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게 살아도 괜찮아"…박보영의 위로

입력 2025.06.30 07:01수정 2025.06.30 07:01
tvN '미지의 세계' 1인 2역 도전 인생작 호평 "반응 남달라 얼떨떨" "박보영 1·2로 보일까봐 걱정" 탈색 변신…디테일한 부분 살려 "서울은 미지의 세계…한강 위로" 뽀블리 이미지 고민 "갈증 채워"
[인터뷰]"그렇게 살아도 괜찮아"…박보영의 위로
박보영

[서울=뉴시스] 최지윤 기자 = tvN 주말극 '미지의 서울'은 기대작이 아니었다. 우여곡절 끝에 편성됐으나, 박보영(35)은 자신 있었다. 이강 작가 극본의 힘을 믿었고, '나만 잘하면 된다'는 생각 뿐이었다. 1인 2역에 도전해 녹록지 않았지만, 많은 사람들에게 위로의 메시지를 줬고 '인생작'이라는 극찬을 받았다. 입소문을 타며 매회 시청률이 올랐는데, "매일 아침 눈을 뜨면 찾아봤다. 걱정 안 하고 검색한 적도 오랜만"이라며 좋아라했다. "작품할 때마다 최선을 다했지만, 이번엔 반응이 남달라서 얼떨떨하다"고 할 정도다.

"사실 너무 힘들었는데, 많은 분들이 사랑해줘서 행복했다. 모든 것이 만족스러웠다. 한 동안 따뜻하고 누군가에게 괜찮다고 얘기하는 드라마를 많이 했다. 연장선상이라고 생각하는데, 이 드라마도 '감히 사람들에게 더 좋은 얘기를 할 수 있지 않을까' 싶었다. 촬영 전부터 1인 2역 고민이 많았다. 1회 편집본을 보고 자신감이 떨어졌다. 미지와 미래로 보여야 하는데, 박보영 1·2로 보였다. 송출된 톤이 조금 달라서 당황했다. 갭 차이가 덜 나서 '생각했던 것 보다 더 차이를 둬야겠다' 싶었다. 1회 편집본을 본 게 많이 도움됐고, 나중에 '미지랑 미래가 따로 보인다'고 해 힘이 됐다."

이 드라마는 얼굴 빼고 모든 게 다른 쌍둥이 자매 '유미지·미래'(박보영)가 인생을 맞바꾸는 거짓말로 진짜 사랑·인생을 찾아가는 이야기다. 그룹 '갓세븐' 출신 박진영(30)은 대형 로펌 변호사 '이호수'를 맡았다. '오월의 청춘'(2021) 이강 작가와 '사이코지만 괜찮아'(2020) 박신우 PD가 만들었다.

박보영 역시 이 작품을 하면서 많이 위로 받았다. 1회에서 미지가 직장 내 괴롭힘 피해자인 미래에게 '관두지도 말고 버티지도 마. 대신 해줄게'라고 했는데, "내가 듣고 싶은 얘기였기도 하다"고 털어놨다. 미지가 '나 아무것도 안 해'라고 했을 때 할머니 '강월순'(차미경)이 '우리 미지 나중에 나비가 되려고 힘드나. 사슴이 사자 피해서 도망가면 쓰레기니, 소라게가 껍질 속으로 몸을 숨기면 비겁한 거야? 살려고 하는 모든 행동은 용감한 거야'라고 했을 때 "큰 위로를 받았다"고 했다.

"살면서 후회하고 잘못했다고 생각한 선택도 당시엔 최선 아니냐. '후회만 하는 게 맞나' 싶더라. 내가 살고자 한 최선의 선택이었는데, 그렇게 말해주는 게 크게 와 닿았다. 내레이션도 좋은 게 정말 많다. '동그라미가 쳐졌다고 내가 다 안게 아닌데, 틀렸으니까 이제 제대로 푸는 날이 올까' 등이다. 결과적으로 '그렇게 살아도 괜찮다'는 메시지를 줬다. 누군가에게 별로일 수 있어도, 나만 그런 게 아니다. 쟤도 좋아 보이지만 노력하고 있고 잘 되지 않을지언정 열심히 살면 괜찮다."
[인터뷰]"그렇게 살아도 괜찮아"…박보영의 위로
(출처=뉴시스/NEWSIS)

미지인 척 하는 미래, 미래인 척 하는 미지까지 1인 4역으로 보는 시선도 있었다. 처음으로 탈색하는 등 이미지 변신도 꾀했다. "미래랑 미지 중 더 편한 건 없다"면서도 "미지는 아무래도 겉으로 모든 걸 다 표현해 수월했고, 그동안 맡은 캐릭터 연장선상에 있었다. 미래는 절제하고 표정도 많이 쓰지 않고 톤도 많이 눌러서 좀 더 어려웠다. 난 사회 생활할 때 미지에 가깝고, 친구 만날 땐 미래 모습도 있다. 미지는 60%, 미래는 40% 정도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1인 2역 차이를 크게 두지 않으면서도 디테일한 부분은 살렸다. 미지는 항상 호수 오른쪽, 미래는 호수 왼쪽에 서거나 앉았다. 호수 귀가 잘 들리지 않는 걸 배려해 "의도한 것"이라고 짚었다.

"감독님은 '미래랑 미지를 너무 다르게 하지 말자' '난 두 사람이 한 사람이라고 생각해'라고 했다. 시골과 서울에 있는 친구는 많이 다른데, 서로 바꿀 때 외적인 모습을 따라하니까 '우리만 알아보는 디테일을 잡아보자'고 했다. 미지는 머리를 묶을 때 꽁지머리가 나오고, 미래는 깔끔하다. 미래는 점막을 채웠는데, 꼬리를 살짝 올리면 '더 또렷해 보이지 않을까' 싶었다. 미지는 화장을 잘 못해 따라하지 못할 것 같았다. 미지, 미래 단발 가발도 다르다. 분장팀이랑 애를 많이 썼다."

충청도 출신인 박보영에게도 서울은 "미지의 세계"였다. "미지의 마음이 조금 이해가 갔다. 시골에 있을 때 서울은 야경이 멋있고 높은 빌딩 있고 휘황찬란한 동네였다. 예전에 이모가 서울에 살아서 간 적 있는데, 지하철이 신기하더라. 서울에서 일을 하며 '녹록지 않구나'라고 느꼈다. 그래서 극본을 재미있게 읽었나 싶다"고 털어놨다.

"시골에는 사색하면서 걸을 수 있는 공간이 많다. 조용한 공간을 찾지 않아도 됐는데, 서울에선 찾아야만 했다. 미지처럼 한강을 엄청 좋아한다. 힘들었을 때 한강 공원에서 울었던 적이 있다. 아직도 힘들거나 펑펑 울고 싶을 때 가서 어딘지는 말할 수 없다(웃음). 요즘은 약간 힘들고 털어내고 싶어서 가면, '그때 만큼은 아니지 않나' 싶더라. '강해져야지! 이 정도로 여기 다시 오지는 말자'라며 다독이는 장소다. 내비게이션도 안 찍고 간다."
[인터뷰]"그렇게 살아도 괜찮아"…박보영의 위로
(출처=뉴시스/NEWSIS)

장영남(51)과는 영화 '늑대소년'(2012) 이후 13년만의 모녀 재회다. 엄마 '김옥희'(장영남)만 유일하게 미래와 미지가 바뀐 걸 눈치 채지 못했다. "들킬 법한 순간이 참 많았다. 장영남 선배도 감독님한테 '저 정말 괜찮은 거예요, 아직 몰라도 되는 거예요?'라고 농담했다. 우리 드라마의 맛 같다. 그래야 드라마라고 생각한다. 선배님들도 어려워했다"고 귀띔했다. "서로 낯을 많이 가리는데, 두 번째 만나서 편했다. 늑대소년 때는 좀 조심스러운 딸이었고, 이번엔 현실적인 모녀로 만났다. 미지일 때 투닥거리는 게 많았고, 그렇게 신나본 적이 없다. 울면 안 되는 신도 눈물이 차오르고, 엄마한테 하는 것처럼 짜증을 냈다"며 웃었다.

"모든 등장인물이 결핍과 핸디캡이 있다. 타인의 삶이 나보다 나아 보이지만, 들여다보면 녹록지 않다. 더 나아가서 저 사람을 이해하려는 마음이 나한테도 적용됐으면 했다. '넌 그렇게 사니까 편하지'라고 했는데, 서로 몸을 바꾸면서 '너무 힘들구나'를 경험했다. '밤에 손톱 깎으면 쥐 나온다'고 하지 않느냐. 나도 사실 일할 때 힘들면 '쥐가 먹어서 다음날 내가 나오면 고맙겠군' 싶다가도, '나 나름 잘 살고 있지 않나'라는 생각도 한다."

박보영은 대중들에게 '뽀블리' 이미지가 강한 편이다. 최근 2년간 밝은 모습에 고민이 많았고, 갈증을 채우기 위해 노력했다. 영화 '콘크리트 유토피아'(2023)와 넷플릭스 '정신병동에도 아침이 와요'(2023) 등을 통해 "어두운 느낌의 캐릭터 하려고 나름 시도를 많이 했다. 미지의 서울에서 미지도 밝지만 아픔이 있고, 미래는 처음부터 힘들고 지쳐있었다. 내 바운더리 안에서 하려고 노력했고, 나름대로 갈증을 많이 채워서 오히려 다시 밝은 걸 하고 싶다"고 털어놨다.

"기본적인 텐션이 내려간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내가 뭐라고 자꾸 메시지를 주려고 하나 싶다. 메시지를 많이 준 것 같아서 다음엔 밝고 가벼운 걸 하려고 한다. 촬영 중인 '골드랜드'는 지금까지 한 것 중 가장 어두워서 다음엔 꼭 밝은 걸 하고 싶다.
3~4년 전에는 뽀블리 수식어가 부담스러웠다. 굳혀지면 어떡하나 싶었다. 그렇게 봐주면 고마운데, 나도 배우이고 다양한 걸 하고 싶어서 '자꾸 귀엽게만 봐주면 어떡하나' 싶더라. 지금은 감사한 거라는 걸 깨달았고 유지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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