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로 데뷔 10주년' 코넛(Conut), 뿌리 깊은 나무는 흔들리지 않는다

입력 2025.06.29 11:26수정 2025.06.29 11:26
"코코넛 초콜릿 같은 깊은 달콤함과 질리지 않는 매력" 새 싱글 '낭만를 바라보다' 발매 "조급함 내려놓고 조금 더 조금 더 밑으로"
'솔로 데뷔 10주년' 코넛(Conut), 뿌리 깊은 나무는 흔들리지 않는다
[서울=뉴시스] 코넛. (사진 = 뮤지션 측 제공) 2025.06.29.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이재훈 기자 = 베이스(bass)는 베이스(base·기초)다. 그러니까 악기 베이스는 뿌리(root)와 혈연관계다.

베이시스트 겸 싱어송라이터 코넛(Conut·배지연)은 그 뿌리를 누구보다 단단하게 붙잡는 법을 아는 뮤지션이다. 2010년대 초반 밴드 생활을 거쳐 올해 솔로로 데뷔한 지 10주년.

파르파릇 푸른 잎 같은 감탄문과 풍성한 열매 같은 느낌표를 자제하는 그녀의 화법은 '서정적 뿌리주의'로 천천히 음악 그리고 사람을 물들인다.

베이스는 그런데 음악의 그루브(groove)를 끌어안기도 한다. 이 악기의 리듬을 다루는 솜씨가 음악의 색깔을 좌지우지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코넛은 그런 점에서도 발군이다. 최근 발매한 얼터너티브 록 장르의 새 싱글 '낭만를 바라보다(Gazing Into Indigo)'가 증명하듯, 그녀는 안주하지 않고 새로운 리듬을 몸으로 직접 쓰기 때문이다.

그녀는 그간 블루지한 펑크(Funk), 도발적인 신스팝 등 다양한 장르를 오가는 가운데 감성적인 언어로 세밀하게 마음을 톺아봤다. 다른 뮤지션들과 협업을 통해 베이시스트로서도 존재감을 각인시켜왔다.

현재 코넛의 열쇳말은 뿌리다. 분주한 세상 속에서 내면을 더 들여다보고 음악과 다른 이들의 안부를 묻는 일. 뿌리 깊은 나무는 흔들리지 않는다는 말은, 코넛의 그루브다. 다음 최근 홍대 앞에서 만나 코넛과 나눈 일문일답.

-올해 솔로 데뷔 10주년을 맞은 소감은요? 부침이 심한 인디 신에서 이렇게 계속 활동을 해오셨는데요.

"행복했고 즐거웠지만 '험난했다'라고 얘기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지금은 마음이 편해졌어요. 다시 시작하는 마음가짐입니다. 올 초에 미국 최대 악기 전시회 '남쇼(NAMM Show)'에 갔는데 첫 날에 마커스 밀러 공연을 바로 눈 앞에서 보게 된 거예요. 제가 어렸을 때부터 봐 온 정말 존경하는 베이시스트인지라 음악을 시작한 마음가짐이 다시 올라오더라고요. 열정이 피어나기도 했고, 겸손해지기도 했어요. 손가락 기교는 여전하시고, 제가 알던 소리는 오히려 훨씬 더 익어서 '진짜 레전드'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

-코넛 씨는 어떻게 베이스를 잡게 됐나요?

"초등학교 때 동요를 즐겨 불렀는데, 중학생이 돼서 음악을 하고 싶다는 마음이 들었어요. 실용음악 학원에서 베이스를 잠깐 배웠다 그만 뒀고, 중 3때 드럼 배우는 친구따라 다시 베이스를 연주하게 됐죠. 고등학교 밴드부에 들어가면서 본격적으로 음악에 대한 마음이 생겼어요. 입시를 결정한 뒤 부모님께 '베이스 칠 때 가장 행복하다'고 말씀 드렸죠."
'솔로 데뷔 10주년' 코넛(Conut), 뿌리 깊은 나무는 흔들리지 않는다
[서울=뉴시스] 코넛. (사진 = 뮤지션 측 제공) 2025.06.29.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어떤 부분이 그렇게 행복했어요. 음악을 업으로 삼게 된 과정이 궁금합니다.

"(영국 애시드 재즈 밴드) 자미로콰이 팬이었는데, 그 사운드를 구현해 볼 수 있다는 게 신났어요. 늦게 시작했음에도 다행히 현역으로 대학에 들어갔고, 3학년 때까지 열심히 했죠. 살아남으려고요. 그런데 4학년 때 곡을 쓰기 시작하면서 혼란이 찾아오더라고요. 왜냐하면 음악에 테크니컬한 것이 그렇게까지 필요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든 거예요. 지금껏 그걸 계속 쫓아왔는데 말이죠. 이후 여러 밴드를 거쳤고, 음악에 대한 고민이 많은 시점에 자작곡으로 싱글을 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2015년 1월에 코넛 첫 싱글 '더 서페이스(The Surface)'를 발매했어요. 타이틀곡 '흘러간다'는 그 때 마음을 표현한 노래예요. 당시 (베이시스트인) 송홍섭 교수님한테 조언을 구했는데 '일단 공연을 많이 해봐라. 일단은 해봐야 된다'고 하셔서 반년 동안 20~30번은 공연을 한 것 같아요. 그렇게 하다 보니까 좋은 기회들이 생기더라고요."

-어떤 기회들이었나요?

케이블 채널 SBS MTV와 레드불이 공동 기획한 웜 업 신인 육성 프로젝트에 선정되기도 했고, 웹드라마 '나의 이름에게' OST '화이트 블러썸'을 불렀어요. 특히 제 곡 '흐린 뒤 맑음'은 삼성 갤럭시 버즈 프로 CF에 삽입돼 큰 도움이 됐죠. 부모님이 너무 좋아하셨어요."

-EBS '스페이스 공감'에도 출연했어요.

"코로나 때라 객석에 관객이 없었어요. 그래서 긴장을 더 했던 것 같아요. 그래도 좋은 추억이 됐어요."

-코넛이라는 이름이 너무 귀여워요.

"제가 '코코넛 초콜릿'을 좋아해서 코넛이라 줄여 지었어요. 코코넛 초콜릿을 처음 먹었을 때 느꼈던 깊은 달콤함과 질리지 않는 매력을 담고 싶었거든요. 그렇게 이름을 짓고 나니, 코코넛 초콜릿에 더 애착이 생겼어요. 하하."

-'낭만를 바라보다'는 어떻게 만들어진 곡이에요. '델리스파이스의 감성과 유사하다'라는 소개글도 주셨는데요.

'솔로 데뷔 10주년' 코넛(Conut), 뿌리 깊은 나무는 흔들리지 않는다
[서울=뉴시스] 코넛. (사진 = 뮤지션 측 제공) 2025.06.29.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남쇼에서 알게 된 한국인 기타리스트 데이비드(David) 씨랑 작업을 해보고 싶었어요. 당장 낼 수 있는 노래가 두 곡이 있어서 보내드렸는데, 마음에 들어하셔서 진행을 했어요. 다음 곡도 같이 작업을 해볼 거 같아요. 델리스파이스 영향은 제가 자주 가는 아지트 같은 곳이 있는데 그곳에서 사람들이랑 델리 스파이스 영상을 봤어요. 이후에 저도 모르게 노래를 델리스파이처럼 풀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서 기타 작업을 먼저 직접 했어요. 데이비드 씨에겐 델리 스파이스 감성이라고 얘기를 하면 너무 틀에 갇힐 수 있으니까 제가 이 곡에 담은, '양양 바다에서 노을을 보면서 느꼈던 하루'에 대한 사진과 영상들을 보내드리고 설명을 했죠. 이런 식으로 낭만을 담아 달라고요."

-그럼 코넛 씨는 어린 시절에 자미로콰이를 비롯해 어떤 음악을 좋아했어요.

"아무래도 베이스 라인이 정말 잘 짜여진 곡들을 많이 들었던 것 같아요. 스티비 원더, 마이클 잭슨 같은 팝을 좋아했었어요. 코넛으로 활동을 시작하고 나서는 '디 엑스엑스(The xx)'라는 영국 팀에 꽂힌 거예요. 너무 충격이었어요. 비어 있는 것 같으면서도 가득 차 있는 느낌이 너무 좋아서 그 풍을 저만의 방식으로 섞으려고 노력하기도 했어요. 일본 밴드 '더 핀.(The fin.)'도 많이 들었어요."

-들어왔던 음악에 더해 계속 새롭게 스펙트럼을 넓히고 있네요.

"올해 내한했던 일본 밴드 '스이추 스피카(Suichu Spica)' 세션을 했는데 제가 매스록 장르는 처음 접한 거였어요. 원래 저 같았으면 안 해본 것에 대해선 못한다고 했을 거예요. 그런데 제가 '변화의 시기'를 겪고 있는 상황이라, 용기를 냈죠. 올해 도전하는 마음이 더 생겼거든요. 여전히 새로운 정체성을 계속 찾아가고 있어요. 그게 부담이 되기보다 설레요. 최근엔 릴스 쇼츠를 올리는 프로젝트를 계속 하고 있어요. 아직 정규 단위의 앨범은 낼 계획은 없지만, 기타 연주하는 친구와 프로젝트로 앨범 단위는 고려해 봐도 좋을 것 같아요."

-올해가 인디 30주년입니다. 부침이 심한 이 업계에서 10년 이상 계속 활동하는 건 정말 대단한 일이에요.

"작년에 '루트 잇 아웃(Root It Out)'이라는 싱글을 냈어요. 작년 한 해 키워드가 '뿌리스럽게 살자'였거든요. 지인이 제게 '뿌리 같다'라는 말을 해줬는데, 그 말이 너무 좋았어요. 제 인스타그램, 카카오톡 프로필을 한동안 뿌리 사진으로 바꿔놓고 다녔어요. 한 타투이스트에게 뿌리로 타투를 받고 싶다고 했고 그가 정성껏 디자인 해준 도안을 제 등 뒤 정중앙에 새겼죠. 이 뿌리를 몸에 새기면서 '루트 잇 아웃'을 썼는데 '음악적으로 무엇인가'가 해소가 되더라고요. 이제 '내 뿌리를 잡고 음악을 해볼 수 있을 것 같다'라는 마음가짐이 생겼다고 해야 할까요. 조급함을 내려놓고, 조금 더 조금 더 밑으로 뿌리를 잡고 일어나면 좋지 않을까 해 요."

-음악은 여전히 재밌나요?

"요즘 더 자유로움을 많이 느껴요. 처음에 음악 하고 싶었던 마음 그대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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