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마다 여성이 나타나더니..." 술 끊은 36세 남성에게 벌어진 일

입력 2025.10.23 07:56수정 2025.10.23 14:23
"밤마다 여성이 나타나더니..." 술 끊은 36세 남성에게 벌어진 일
알코올 금단 증상을 겪던 남성 환자에게 나타난 환각을 이미지화.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해 AI로 생성한 이미지

[파이낸셜뉴스] 인도 국립의과대 의료진이 알코올 금단 증상을 겪던 남성 환자에게서 '인큐버스 증후군(incubus syndrome)'이 발현된 희귀 사례를 학계에 보고했다.

인큐버스 증후군은 수면 중 성적 환각이나 망상을 경험하는 현상을 일컫는다. 과거에는 초자연적 존재의 소행으로 여겨졌다.

그러나 현대 정신의학은 이를 사건수면(파라솜니아) 또는 정신병적 장애의 한 양상으로 분류한다. 해당 증후군은 전 세계적으로 임상 보고가 10건 미만일 정도로 드물며, 특히 남성보다는 여성 조현병 환자에게서 주로 나타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번에 보고된 환자는 36세 남성이다. 10대부터 하루 500mL의 브랜디를 마셔온 알코올 의존 병력이 있었다. 최근 음주량을 줄이기 시작한 뒤 3일간 지속적인 불면과 이상 감각 등을 호소하며 정신과 응급실을 방문했다.

환자는 손가락 끝에서 느껴지는 진동을 '검은 옷을 입은 여성 4명'이 보내는 신호라고 믿었으며, 이들과 자체적으로 만든 문자판으로 소통이 가능하다고 진술했다. 또 밤마다 이 여성 형상들이 나타나 신체에 접촉하는 등 성적으로 접근해 실제 오르가슴까지 경험했으며, 이후 "우리가 너를 죽음의 자리로 데려가겠다"는 등 위협적인 환청도 들었다고 말했다.

의료진은 환자가 시각, 청각, 촉각 등 복합적인 환각과 체계화된 망상을 보인다고 판단했다. 뇌 CT상 특별한 소견은 발견되지 않았으나 간 효소 수치가 경미하게 상승한 상태였다. 아울러 환자의 의식과 지남력은 명료했으며, 자신의 경험이 비현실적일 수 있음을 일부 인지하고 있었다.

의료진은 환자의 음주 이력과 금주 상황, 증상 발현 시점 등을 종합해 '알코올 유발성 정신병적 장애'로 최종 진단했다. 이는 과도한 음주나 금단 시기에 환각이 발생하지만, 의식 혼미나 지남력 저하가 동반되는 '진전섬망'과는 구별된다.

치료는 벤조디아제핀계 약물을 투여해 알코올 금단 증상을 안정적으로 관리하는 데 집중했으며, 환자의 증상은 신속하게 호전됐다. 의료진은 재발 방지를 위해 지지적 상담과 가족 심리 교육을 병행했다.


의료진은 "물질 사용과 정신병리, 문화적 요인이 얽힌 드문 사례"라며 "금주 과정에서 드물게 발생하는 정신병적 증상은 조기 인식과 적절한 치료가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한편, 2022년 진행된 한 연구에서는 인큐버스 현상 경험률이 정신과 입원 환자군에서 12%, 일반 대학생군에서 9%로 보고된 바 있다. 다만 환자군에서 증상의 빈도와 심각성이 더 높았으며, 비(非)서유럽 문화권 출신자에게서 보고될 가능성이 더 큰 것으로 나타났다.

hsg@fnnews.com 한승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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