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세에 카이스트 교수된 석학, 중국으로 떠났다

입력 2025.09.24 07:13수정 2025.09.24 15:24
28세에 카이스트 교수된 석학, 중국으로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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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낸셜뉴스] 한국과학기술원(KAIST·카이스트) 최연소 임용 기록을 세웠던 국내 통신 분야 석학이 중국 대학으로 자리를 옮긴 것으로 드러났다.

24일 과학기술계에 따르면, 통신 및 신호처리 분야 석학인 송익호 카이스트 전기및전자공학부 명예교수가 정년 퇴임 후 최근 중국 청두 전자과학기술대(UESTC) 기초 및 첨단과학연구소 교수로 부임했다.

송 교수는 1982년 서울대 전자공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펜실베니아 대학교에서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28세의 나이로 KAIST 조교수로 임용돼 큰 화제를 모은 석학이다.

한국과학기술한림원 정회원, 국제전기전자공학회(IEEE) 석학회원 등으로 활동하며 국제 특허 5개와 국내 특허 26개를 보유하고 있다. 2000년 대한민국 청년과학자상, 2006년 IET 공로상, KICS 해동정보통신학술상 등 여러 상을 수상해 연구업적을 인정받았다. 37년간 카이스트에 재직하다가 지난 2월 정년퇴임했다.

송 교수가 부임한 UESTC는 전자전 무기 설계 소프트웨어와 전장 에뮬레이터 등 군사적 응용이 가능한 기술을 개발해 미국의 안보를 위협한다는 이유로 2012년 미국 상무부의 수출규제 명단에 오른 곳이다. 송 교수는 해당 대학에서 신호탐지와 통신이론, 인공지능(AI) 관련 연구에 집중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과학기술계에 따르면 중국은 한국보다 최소 2~4배에 달하는 연봉과, 정년 연장, 실험 지원 등 파격적 조건을 바탕으로 한국에 적극 러브콜을 보내고 있다.

특히 중국은 국가과학자 우대정책으로 우리나라에 비해 과학자들의 위상이 높다. 시진핑 주석은 2049년까지 미국 수준으로 과학기술 선도국이 되겠다는 목표를 제시하며 생명공학·우주개발·AI 등 첨단 분야에 대규모 자금을 투입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2025 네이처 인덱스’에 따르면 지난해 기초과학 분야 상위 10곳 중 8곳이 중국 기관이다. 이 지표는 생물학·화학·물리학·지구과학·보건학 분야 학술지에서 각국 연구기관의 기여도를 반영한 것이다.

또 중국에서는 최고 과학자 직책으로 원사로 선정되면 차관급 대우를 평생 받을 수 있다. 정년에 구애받지 않고 소속 기관에서 연구를 지속할 수 있는 엄청난 혜택이 주어진다.


이런 가운데 지난해에는 이기명 전 고등과학원 부원장과 이영희 성균관대 석좌교수, 김수봉 전 서울대 교수도 중국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과기한림원의 지난 5월 조사에 따르면 정회원 200명 중 61.5%가 5년 이내 해외 연구기관으로부터 영입 제안을 받은 경험이 있고, 이들 중 82.9%는 중국에서 제안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65세 이상이 많은 영입 제안을 받았고, 상당수가 제안을 긍정적으로 검토했다.

hsg@fnnews.com 한승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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