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심신미약 상태로 제출한 사직서가 수리되자 부당해고됐다며 소송을 낸 35년차 직원이 법원에서 패했다.
전보된 직원 사직서..."온전한 정신 아니었다" 휴직 요청
20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12부(강재원 부장판사)는 A씨가 중앙노동위원회를 상대로 제기한 부당해고 구제 재심판정 취소 소송에서 지난달 11일 원고 패소 판결을 내렸다.
A씨는 1989년 한 협동조합에 입사해 지난해 1월 B지점으로 전보됐다. 전보된 지점에 첫날 출근하고 다음 날 응급실에 입원한 A씨는 이후 10일간 휴가를 썼다. 같은 해 2월 13일 출근하고 20분 만에 지점장을 만나 자필로 작성한 사직서를 제출했다. 사직서는 본점에 전달됐고 조합은 이튿날 해직 처리했다.
그런데 A씨는 사직서 제출 3시간이 지난 뒤 지점장에게 온전한 정신이 아니었다며 사직 의사를 철회하고 휴직을 요청했다.
중노위 "해고 존재하지 않는다" 기각.. 법원도 같은 판단
A씨는 또 "조합이 근로관계를 일방적으로 종료해 부당해고를 당했다"며 경남지방노동위원회에 구제신청을 했지만, 해고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기각됐다. 중노위 역시 재심에서 인정하지 않았다.
결국 A씨는 중노위 처분을 취소해 달라며 행정소송을 냈으나 법원 역시 같은 판단을 내렸다.
그는 조합장의 지속적인 괴롭힘으로 부당 전보되는 등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는 상태에서 응급실에 실려 갔고, 지점장의 독촉으로 출근해 극심한 불안 또는 심신미약 상태에서 사직원을 냈다고 주장했다.
이에 법원은 사직서 제출 당시 심신미약 상태였다는 의학적·객관적 근거가 부족한 데다 응급실 진료와 정신과 진단은 있지만, 사직서 작성 시점의 판단능력 상실을 입증할 증거로 보긴 어렵다는 이유를 들었다.
점심 무렵 사직을 철회했다는 주장 역시 인사담당자, 지점장과의 통화 및 메시지 내용을 살펴봤을 때 사직 철회에 대한 명확한 의사가 없었다며 객관적 증거가 부족하다고 판단했다.
법원은 "A씨와 조합의 근로관계는 사직 의사가 조합에 수리됨으로써 종료된 것"이라며 "조합이 A씨를 해고했다고 볼 수 없다"고 설명했다.
y27k@fnnews.com 서윤경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