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장아름 기자 = 배우 이소이는 넷플릭스 시리즈 '애마'(감독 이해영)에서 비극적인 결말로 시청자들에게 깊은 여운과 강렬한 존재감을 남겼다. '애마'는 1980년대 한국을 강타한 에로영화의 탄생 과정 속, 화려한 스포트라이트에 가려진 어두운 현실에 용감하게 맞짱 뜨는 톱스타 희란(이하늬 분)과 신인 배우 주애(방효린 분)의 이야기를 그린 작품으로, 이소이는 배우의 꿈을 이루기 위해 신성영화사 대표 구중호(진선규 분)를 이용하는 연인 황미나로 분했다.
추석 연휴를 맞아 뉴스1과 만난 이소이는 '애마' 속 구중호를 휘어잡던 모습과는 또 다른, 단아하고 청순한 한복 자태로 카메라 앞에 섰다. 또한 그는 작품 비하인드와 연기 과정에서의 솔직한 속내도 전했다. 오디션에서부터 치열하게 캐릭터를 해석하고 준비했던 과정뿐만 아니라 쟁쟁한 선배들과의 호흡에서 느낀 긴장과 배움, 그리고 황미나라는 인물을 이해하기 위해 겪었던 감정까지 진솔하게 털어놨다.
'애마'는 그 자신에게도, 또 시청자들에게도 그간 몰랐던 이소이의 새로운 얼굴을 발견하게 해준 작품이다. 이소이 또한 화려한 외모와 패션에 감정 표현도 욕설도 거침없는 황미나를 연기하며 "나조차도 나에 대한 편견을 갖고 있었던 건 아닌가 생각했고, 더 다양한 모습을 보여줄 수 있겠다는 확신이 들었다"고 했다. 특히 "연기는 기세고 자신감"이라는 깨달음 역시도 앞으로의 연기 인생에서 중요한 전환점이 됐다.
데뷔 4년 차, 넷플릭스 인기 예능 '솔로지옥2'에서 얼굴을 알린 후 '소방서 옆 경찰서'(2022) '더 글로리'(2022) '혼례대첩'(2023) '모텔 캘리포니아'(2025) 그리고 '애마'에 최근 공개된 넷플릭스 영화 '고백의 역사'까지 꾸준히 필모그래피를 채워온 그는 "늘 변화할 수 있는 배우, 새로운 시도를 두려워하지 않고 과정 자체를 즐기는 배우가 되고 싶다"는 바람을 전했다. '애마'로 한층 더 성장한 이소이와 추석 계획을 나누고 작품에 대한 이야기를 나눠봤다.
-추석 명절을 맞아 한복을 입은 소감은.
▶ 준비된 한복이 너무 예뻐 입을 때부터 감탄했다. 드라마 촬영을 제외하고 한복을 입아본 건 어릴 적 색동저고리 이후 처음이라 기분이 좋았다.(웃음) 이전에 '혼례대첩'에서 사극 경험이 있었지만 결혼한 인물이어서 머리를 틀어 올려야 했는데 다음번에 기회가 생긴다면 머리를 올리기 전의 인물을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추석 계획이 있나.
▶ 가족들과 집에서 시간을 보낼 예정이다. 명절마다 친가와 외가를 오간다.
-'애마'를 본 부모님의 반응은.
▶부모님은 제가 들뜨지 않도록 늘 균형을 잡아주시는 분들이다. "축하한다" "잘했다" 대신 "고생했어 우리 딸" 정도의 응원으로 감정 기복이 커지지 않도록 해주신다. 걱정이 많으시겠지만 절 많이 믿어주시기도 하신다. 저의 일로는 걱정이 없다고 말씀해 주신 적이 있어 감사했다. 다만 집에서는 체력을 다 쓰고 와 늘어져 있다 보니 "청소 안 하냐" "앉아 있어라"라는 잔소리를 종종 듣는다.(웃음)
-'애마'로 연기 호평을 받았다.
▶열심히 찍긴 했지만 반응에 대해 걱정 반 기대 반이었다. 다행히 긍정적으로 평가를 많이 해 주셔서 감사했고 뿌듯했다. 작품을 보면서 이해영 감독님의 작품에서 대선배들님들과 함께 연기를 했다는 사실이 다시 한번 체감이 되면서 감사한 마음이 더 커졌다.
-시청자들 반응 중 기억에 남는 반응이 있다면.
▶직접 찾아보진 않았지만 주변에서 캡처해서 많이 보내줬다. "이소이인지 몰랐다"는 반응이 가장 성공했다 싶었다. 또 "신스틸러"라는 댓글도 종종 있어서 너무 좋았다.
-기존에 맡아왔던 배역과는 전혀 다른 배역이었다. 이해영 감독이 이소이 배우에게서 황미나와 같은 면을 발견했던 것일까.
▶미나 역은 오디션을 보고 캐스팅이 됐다. 처음엔 주애와 미나 역 둘 다 오디션을 둘 다 봤는데 당시엔 주애가 더 공감이 돼서 주애에 집중했다. 2~3차 갈수록 감독님께서 미나를 말씀하셔서 2차부터는 미나에 집중했다. 미나를 꼭 하고 싶었지만 잘할 수 있는지 의문이 있었고, 캐스팅 후에도 감독님께 "저를 왜 캐스팅하셨냐"고 여러 번 여쭤봤다. 감독님께선 "네가 그냥 미나였다"고 하셨지만, 아직도 그 뜻은 잘 모르겠다.(웃음)
-전혀 맡아보지 못했던 캐릭터였던 만큼, 기대와 걱정 둘 다 있었을 것 같다.
▶부담감이 있었다. 특히 신경을 많이 쓰고 있었던 장면이 있었는데 감독님이 해 주신 말씀이 "부담이 클수록 담백하고 진정성 있게 다가가야 한다, 힘이 들어가면 원하는 연기가 안 나온다"고 하셨다. 부담감을 안고 촬영했지만 선배들이 잘 알려주시고 스태프들이 자유롭게 연기할 수 있게 도와주셔서 촬영 시작 후에는 부담감보다는 즐겁게 촬영했다.
-신경 쓰였던 그 장면은 어떤 장면이었나.
▶이성욱 선배님과 대연회에 가기 전 차에서 이야기를 나누는 장면이었다. 그간 감정적으로 표출해 온 미나가 처음으로 다른 방식으로 감정을 드러내는 장면이었고, 죽음 직전의 신이라 미나가 이렇게밖에 할 수 없는 이유를 알려주는 중요한 신이었다.
-미나는 방효린 배우가 연기한 주애와 대비되는 캐릭터이기도 하다.
▶미나는 주애와 큰 틀에서 같다고 생각했다. 꿈을 이루려는 욕망이 강한 친구였다. 다만 표현 방식이 달랐다. 미나는 스스로 재능도 없고 운도 없다고 생각했기에 실력을 키우는 대신 제작사 사장과 사귀거나 파티에 가서 눈에 띄려는 방식을 택했다. 그래서 되바라지고 목소리 톤도 높였던 것 같다. 겉으로는 억세고 감정적이지만 내면에는 상처가 많다고 생각했다. 구중호의 자택 수영장 신에서도 술에 취해 연애에 대해 물어보는 장면이 있는데, 술로 상처를 회피하는 인물이었다. 당시 연기하면서 잡았던 키워드는 자격지심과 피해의식이었다. 모든 표현의 기반은 이 두 가지였다.
-외적으로 화려한 캐릭터이기도 했다.
▶감독님이 첫 미팅 때 "난 이소이를 예쁘게 만들어야겠다"고 말씀하셨다. 저도 욕심이 생겨 여러 레퍼런스를 PPT로 만들어 감독님께 전달했다. 분장 실장님과 헤어 선생님이 네일 컬러 하나까지 세심하게 신경 써 주셨다. 옷을 입을 때마다, 화장을 받을 때마다 (외적으로 많이 달라진 모습 때문에) "이래도 되나요?" 했었다.(웃음) 하지만 확실히 (그런 외적 변신의) 도움을 많이 받았다. 입술을 바르는 순간부터 뭔가 '내가 미나다'라는 느낌이 있었다. 눈앞의 분홍 레이스 달린 옷을 보는 순간 "시작됐다"는 전환이 있었다.
-주로 호흡을 맞춘 배우가 진선규 배우였다. 이외에도 이하늬 김종수 등 여러 선배들과 함께 했는데.
▶ 너무 좋았다. 신인으로서 이런 기회는 흔치 않다. 종수 선배님, 하늬 선배님 모두와 함께할 수 있어 기뻤고 동시에 책임감을 느꼈다. 피해를 끼치면 안 되고, 호흡을 잘 받아내기 위해 철저히 준비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진선규 배우가 연기한 제작자 구중호는 야만스러운 인물이기도 했다. 진선규 배우의 연기를 눈앞에서 지켜봤을 때 어땠나.
▶선배님의 본래 모습은 제가 걱정할 때 "소이야 괜찮아, 하고 싶은 대로 해"라며 상냥하게 배려해 주시는 모습이었다. 그런데 촬영에 들어가자마자 완전히 다른 사람으로 바뀌시더라. "사람이 이렇게 바뀔 수 있구나"라는 존경심이 들었다.
-극 중에선 미나가 희란에 팬심이 있던 인물로도 나온다. 현실에서도 마찬가지이지만 극 중에서도 스타와 신인 배우로 만났을 때 어땠나.
▶테스트 촬영 때 처음 뵀는데 선배님을 뵌 순간 "와, 연예인이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실제로도 아우라가 느껴졌다. 극 중에서도 미나는 정희란을 동경하는 인물이었기 때문에, 선배님의 드라마를 챙겨보며 감정을 더 세웠다. 현장과 사적인 자리 모두에서 선배님의 태도도 많이 배우려고 했다.
-미나는 자유분방하고 솔직한 캐릭터였는데, 실제 성향은 미나와 많이 다를 것 같다. 본인 성향과 다른 캐릭터를 연기했을 때 어떤 것을 느꼈나.
▶저는 말을 잘 안 하는 편이다. 집에 있는 시간이 많은 편이기도 하다. 공적인 자리에서는 외향적으로 보이지만 미나처럼 솔직하게 다 말하지는 못한다. 거절도 잘 못한다. 실제와는 다른 부분이 많다.
-미나는 거친 욕설을 내뱉는 등 거침없는 캐릭터이기도 했다.
▶욕하는 장면은 테이크를 여러 번 갔다. 감독님이 "이렇게 하면 안 된다"며 계속 디렉션을 주셨고 연습도 정말 많이 했다. 감독님께서 강세를 둬야 할 부분을 구체적으로 말씀해 주셨다. 샤우팅 할 때 약간 시원한 느낌은 있었다.(웃음)
-이번 작품에서 역할을 성공적으로 해내면서 더 도전 의식이 생겼나.
▶ 이해영 감독님 덕분에 "내가 이런 역할도 할 수 있구나" 하는 자신감이 생겼다. 나조차도 나에 대한 편견을 갖고 있었던 건 아닌가 생각했고, 더 다양한 모습을 보여줄 수 있겠다는 확신이 들었다. 배우라는 직업에 대한 열정은 처음 선택한 시점부터 늘 있어왔기에 이번 계기로 새롭게 생긴 건 아니었지만 망설임이 줄어들었다. 예전엔 걱정이 실행보다 앞섰는데 이 현장은 그럴 수 없는 곳이었다. 표현을 먼저 하지 않으면 장면이 나오지 않기 때문에 생각보다 행동이 먼저 선행돼야 할 때도 있다는 걸 배웠다.
-이해영 감독과의 작업은 어땠나.
▶ 감독님께 많이 의지했다. 촬영 전날마다 전화를 드려 다음 날 찍을 신에 대해 질문을 드리면 디테일하게 설명해 주셨다.
<【 이소이 한복인터뷰】 ②에 계속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