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사·민니 고국' 태국 'T-팝', 스펙트럼 확장…듀오 '란독마이'

입력 2025.06.29 08:50수정 2025.06.29 08:50
하입스 알린·설 설호승 등과 협업 영어 EP '왓 이브?'로 글로벌 본격 진출 "우리 '브랜드 캐릭터'는 빈티지"
'리사·민니 고국' 태국 'T-팝', 스펙트럼 확장…듀오 '란독마이'
[서울=뉴시스] 란독마이. (사진 = 인스타그램 캡처) 2025.06.29.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이재훈 기자 = 태국 인기 인디팝 듀오 '란독마이(LANDOKMAI)'는 T-팝(태국 팝) 스펙트럼 확장을 보여준다.

보컬 우핌(Upim), 기타 앤트(Ant)로 이뤄진 이 팀은 인디 드림 팝 장르를 내세운다. 태국어와 영어로 노래하는데 몽환적 신스와 빈티지한 어쿠스틱 사운드가 특징이다.

현지 MZ세대의 지지를 받고 있다. 세계 최대 음원 스트리밍 플랫폼 스포티파이(Spotify) 기준 월간 리스너 수 약 86만 명(29일 기준)을 기록하고 있다.

최근 유명 태국 밴드 '하입스(HYBS)' 출신 제임스 알린(James Alyn)과 협업으로 국내 음악 팬들에게도 익숙하다. 지난달엔 국내 밴드 '설(SURL)'의 보컬 설호승과 협업한 신곡 '핑거 페인트(Finger paint)'를 발매했다.
오랜 시간 떨어져 있던 두 사람이 다시 마주한 순간을 중심으로, 유년의 감각과 감정을 되짚는다. 이런 아련함이 란독마이의 마법이다.

란독마이가 최근 발매한 전곡 영어 EP '왓 이브?(WHAT EVE?)'는 그 마법을 전 세계에 퍼뜨리기 위한 첫 주술이다. 다음은 란독마이와 서면으로 주고 받은 일문일답.

-두 분은 학교 과제를 하면서 친해졌다고 들었어요. 우핌 씨가 앤트 씨에게 곡 작업을 요청했다고 들었는데, 당시 작업 과정에 대해 이야기해 줄 수 있을까요? 어떤 장르였나요?

"사실 우핌이 학교 과제로 곡을 써야 해서 저한테 도움을 요청했어요. 그렇게 첫 곡인 '킵 플라워스(Keep Flowers)'가 탄생했죠. 보컬과 기타만 있는 굉장히 미니멀한 구성이고, 감정을 담는 데 집중한 곡이었어요."(앤트)

-앤트 씨는 일본 애니메이션 '케이온(K-ON)'을 보고 악기를 배우기 시작했다고 들었어요. 어떤 점이 그렇게 영감을 줬나요?

"사실 '케이온'을 보기 전에도 기타를 칠 줄 알았어요. 하지만 이 애니메이션을 보고 명확한 목표가 생겼어요. '나는 꼭 음악계에 들어가야겠다'는 확신이 들었거든요.(앤트)

-우핌 씨는 음악 고등학교에 진학하면서 노래를 배우기 시작했다고요. 어떤 계기로 그 길을 선택하게 됐나요?

"솔직히 말하면, 다른 일반 전공으로는 제 성적이 안 됐어요 그래서 남은 선택지가 음악뿐이었죠. 하지만 원래부터 음악을 좋아했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이 길로 오게 됐어요."(우핌)

-예명과 밴드 이름 란독마이엔 어떤 의미가 있나요? '꽃밭'이라는 뜻이라는 이야기도 들었어요.

"밴드 이름 정할 때 정말 많이 고민했어요. 그러다 문득 '그냥 우핌의 이름을 쓰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죠. 첫 곡 '킵 플라워스' 분위기와도 잘 어울렸고, 보컬 이름을 따서 밴드 이름을 짓는 경우도 많으니까요. 우핌의 본명은 북부 태국어(란나어)로 '꽃 귀걸이'라는 뜻이에요."(앤트)

-음악에서 빈티지한 질감과 드림팝 분위기가 두드러져요. 어떤 사운드 텍스처에 끌리나요? '좋은 사운드'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결국은 취향이에요. 저희 둘 다 빈티지한 사운드를 좋아해서 자연스럽게 음악에도 그런 색이 묻어나요. '좋은 사운드'는 사람마다 다를 수 있죠. 그냥 저희가 듣고 좋으면 그게 좋은 사운드인 것 같아요."(우핌·앤트)

Q-가사도 드림팝의 분위기를 만드는 데 중요한 요소인데요, 곡마다 다르겠지만 작사할 때 어떤 가치나 감정을 염두에 두고 있나요?

"거의 모든 가사는 우핌이 시작해요. 우핌은 상상력이 풍부한 몽상가고, 감정을 시각적이고 청각적으로 받아들이는 스타일이에요. 그래서 가사에는 그녀만의 스토리텔링 방식이 많이 담겨 있어요."

-2018년부터 활동해 오셨죠. 그동안 음악적 호흡은 어떻게 발전해왔고, 듀오로서의 가장 큰 강점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요?

"음악 취향이 계속 변하고 그 변화가 곡에도 반영돼요. 듀오의 장점은 서로 아이디어를 주고받을 수 있다는 점이죠. 가끔 의견 충돌도 있지만 서로 이해하려고 노력해요.(물론 대부분 앤트가 져요)"(우핌)

-예전 인터뷰에서 앤트 씨가 우핌 씨를 '수공예로 만든 연인'이라고, 우핌 씨는 앤트 씨를 '10대의 몸을 가진 아저씨'라고 표현했어요. 지금도 그렇게 생각하시나요?

"네, 여전히 그렇게 생각해요! 변한 건 없어요!"(우핌·앤트)
'리사·민니 고국' 태국 'T-팝', 스펙트럼 확장…듀오 '란독마이'
[서울=뉴시스] 란독마이(LANDOKMAI). (사진 = 엠피엠지 뮤직(MPMG MUSIC) 제공) 2025.06.29.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대표곡 중 하나인 '플리즈 비 트루(Please Be True)'는 어떤 사연이 담긴 곡인가요?

"우핌이 짝사랑할 때 쓴 곡이에요. 가사와 멜로디를 만들고, 저희 학과 선배이자 밴드 'YEW'의 P에게 프로듀싱을 부탁했죠. 그래서 이전 곡들과는 사운드가 많이 달라요. 지금 들어도 여전히 멋지다고 느끼는 곡이에요."(앤트)

-밴드 '펭귄 빌라(Penguin Villa)', 밴드 '솔리투드 이스 블리스(Solitude is Bliss)', 싱어송라이터 품 비푸릿(Phum Viphurit) 같은 유명 태국 뮤지션들이 있지만, 국내 다수의 태국 뮤지션들은 아직 익숙하지 않아요. 영향을 받은 태국 아티스트를 소개해줄 수 있을까요?

"저희는 폴리캣(Polycat)을 정말 좋아해요. 가사 쓰는 능력은 태국 최고라고 생각해요. 예전에는 폴리캣(Polycat)의 곡을 커버하기도 했어요.(우핌·앤트)

-T-팝이 최근 국제적으로 주목받고 있는데요. 두 분이 생각하는 T-팝의 특징은 무엇인가요?

"어려운 질문이에요! T-팝은 아티스트마다 스타일이 다르지만, 공통점은 '문화'라고 생각해요. 태국 사람들은 정말 유쾌하고 편한 분위기를 갖고 있어서, 음악도 그런 느낌이 있어요."(우핌·앤트)

-블랙핑크의 리사, (여자)아이들의 민니, 베이비몬스터의 파리타(Pharita)·치키타(Chiquita)처럼 K-팝에서 활동 중인 태국 아티스트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모두 정말 대단해요. 이들의 성공은 많은 태국 청년들에게 용기를 주고, 꿈을 꾸게 만들어줘요."(우핌·앤트)

-설 설호승 씨와 협업은 어땠나요?

"저희는 대학생 때부터 설의 팬이었어요. 공연도 여러 번 보러 갔고, 언젠가는 꼭 같이 작업하고 싶었어요. 정말 꿈같은 경험이었고, 모두가 친절하고 프로페셔널해서 작업도 순조로웠어요. 처음 녹음된 설호승 씨의 목소리를 들었을 때부터 완전히 매료됐어요."(우핌·앤트)

-하입스의 제임스 알린, 한국 밴드 '웨이브 투 어스(Wave to Earth)' 등 다양한 아티스트와 협업했죠. 협업 아티스트를 고를 때 기준이 있나요?

"스타일이 맞는지가 가장 중요해요. 지금까지 작업한 분들은 모두 저희가 진심으로 존경하고, 함께 작업했을 때 멋진 시너지가 날 수 있다고 믿은 분들이에요. 많은 분들이 흔쾌히 작업에 응해주셔서 감사할 뿐이에요. 앞으로도 더 열심히 활동하겠습니다!"(우핌·앤트)

-EP '왓 이브?'는 어떤 콘셉트인가요? 전곡 영어로 작업한 이유는 무엇입니까?

"솔직히 저희도 글로벌 진출을 원하고 있어서, 언어 장벽을 넘는 게 중요하다고 느꼈어요. '태국어로도 세계에 닿을 수 있을까?'란 고민을 많이 했지만, 6년간 태국어로 작업해왔기에 이제는 도전해보고 싶었어요. 이번 EP는 성장과 관련된 이야기예요. 여자로서 겪는 감정과 고민, '왓 이프(What if)…?'라는 질문에서 출발한 다양한 이야기들을 담았죠."(우핌·앤트)

-태국어 가사의 장점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세요?

"모국어라서 감정 표현이 훨씬 자유롭고 자연스러워요. 그런 편안함이 저희만의 색깔을 만들어주는 것 같아요."(우핌·앤트)

-마지막 질문이에요. 두 분의 음악은 현대 청춘 감성과 태국 문화가 어우러져 MZ세대에게 사랑 받고 있어요. 개인적으로 중요하게 여기는 태국의 문화나 전통이 있다면요?

"사실… 저희도 우리 정체성이 정확히 뭔지 잘 모르겠어요 그때그때 우리가 좋아하는 것, 느끼는 것에 따라 음악을 만들어요. 계속 변하고 있고, 그런 점이 오히려 좋아요. 다만, 사람들 인식은 아마 저희 '브랜드 캐릭터'에서 나오는 것 같아요. 저희는 빈티지 옷을 자주 입고, 특히 우핌은 빈티지 레이스 블라우스를 독특하게 스타일링하는 걸 좋아해요. 아마 그런 점이 저희만의 색으로 보이지 않을까요?"(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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