꼬마팬 모자 가로챈 억만장자 "네가 느려서.." 억지 부리더니

입력 2025.09.03 08:36수정 2025.09.03 10:57
꼬마팬 모자 가로챈 억만장자 "네가 느려서.." 억지 부리더니
28일 US오픈에서 폴란드 테니스 스타 카밀 마이흐르작이 어린이 팬에게 건넨 모자를 뺏어가는 남성. 출처=엑스(X·옛 트위터)

꼬마팬 모자 가로챈 억만장자 "네가 느려서.." 억지 부리더니
28일 US오픈에서 폴란드 테니스 스타 카밀 마이흐르작이 어린이 팬에게 건넨 모자를 뺏어가는 남성. 출처=엑스

[파이낸셜뉴스] 미국 뉴욕에서 열린 US오픈 테니스 대회에서 선수가 어린이 팬에게 건넨 모자를 빼앗은 억만장자가 세계적인 비난을 받았다. 당초 그는 “아이가 느려서 뺏긴 것”이라며 억지를 부렸지만 거센 비판 여론에 밀려 결국 공개 사과했다.

3일 X(옛 트위터) 등 SNS에서는 지난달 28일 미국 뉴욕 빌리진킹 내셔널 테니스 센터에서 열린 대회 남자 단식 관중석 영상이 화제가 됐다.

경기 후 폴란드 테니스 스타 카밀 마이흐르작이 관중석에 사인을 해주다 어린이 팬에게 모자를 선물로 건넸는데, 옆 자리에 있던 남성이 이 모자를 잡아채 빼앗은 것이다.

피오르트 슈체렉으로 알려진 이 남성은 폴란드 조경용 자재 업체인 '드로그부룩'의 CEO다. 그는 소년의 손에서 모자를 낚아채 아내의 가방에 집어넣었다. 소년이 "무슨 짓을 하는 거냐"고 항의했지만 그는 아랑곳하지 않았다.

이 모습은 방송 카메라에 담겨 생중계됐고 이후 '모자 도둑'을 향한 팬들의 비난이 폭주했다. 결국 누리꾼들은 모자를 빼앗은 남성의 정체를 추적해 그의 실명과 회사 이름, 가족의 신상 일부를 온라인에 공유했다.

이후 그의 회사 SNS 계정은 댓글 창을 닫았다. 또 구인·구직 플랫폼 '고워크'에서 해당 회사의 평판은 '별점 테로'로 인해 평점 1.4점까지 내려갔다.

전세계 테니스 팬들의 비난이 폭주하자 슈체렉은 한 방송에 출연해 “네가 느린 게 잘못”이라고 어린이를 탓하며 "인생은 먼저 손드는 사람이 이기는 것이다. 제발 모자 하나 때문에 세계적인 스캔들을 만들지 말자. 모자는 그냥 모자일 뿐이다"라고 주장했다.

또한 자신을 향해 비판하는 사람들에게도 “공인을 모욕하면 법적 책임을 져야 한다”며 "모든 모욕적인 댓글, 비방, 협박 등은 소송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맞서기도 했다.

하지만 논란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지자 슈체렉은 지난달 31일 SNS를 통해 사과글을 올렸다.

슈체렉은 "수많은 댓글을 읽고 나서야 비로소 내가 경멸과 비난을 받아 마땅하다는 것을 깨닫게 됐다"며 "나에게 두 번째 기회를 달라"고 간청했다. 그러면서 자신이 가로챈 모자를 경매에 내놓고 수익금을 자선단체에 기부하겠다고 했다.

꼬마팬 모자 가로챈 억만장자 "네가 느려서.." 억지 부리더니
폴란드 테니스 스타 카밀 마이흐르작이 모자를 뺏긴 소년을 만나 다시 모자를 선물했다. 출처=인스타그램


한편 뒤늦게 사태를 파악한 마이흐르작은 소년을 찾아나섰다.
그는 자신의 SNS에 "내 모자가 소년에게 전달되지 않은 것을 몰랐다"며 "이 소년을 찾을 수 있게 도와달라. 만약 소년이나 혹은 부모님이 이 글을 본다면 DM(다이렉트 메시지)을 보내달라"고 썼다.

이어 그는 소년과 연락이 닿았고, 직접 만나 새로운 모자를 전해줬다.

마이흐르작은 뉴욕포스트를 통해 “모자를 주면서 아이를 가리키긴 했지만 경기 직후 피곤함과 승리에 대한 흥분감으로 당시 상황을 놓쳤다”며 “아마 (모자를 뺏은) 남성도 감정이 격해진 상황에서 그런 일을 벌였을 것”이라고 말했다.

moon@fnnews.com 문영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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