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캄보디아 사망' 대학생 유족 "태어나 처음으로 나라 원망"

입력 2025.10.19 10:11수정 2025.10.19 10:56
'캄보디아 사망' 대학생 유족 "태어나 처음으로 나라 원망"
18일(현지시간) 캄보디아 시아누크빌 한 거리 상가에 중국어 간판들이 붙어 있다. 2025.10.18/뉴스1 ⓒ News1 김도우 기자


'캄보디아 사망' 대학생 유족 "태어나 처음으로 나라 원망"
캄보디아에서 숨진 대학생 A 씨의 아버지가 일궈오던 논이 A 씨가 실종 된 후 일을 하지 못해 잡초가 무성하다2025.10.19/뉴스1 신성훈기자


'캄보디아 사망' 대학생 유족 "태어나 처음으로 나라 원망"
캄보디아 당국의 범죄단지 단속으로 적발돼 구금됐던 한국인들이 18일 오전 인천국제공항 2터미널을 통해 송환되고 있다. 이번 송환 대상자들은 이른바 '웬치'로 불리는 캄보디아 범죄단지에서 보이스피싱이나 로맨스 스캠(사기) 등 범죄에 가담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들은 호송 차량 23대 등을 타고 충남경찰청 등 6개 관할 경찰관서로 압송된다. (공동취재) 2025.10.18/뉴스1 ⓒ News1 박지혜 기자


'캄보디아 사망' 대학생 유족 "태어나 처음으로 나라 원망"
최교진 교육부 장관이 17일 오전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대학생 해외활동 안전강화 및 취업 사기 예방 간담회에 앞서 대학 및 전문대학 학생처장 회장단과 희생 학생들을 위한 묵념을 하고 있다. 2025.10.17/뉴스1


(예천=뉴스1) 신성훈 기자 = 캄보디아에 할머니 병원비를 벌겠다며 출국해 현지 범죄조직에 감금·고문을 당해 숨진 대학생 A 씨의 시신이 3달째 한국으로 이송되지 못하고 지체되면서 유족들이 고통받고 있다.

아버지 B 씨가 일궈오던 논은 이미 수개월 방치되면서 잡초가 무성하게 자라 올 가을 추수도 할 수 없을 정도로 방치됐다. 집 마당 한편에는 아들이 타고 다니던 자전거가 벌써 녹이 슬어 갔다.

A 씨는 대학 선배의 소개로 지난 7월 17일 캄보디아에 도착해 바로 납치·감금됐으며, 25일 A 씨의 휴대전화로 가족들에게 금전을 요구하는 협박 전화가 왔다. 그리고 25일 현지 대사관에 가족들이 도움을 요청하고 26일에는 경찰에 납치 사실을 신고했다.

그 후 일주일 가까이 A 씨를 감금하고 있는 납치범들은 유족들에게 돈을 내놓으라는 협박을 했고, 유족들은 '돈을 주면 안 된다'는 경찰과 대사관의 말을 듣고 기다렸지만, 그 후 연락이 끊긴 A 씨는 8월 8일 캄보디아 캄포트주 보코 산 지역에서 결국 숨진 채 발견됐다.

경찰은 당시 해당 신고를 받고 외교부 재외국민보호과와 영사콜센터 등에 박씨의 소재 확인을 요청하는 등 파악에 나섰지만, A 씨는 숨진 채 발견됐으며, 캄보디아대사관은 다음날인 9일 A 씨의 사망을 확인하고 11일 한국 경찰청에 신원 확인을 요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아버지 B 씨는 "아들이 떠난 지 3개월이 다 되어 가는데 이제야 부검한다"며 "원래 부검 후 화장해 다음 날 바로 집으로 보내주기로 했지만, 또 절차 타령하며 기다려 보라고 한다. 지금까지 기다리면서 장례식을 몇번이나 취소하는지 모른다"고 울분을 토했다.

그러면서 "납치범이 아들을 고문하고 있을 때의 목소리가 머릿속에서 지워지지 않는다"며 "아무것도 할 수 없던 나 자신이 너무 원망스러웠다. 협박 전화를 받은 후 대사관, 외교부, 경찰의 말만 듣고 그대로 따랐지만, 돌아온 건 아들의 사망 소식과 그로부터 수개월간의 시신 방치, 그로 인한 시신 보관 비용 수백만 원이다"고 한탄했다.

친형 "주캄보디아 대사관 현지 경찰에 협조 요청하지 않아"

A 씨의 친형은 "동생의 전화번호로 걸려 온 협박범들의 전화를 받고 7월 25일 대사관에 도움을 요청했지만, 대사관에서는 '신고에 필요한 정보가 충분하지 않다'며 동생의 위치 등 추가 정보를 확보해 현지 경찰에게 신고하라'고 했다"며 "그러나 뒤늦게 알게 된 건 주캄보디아 대사관은 현지 경찰에 해당 사건에 대해 협조 요청을 하지 않은 것을 알게 됐다"고 말했다.

"다음날인 7월 26일에는 예천경찰서로 신고했고 신고 후에도 소식이 없자 전화해 재촉했더니 '여기서는 우리가 더 이상 할 수 있는 게 없다'라고 들었다"며 "태어나서 처음으로 대한민국이 원망스러웠다"고 말했다.

마을 주민들은 "아들이 그렇게 되고는 B 씨가 몇개월 만에 살이 20kg 가까이 빠져 너무 마음이 아프다.
B 씨를 지켜봐 오면서 나도 같이 피가 마르는 심정"이라며 "이번 사건을 지켜보면서 대한민국의 국력이 이것밖에 안 되나? 싶은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한편 지난 7일 캄보디아 국경 인근에서 숨진 30대 여성은 시신 발견 다음 날 부검과 화장을 다음 날 부검과 화장을 통해 유골이 한국으로 이송되는 데 일주일도 걸리지 않았다.

유족들은 "각 지역에서 캄보디아 범죄조직에 돈을 주고 풀려났다는 증언들이 계속 공개되면서 이럴 줄 알았으면 대사관, 경찰 말 듣지 말고 돈을 줬어야 했나? 하는 후회가 밀려들어 너무 괴롭다"고 심정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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