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열 현실이 더 무서워" 남자가 여자로 바뀐 채 상영된 영화

입력 2025.10.02 09:03수정 2025.10.02 09:36
"검열 현실이 더 무서워" 남자가 여자로 바뀐 채 상영된 영화
호주 영화 ‘투게더’ 속 동성 커플이 이성 커플로 조작된 모습. 사진=가디언, 뉴시스

[파이낸셜뉴스] 중국에서 개봉한 호주의 공포 영화 '투게더'의 동성결혼 장면이 임의로 수정돼 비판이 일고 있다.

2일 영국 가디언에 따르면 시골로 이주한 젊은 부부가 섬뜩한 신체 변화를 겪는 내용의 호주 공포영화 '투게더'가 중국 일부 극장에서 지난 9월 12일 개봉했다.

그러나 남성 커플의 결혼 장면에서, 한 남성의 얼굴이 여성으로 바뀌어 있는 장면이 포착됐다.

평론가들의 SNS 등을 통해 원본과 비교한 영상 갈무리 사진이 온라인에 퍼졌고, 중국 검열 당국이 AI 얼굴 합성 기술을 동원해 원작 장면을 수정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논란이 커졌다.

일부 장면을 삭제하거나 편집하는 방법이 아닌 '디지털 조작'을 통한 검열은 전에 없던 새로운 방식이다.

대만 평론가 안젤리카 웅은 "이 장면의 변경은 영화의 의미를 흐릿하게 만든다"고 지적했다.

현지 누리꾼들은 “AI를 활용한 얼굴 합성은 창작자의 의도를 완전히 훼손한 것", "지금 중국서 벌어지는 현실이 공포영화보다 더 무섭다" 등 의견을 내며 반발했다.

중국 정부는 동성애에 대해 공식적으로는 "지지하지도 반대하지도 않는다"는 중립적인 입장이지만, 실제로는 레즈비언, 게이, 양성애자, 트랜스젠더, 퀴어 등 성소수자 관련 콘텐츠와 단체에 대한 규제가 점점 강화되는 추세다.

중국에서는 1997년 동성애가 비범죄화 됐지만, 아직도 주류 영화나 TV에서 동성 관계를 찾아보기는 어렵다고 매체는 전했습니다.

투게더는 지난달 12일 일부 극장을 시작으로 19일 중국 전역에 개봉될 예정이었지만 논란이 일자 중국 배급사는 개봉 계획을 철회했다.


한편, 중국이 해외 영화에 대한 검열로 논란을 빚은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영화 '보헤미안 랩소디' 개봉 당시에도 프레디 머큐리의 성 정체성과 관련된 부분이 삭제된 채 상영됐다. 미국 시트콤 '프렌즈'도 레즈비언 캐릭터의 대사가 삭제된 채 방영됐다.

moon@fnnews.com 문영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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