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윤화 한국학중앙연구원 태학사 연구원 겸 서울대 아시아연구소 한류연구센터 공동연구원은 최근 발표한 논문 '케이팝(K-pop) 산업의 창의, 권력 그리고 젠더: 민희진 사례를 통한 구조적 분석'에서 하이브와 어도어 간의 경영권 분쟁은 단순한 법적, 경영적 문제를 넘어 K-팝 산업의 구조적 모순과 창의적 자율성의 위기를 상징적으로 드러낸 사건이라고 짚었다.
'하이브(방시혁) vs 어도어(민희진)'이라는 이분법적 대립 구도로 대중에게 각인되고 소비됐지만 그 내면에는 조직 내 창의성의 주체가 누구이며, 문화 콘텐츠 생산의 권한이 어디에 위치하는가에 대한 근본적 질문이 내포돼 있다고 볼 수 있다는 것이다.
하이브는 수년간의 전략적 확장을 통해 멀티 레이블 체제(Multi-label System)를 구축, K-팝 산업 내의 플랫폼 중심의 거대 자본을 상징하게 됐다. 이와 달리, 민 전 대표는 어도어라는 독립적인 레이블을 통해 자신만의 철학과 실험적 콘텐츠를 실현해왔다. 이 양자의 충돌은 결과적으로 '조직의 통제 가능한 창의성'과 '개인의 자율적 비전' 사이의 권력 역학을 드러낸다고 고 연구원은 봤다.
하이브는 2020년 이후 멀티 레이블 체제를 본격화했다. 빅히트 뮤직, 소스뮤직, 플레디스 엔터테인먼트, 어도어 등 복수의 산하 레이블을 확장했다.
고 연구원은 "이 체제는 장르 다양화와 레이블 간 자율성 확보를 명분으로 하지만 실질적으로는 규모의 확장을 통해 중앙 집중 구조로 변화하고 기존의 자율성은 자연스럽게 시스템 내 조정(control)될 확률이 높다"고 분석했다.
"양측의 갈등은 단순한 경영권 분쟁이 아니라 창작 주체성과 자본 권력이 충돌하는 구조적 모순의 표출로 해석 가능하다. 콘텐츠 제작 주체가 실질적으로 자율성과 유연성을 확장해나가는 과정에서 시스템과 환경의 변화 속 창의성과 독립성은 위협 받으며, 이로 인해 기존 창작자와 산업의 권력 사이에는 자연스럽게 균열이 발생하게 되는 것"이라는 얘기다.
고 연구원은 해당 분쟁을 캐나다 출신 사회학자 어빙 고프먼(Erving Goffman)의 활용과 탐험(Exploitation & Exploration) 이론에 적용했다.
활용(Exploitation)은 기존 지식, 기술, 역량을 기반으로 현재의 효율성을 극대화하고 성과를 개선하는 활동이나 상태를 의미한다. 이는 주로 단기적인 성과와 안정성을 중시하며, 기존 자원의 최적화와 문제 해결에 초점을 맞춘다.
고 연구원은 "탐험적 시도로 성공한 하이브가 거대 기업으로 성장하면서 탐험적 요소보다는 검증된 시스템, 아티스트 브랜딩 등 안정적인 수익 모델을 구축하게 되고 어도어는 기존의 문법을 전복하거나 우회하는 다층적 실험을 통해 새로운 가능성을 열고자 도전했으며 그 결과는 뉴진스라는 독자적 감수성의 아티스트를 통해 구현됐다"고 봤다.
궁극적으로는 하나의 조직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활용과 탐험 간의 균형이 필수적이다. 활용에만 치중하면 환경 변화에 적응하지 못해 도태될 위험이 있으며, 반대로 탐험에만 집중하면 단기적인 혼란과 자원 낭비로 이어질 수 있다. 따라서 조직은 두 활동을 동시에 수행할 수 있는 양면성을 확보해야 하며, 이를 통해 안정성과 혁신성을 동시에 추구할 수 있게 된다.
고 연구원은 "위험을 감수해서라도 다양한 탐험을 시도했던 민희진의 행보를 통해 그녀가 단지 창의적인(creative) 인물이 아니라, 기획력을 지닌 음악 제작자 중심의 산업 구조를 구상해 온 인물임을 알 수 있다"면서 "결국 하이브와의 충돌은 '누가 콘텐츠를 정의할 수 있는가' 혹은 '창의와 혁신은 누구의 몫인가'라는 본질적 질문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톺아봤다.
하지만 이러한 창의적, 혁신적 비전은 자본 중심의 대형 기업 구조 내에서는 위협적 요소로 간주될 수 있다.
그러면서 하이브-민희진 분쟁은 단순히 '실패한 경영 갈등 사례'로 볼 수 없다고 해석했다.
고 연구원은 "창의와 통제, 실험과 안정, 젠더와 권력의 교차점에서 발생한 고밀도의 산업 충돌이자, 앞으로의 K-팝 산업이 끊임없이 직면할 구조적 논쟁의 선례라 할 수 있다"면서 "향후 K-팝 산업의 지속가능성을 위해서는 이와 같은 실험과 충돌의 경험을 구조적으로 분석 가능한 연구, 창의성의 주체를 제도적으로 보호할 수 있는 장치 마련과 대중의 인식전환이 모두 필요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2022년 7월22일 데뷔곡 '어텐션' 뮤직비디오를 음원보다 먼저 공개하며 데뷔한 뉴진스는 '하이프 보이' '디토' 'OMG '슈퍼샤이' 등 지금까지도 K팝 중요한 흐름인 '이지 리스닝' 장르를 촉발시킨 주인공으로 통한다. K팝의 상업적 브랜드를 예술적 미학의 감각으로 끌어올린 팀이기도 하다.
미니 2집 '겟 업'으로 미국 빌보드 메인 앨범 차트 '빌보드 200' 정상에 오르고 빌보드 메인 싱글차트 '핫100'에 다섯 곡을 올리는 등 K팝 걸그룹을 대표하는 팀으로 자리매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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