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력 잃고도 장애인 돕던 28살 청년, 3명 살리고 별이 됐다

[파이낸셜뉴스] 태어난 지 2년 만에 시력을 잃고도 장애인들을 도우며 복지에 헌신하던 청년이 28세의 젊은 나이에 3명의 생명을 살리고 하늘로 떠났다.

한국장기조직기증원은 지난 5월 16일 가톨릭대학교 은평성모병원에서 이동진씨(28)가 뇌사 장기기증으로 심장과 양측 신장을 기증해 3명을 살리고 세상을 떠났다고 밝혔다.

이씨는 어버이날이었던 지난 5월 8일, 아버지와 식사를 마치고 잠든 상태에서 의식을 회복하지 못한 채 병원으로 이송된 뒤 뇌사상태에 빠졌다. 이에 가족들은 삶의 마지막 순간에 좋은 일을 하고 가길 바라는 마음으로 장기기증을 결정했다.

부천에서 외아들로 태어난 이씨는 태어난 지 9개월 만에 안구에서 암이 발견돼 4년간 항암치료를 받았다. 그 과정에서 2살 때 시력을 잃었으며 학교에 입학하기 전까지 병원에서 많은 시간을 보내야 했다.

뿐만 아니라 이씨의 어머니는 그가 중학교 2학년 시절에 심장 판막 수술 후 돌아가셨고, 눈이 보이지 않는 시각장애인 아버지가 홀로 이씨를 키웠다. 이씨는 이후 대학에서 사회복지학과를 졸업한 뒤 장애인 취업을 도우며 아버지와 함께 안마사 등 다양한 일을 해왔다.

취업이 어려운 장애인 취업을 돕는 복지 업무를 하며 많은 보람을 느꼈다는 이씨는 평소에도 잘 웃고 밝은 성격으로 주변 사람들에게 행복한 웃음을 주는 사람으로 기억된다. 이씨의 아버지 이유성 씨는 “지금까지 힘든 일도 즐거운 일도 있었지만 이제는 엄마하고 같이 하늘나라에서 편안하고 재미있게 지내”라며 “이제 아프지 말고 행복하게 잘 살아. 사랑해. 아들”이라고 마지막 인사를 건넸다.


bng@fnnews.com 김희선 기자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