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이맘때쯤 열대야와 함께 숙면을 방해하던 ‘여름 모기’가 자취를 감췄다. 7월 중순~8월 초에 절정을 보이는 모기가 때 이른 폭염과 짧아진 장마의 영향으로 잘 보이지 않는 상황이다.
폭염과 짧은 장마.. 모기 개체수 줄어
27일 서울시가 제공하는 '모기 예보'에 따르면 이날 모기 발생지수는 2단계인 '관심' 수준에 머물렀다. 모기 예보는 쾌적→관심→주의→불쾌 등 총 4단계로 구분돼 있는데, 한여름에 접어든 지금도 아직 '주의'나 '불쾌' 단계에는 못 미치는 셈이다.
통상 예년에는 7월 중순께 모기예보가 '주의'나 '불쾌' 단계로 나타나는데, 올해는 22일부터 모기활동지수가 간신히 '관심' 단계로 바뀌었다. 모기활동지수도 바뀌었다. 모기활동지수가 '100'인 경우에는 야외에서 야간에 10분 정도 서 있으면 5번 이상 모기에 물릴 수 있는데, 올해는 모기 활동 지수도 38.9에 불과하다. 더구나 최근 일주일 모기활동 지수를 보면, 19일 52.8에서 21일 65.3으로 살짝 올랐다가 22일 23.1로 떨어진 것을 알 수 있다.
이와 같은 모기의 실종 사태는 역대급 폭우와 폭염의 영향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일반적으로 모기는 기온이 15~30도일 때 활발히 활동하며, 폭우보다는 비가 주기적으로 내리는 환경이 서식하기 좋다. 이 때문에 6월 중순 개체수가 늘어나기 시작해 8월 중순 정점을 찍은 뒤 서서히 줄어드는 경향을 보여왔다.
그러나 올해는 6월 초부터 무더위가 시작돼 7월 초 35도를 넘나든 역대급 폭염이 이어진 탓에 아예 모기 개체수가 급감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모기는 고인 물이나 물웅덩이 등에 산란을 하는데 6~7월 초 폭염으로 물이 말라 아예 모기가 알을 낳을 곳이 없어졌다는 분석이다. 여기에 예년보다 한결 짧은 장마 기간과 단기간에 많은 양의 비를 퍼부은 집중호우 등도 모기의 번식을 어렵게 했을 것으로 보인다.
기온 떨어지는 9월말 '가을 모기' 기승 주의보
실제 지난해 6월 '100'까지 치솟았던 모기활동지수는 올해 6월 이후 줄곧 100 아래를 유지하고 있다. 모기활동지수가 가장 높았던 날은 6월 28일(77.2)이었으나 6월 6일엔 27.4에 그쳤고, 지난 7월10일에는 이례적으로 모기활동지수가 '0'을 기록하는 등 전체적으로 모기의 활동이 줄어든 추세다.
하지만 여름 모기가 자취를 감췄다고 해서 모기 걱정에서 해방된 것은 아니다. '가을 모기'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폭염과 폭우가 번갈아 발생했던 지난해에도 6월 정점을 찍었던 모기 활동이 폭염과 폭우가 심했던 7~8월에 감소했다가 기온이 다소 떨어진 9월 말부터 다시 증가한 바 있다.
bng@fnnews.com 김희선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