서 그 모습을 직접 동영상과 사진으로 촬영해 보관했다.
가해 관장은 지난 19일 체포돼 현재 구속됐다. 경찰은 현재 관장의 휴대전화 4대를 확보해 디지털 포렌식 작업을 진행했으며, 영상이 발견될 때마다 관장에게 피해자가 누구인지 확인해 해당 학부모에게 연락을 취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해당 태권도장에는 초등학생부터 고등학생까지 수십 명의 학생이 다녀서 피해 규모는 수사가 끝나야 정확히 파악된다"라면서 "피해 아동 대부분이 초등학교 저학년으로 나이가 매우 어려 신중하게 조사를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moon@fnnews.com 문영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