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은 밤 목적지가 마포대교…택시기사 "돈 안 받을 테니 오늘은"

입력 2025.09.29 08:43수정 2025.09.29 09:47
마포대교 간다는 손님과 택시기사 이야기
"눈물 났어, 아직은 살만한 세상" 영상 화제
늦은 밤 목적지가 마포대교…택시기사 "돈 안 받을 테니 오늘은"
승객이 목적지를 '마포대교'로 잘못 찍는 바람에 택시기사가 괜한 걱정을 한 훈훈한 영상이 SNS에 올라왔다. /사진=인스타그램 캡처

[파이낸셜뉴스] 늦은 시간 어두운 차량 안에서 말없이 운전하던 택시기사가 조심스럽게 "손님"하며 말을 꺼냈다. 뒷좌석에 앉아 있던 청년은 놀란 듯 "네?"라고 답했다. 그러자 택시기사가 "돈 안 받을 테니 집까지 태워드릴게요"라고 말을 이어갔다.

고민하던 기사님 용기 내 꺼낸 말 "집까지 모셔다 드릴게"

난데없는 택시기사의 제안에 어리둥절해 하던 손님은 이어지는 말에 바로 상황이 이해됐다.

애플리케이션으로 택시를 부른 손님의 목적지는 '마포대교'라고 찍혀 있었다. 무슨 좋지 않은 생각을 하는 건 아닌지, 운행 내내 고민하던 기사가 용기를 내 꺼낸 말이었다.

걱정으로 시작된 이 대화의 마무리는 훈훈한 웃음이었다.

28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는 '마포대교 가는 손님과 생각이 많아진 택시기사님'이라는 제목으로 짧은 영상이 올라왔다. 제목과 함께 붙은 부연 설명은 '눈물났어 아직은 살만한 세상'이었다.

영상에서 남성은 카카오T 택시에 탑승했고 택시기사는 설정한 목적지인 '마포대교'로 달렸다. 목적지를 본 택시기사는 승객이 좋지 않은 생각을 하는 게 아닌가 걱정했다. 고민 끝에 정적을 깨고 기사는 "오늘은 제가 요금 안 받고 댁까지 모셔다 드리겠다. 집으로 가자"고 말했다.

"지금 술집 가는데요?" 잘못 찍힌 주소때문에 '훈훈한 웃음'

택시기사의 말에 예상 외의 반응이 돌아왔다.

손님은 "무슨 말씀이시냐"고 되물었고 기사는 "마포대교 가신다고 하지 않았냐"고 다시 물었다. 그제서야 손님은 자신의 카카오T 앱에 적힌 주소를 확인했다. 그는 "주소를 잘못 찍은 것 같다. 제가 근처 술집으로 한다는 걸 잘못 찍었다"고 사과했다.

늦은 밤 목적지가 마포대교…택시기사 "돈 안 받을 테니 오늘은"
승객이 목적지를 '마포대교'로 잘못 찍는 바람에 택시기사가 괜한 걱정을 한 훈훈한 영상이 SNS에 올라왔다. /사진=인스타그램 캡처
기사는 "저한테는 목적지가 마포대교라서 혹시나 했다. 아이고 다행이다. 운전하면서 계속 걱정했다"며 안도했고 손님은 "절대 (그런 생각을 한 게) 아니"라며 웃어 보였다. 가로등 빛에 드러난 기사도 환하게 웃는 모습이 보였다.

영상을 본 사람들은 훈훈함을 담은 칭찬 댓글을 올렸다.

네티즌들은 "기사님이 말씀 전 승객을 힐끔힐끔 계속 보신다. 엄청 고민하신 게 보인다"거나 "마음이 따뜻해진다"는 댓글을 올렸다.

지난 25일 통계청이 발표한 '2025년 사망원인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자살 사망자는 1만 4872명으로 전년(1만 3978명) 대비 894명(6.4%) 증가했다.
1일 평균 자살사망자 수는 40.6명으로 나타났다. 국제 비교를 위해 산출하는 연령표준화 자살률은 26.2명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10.8명에 비해 2.4배 높아 OECD 국가 1위를 차지했다.

특히 마포대교는 한강 교량 중 자살 시도가 가장 많아 '죽음의 다리'라는 오명을 쓰기도 했다.

y27k@fnnews.com 서윤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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