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의원·시장 연설 기다리다 ‘천연기념물 황새’ 폐사한 사건

입력 2025.10.20 14:18수정 2025.10.20 15:15
화포천습지과학관 개관식서 방사 행사…1시간 40분 새장에서 대기
국회의원·시장 연설 기다리다 ‘천연기념물 황새’ 폐사한 사건
경남 김해시가 지난 15일 화포천습지과학관 개관식을 하면서 방사한 황새 중 1마리가 폐사해 논란이 인다. 사진은 행사 당시 황새들이 보관돼 있던 케이스. /사진=연합뉴스

[파이낸셜뉴스] 최근 경남 김해시에서 열린 화포천습지과학관 개관식에서 천연기념물이자 멸종위기야생동물 1급인 황새가 방사 퍼포먼스를 위해 1시간 40분가량 갇혀 있다가 폐사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김해시장과 김해시 담당 공무원 등이 경찰에 고발됐다.

'동물보호법' 위반 등으로 고발된 김해시장

고발인은 20일 김해시장, 김해시 환경국장, 환경정책과장, 현장 운영 책임자, 수의사·사육사 등 책임자와 관계자를 '동물보호법', '야생생물 보호 및 관리에 관한 법률'과 '자연유산의 보존 및 활용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김해서부경찰서에 고발했다고 전했다.

김해서부경찰서는 황새의 실제 사육장과 방사 지점이 김해시 진영읍 관할이다.

고발인은 "단순한 행사 운영 미숙을 넘어 천연기념물(황새)의 취급 과정에서 적절한 복지·안전 조치가 미흡했을 가능성이 제기되는 사건"이라며 "천연기념물은 국민 모두의 유산으로서, 어떠한 홍보나 행사보다 생명·안전이 우선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언론 보도 등에 따르면 황새는 직사광선 노출, 그늘 부족, 협소한 보관 환경에서의 장시간 대기 정황이 확인된다"면서 "이는 예견·회피 가능한 위험에 대한 관리가 충분했는지 의문을 제기하며, 수사를 통해 사실관계와 책임소재가 명확히 규명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천연기념물의 생명은 한 번 잃으면 되돌릴 수 없다. 신속하고 철저한 수사와 책임 있는 후속 조치를 통해, 행정기관의 생명존중 의식과 책임 윤리가 회복되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폭 30∼40㎝ 새장에 1시간 40분 갇힌 황새

앞서 지난 15일 김해시는 화포천습지과학관 개관식을 열면서 황새의 방사 퍼포먼스를 벌일 예정이었다.

방사 행사에서는 지난 2022년 충남 예산황새공원에서 황새 복원을 위해 들여온 황새 암수 한 쌍과 지난 3월 화포천 습지 봉하뜰에서 태어난 ‘옥이’ 등 3마리가 자연의 품으로 돌아갈 예정이었다.

그러나 경남 김해시와 김해환경운동연합에 따르면 새장이 열리며 황새들이 날아갔지만, 수컷 황새 한 마리가 새장 안에서 나오면서 제대로 걷지 못하고 비틀거리다 고꾸라졌다. 현장에 있던 사육사들이 응급처치를 위해 황새를 사육장으로 옮겼지만 결국 폐사했다.

시장, 국회의원 등 주요 내빈 연설이 끝난 뒤 방사 행사가 이뤄지면서 황새들은 약 1시간 40분 동안 폭 30~40㎝ 크기의 새장에 갇혀 있었다. 당시 바깥 기온은 22도 안팎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김해시는 국가유산청에서 새장을 정식으로 대여했고 새장에는 통풍 장치 등이 갖춰져 있었으며 처음 황새를 데려올 때도 같은 케이지를 이용해 약 6시간 동안 이동했다.
행사 당일에도 수의사와 사육사 등이 황새들을 관리하고 있었다.

김해환경운동연합은 성명을 내고 “황새들은 방사 순서를 기다리며 좁은 상자 안에서 갇혀 있다가 결국 한 마리가 탈진으로 폐사한 것으로 추정된다. 외부 날씨에 직사광선을 받으면 내부 공기는 훨씬 더 뜨거웠을 것”이라며 “천연기념물 황새 복원 사업을 추진하는 김해시가 행사를 위해 황새를 처참하게 다루었다는 사실에 분노하지 않을 수 없다"고 주장했다.

y27k@fnnews.com 서윤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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