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대한민국의 법치는 오늘 죽었다."
방송통신위 폐지를 하루 앞둔 30일, 마지막이 될 퇴근길에서 취재진과 만난 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이 남긴 말이다. 이 위원장은 이날 오후 4시 30분께 정부과천청사를 나서면서 취재진에 "법에 맞지 않는 관례가 생기게 됐다"며 이같이 말했다.
앞서 정부조직법 개정안과 방송미디어통신위 설치법 공포안이 이날 국무회의에서 의결되면서 10월 1일 법률 공포와 함께 방통위는 폐지되고 방송미디어통신위가 새로 출범한다. 이 위원장은 법 시행 즉시 정무직 불승계 조항에 따라 자동 면직된다.
이 위원장은 방통위를 폐지하고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를 설치하는 법안을 주도한 더불어민주당을 향해 "상상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하는 집단이고, 우리가 상상하지 못하는 것도 하는 집단"이라고 날선 반응을 보였다.
이어 "(위원장) 취임 사흘 만에 탄핵하는 선례를 만들어냈고, 이진숙이란 사람이 거추장스러우니까 법을 바꿔서 방통위를 없애고 방송미디어통신위라는 새 기관을 만드는 상상할 수 없는 일을 했다"고 말했다.
이 위원장은 "오늘 이진숙이란 사람은 숙청되지만, 이런 것을 참지 못하는 또 다른 이진숙이 분명히 있을 것이고 수십만 수백만의 이진숙이 있을 것"이라며 "저항하는 사람이 있을 거라 생각하며 이 자리는 물러난다"고 덧붙였다.
새로 올 방송미디어통신위원장에 대한 당부가 없냐는 질문을 받은 이 위원장은 "없다"고 답한 뒤 "아무래도 대통령 말 잘 듣는 분이 오지 않겠나"라고 가시 돋친 답변을 내놨다.
한편 이 위원장은 이날 방통위 체제에서 마지막 월례조회를 열고 "영웅을 만드는 나라 미국"이라는 제목으로 "대한민국은 전근대인 조선시대 영웅만 아직 모신다. 우리도 이제 현대 대한민국의 영웅을 만들었으면 좋겠다"는 내용을 직원들에게 강연한 것으로 알려졌다.
bng@fnnews.com 김희선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