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아…이게 왜 안 돼."
구독자 163만명을 보유한 테크 전문 유튜브 채널 '존오브테크(ZONEofTECH)' 운영자 다니엘 로타는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X(옛 트위터)에 지난 9월 29일(현지시간) 공항에서 경험한 일을 사진과 함께 올렸다.
로타는 하와이에서 열린 기술 서밋에 참석한 뒤 집으로 돌아가기 위해 공항에 있었다. 그러다 그는 "비행기 탑승 직전 제 스마트 링 배터리가 부풀어 올랐다"면서 "손가락에 끼었고 스스로 링을 제거할 수 없었다. 너무 아팠다"고 적었다.
결국 그는 미 교통안전청(TSA) 지침에 따라 비행기에 탑승할 수 없었다.
뉴욕포스트 등 외신은 지난달 30일 로타르가 삼성전자의 '갤럭시 링'을 착용하던 중 내장돼 있는 배터리가 부풀어 오르면서 비행기 탑승을 거부 당한 소식을 전하면서 스마트 기기의 배터리가 안전에 심각한 위협이 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로타가 착용한 갤럭시 링은 인공지능(AI) 기능을 강화해 수면, 활동, 심박수 및 기타 건강 지표를 모니터링한다. 투박한 스마트워치와 달리 손가락에 착용할 수 있어 출시 전부터 기대를 모았다.
부풀어 오른 반지, 할 수 있는 게 없었다
로타는 갤럭시 링이 뜨거운 열을 내며 부풀어 오를 때 할 수 있는 게 없었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그는 "막 비행기를 타려는 순간인데 제거할 수도 없었다. 이것 때문에 비행기 탑승이 거부됐고 응급 상황이라 병원에 이송돼 링을 제거해야 했다"고 말했다.
링이 제거되는 과정도 설명했다.
로타는 "병원에선 링을 제거하기 위해 제 손가락에 얼음을 댔다. 부기를 줄이기 위한 조치"라며 "반지와 손가락 사이에 '기름'같은 윤활제도 발라야 했다. 47시간이나 쉬지 않고 여행했으니 쉴 수 있게 된 게 그나마 다행이었다"며 스스로를 위로하기도 했다.
겨우 빼낸 갤럭시 링의 사진도 공유했다. 배터리 팽창으로 인해 링 내부에 새겨진 삼성 로고가 일그러진 게 보인다.
그는 "다시는 스마트 링을 착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적은 뒤 삼성전자 영국·미국 법인이 운영하는 X계정을 태그하며 "빠르게 해결책을 제안해 달라"고 요청했다.
해당 글은 9월 30일 오전 기준 조회수 730만회를 돌파했고 로타는 배터리 팽창으로 손가락이 붉게 변한 사진을 추가로 공개했다.
이 글을 본 네티즌들도 걱정을 쏟아냈다.
"이건 정말 심각한 문제다. 농담이 아니다", "맙소사. 삼성이 이 문제를 반드시 해결해야 한다"거나 "끔찍하다. 웨어러블 기기에 들어가는 리튬배터리는 위험하다"고 배터리 문제의 해결을 요청했다.
로타처럼 제거에 어려움을 겪는 상황을 막아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었다.
한 네티즌은 "2세대 스마트 링에는 긴급 제거 시스템이 필요할 거 같다"고 제안하기도 했다.
최근 배터리가 이상했다
로타는 이후 소식도 알렸다.
그는 "드디어 집에 도착했고 삼성에서 연락이 왔다. 호텔 숙박비를 환불해 줬고 집으로 돌아갈 차량도 예약해 줬다"면서 "그리고 삼성전자는 검사를 위해 반지를 가져 갔다"고 전했다.
이어 "손가락은 잘 지내고 있다. 다만 상처가 몇 군데 있는데 며칠 안에 아물 것으로 보인다"고 사진과 함께 덧붙였다.
사고 원인을 두고 고민한 부분도 공유했다. 이미 사고가 나기 전부터 스마트 링에서 이상 증상이 있었던 걸 상세히 소개하며 삼성전자를 향해 요청도 했다.
그는 "하와이의 더위, 소금물 등 문제를 일으킬 만한 다양한 원인을 생각했다"며 "그러나 배터리에 문제가 있을 거라 판단됐다. 최근 몇 달 동안 배터리가 이상하게 작동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로타는 "배터리가 하루를 버티지 못했고 어떨 때는 하루 종일 충전해도 전원이 켜지지 않아 이틀 간 충전하기도 했다"면서 "화재가 발생했을 때도 완전한 충전이 돼 있지 않았다"고 적었다.
그러면서 스마트 링에서 배터리 문제가 발생한 또 다른 사례를 공유하기도 했다.
지난 6월 미국의 온라인 커뮤니티인 레딧엔 '배터리가 부풀어 올랐나요'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내장된 부품이 드러나 보일 정도로 부풀어 오른 갤럭시 링 사진과 함께 "3주 정도 사용했는데 한밤중에 이런 일이 발생했다"는 짧은 설명이 있었다.
다만 IT 전문 매체들은 갤럭시 링 제품의 전반적 결함으로 단정하는 건 성급하다고 보고 있다.
폰아레나는 "이번 사고가 갤럭시 링 배터리의 더 큰 문제가 있다는 신호라고 생각하진 않는다. 사람들이 자신의 기기 배터리를 관리해야 한다는 좋은 알림"이라고 했다.
샘 모바일도 "갤럭시 링은 출시된 지 꽤 됐고 이번 사고가 광범위하게 발생한 게 아니라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단 한 번의 사고라도 스마트 링이 어떻게 당신을 곤경에 빠트릴 수 있는지 상기시켜 달라"고 지적했다.
삼성전자의 답은
로타의 사고 소식을 접한 삼성전자도 언론을 통해 입장을 전달했다.
삼성전자는 "고객의 안전이 저희의 최우선 과제"라며 "이번 사건은 극히 드문 경우이며 로타씨와 직접 연락해 제품을 회수하고 우려 사항을 파악하기 위해 노력 중"이라고 워싱턴포스트에 말했다.
삼성전자는 홈페이지에 스마트링을 손가락에서 빼는 다양한 방법도 공유했다.
삼성전자는 "비누와 차가운 물로 손을 헹군 다음 반지를 천천히 돌리거나 부기가 가라앉을 때까지 손을 심장 높이보다 높게 유지하는 방법도 있다"고 전했다.
이 같은 방법들이 실패할 경우엔 전문가의 힘을 빌려야 한다고도 했다.
삼성전자는 "반지를 잘라내야 하는데 이럴 땐 스스로 자르면 안 된다.
로타도 X에 "배터리가 신체에 장착되는 제품이라면 배터리가 확장될 경우를 대비해 쉽게 탈부착 할 수 있어야 한다"고 제안했다.
y27k@fnnews.com 서윤경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